‘38년 집권’ 훈센, 아들에 총리 넘겨… ‘훈센 왕조’ 열린다
훈마넷, 22일 신임투표 후 공식 취임
훈센은 막후 영향력 행사 뜻 밝혀
BBC 등 “선거 아닌 대관식” 지적
5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훈 센 총리(왼쪽)의 71번째 생일 파티에서 장남인 훈 마넷 차기 총리(오른쪽)와 그의 아들이 축하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사진 출처 훈 마넷 페이스북
1985년부터 38년 넘게 장기 집권 중인 훈 센 캄보디아 총리의 장남 훈 마넷(46)이 7일 차기 총리로 지명됐다. 그는 22일로 예정된 국회의 신임 투표를 거쳐 공식 취임한다. 훈 센 총리는 아들의 지명 당일 텔레그램에 “퇴임 후에도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 대표 및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 국왕의 최고 자문위원장도 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훈 센 총리가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뜻을 밝힌 데다 낙후된 캄보디아의 사회 체계를 감안할 때 단순한 ‘부자(父子) 승계’를 넘어 일종의 ‘훈 센 왕조’가 열렸다는 우려가 높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은 이날 마넷을 차기 총리로 지명했다. CPP는 지난달 23일 총선에서 전체 125석 중 120석을 차지했다. 이를 감안할 때 22일 투표에서 통과가 확실시된다. BBC 등은 ‘선거’가 아닌 ‘대관식’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마넷은 총리 지명 직후 정책 발표 등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페이스북에 “생애 최고의 영광”이라며 국왕과 부친에게 감사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틀 전에는 71세 생일을 맞은 부친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 생일 축하합니다”라고 썼다. 마넷이 이끄는 캄보디아가 훈 센 총리의 자장 안에 남아있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마넷은 1999년 캄보디아인 최초로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다. 미 뉴욕대와 영국 브리스틀대에서 각각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1995년 군에 입대했고 2018년 장군으로 승진했다. 피치 소포안 전 노동장관의 딸 차모니와 결혼했다.
캄보디아와 국경을 맞댄 이웃 태국에서는 일종의 ‘부녀(父女) 승계’가 현실화하고 있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딸 패통탄이 이끄는 프아타이당은 5월 총선에서 제2당에 올랐다. 제1당 전진당이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해 현재 프아타이당이 연정 구성을 주도하고 있다.
패통탄은 부친과 가까운 부동산 재벌 세타 타위신을 총리 후보로, 본인을 외교장관 후보로 직접 내세웠다. 부패 혐의로 해외를 떠돌고 있는 탁신 전 총리 또한 프아타이당이 집권하면 귀국해 다시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윤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