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宮)의 여자 ● - [제 3 화]
왕비는 의외로 시시했다. 자기 딴에는 내색을 하지 않고, 나를 째려봤지만 그 때마다 나는
'어마마마, 어디 편찮으세요? 안색이 안 좋아요.'라는 말로 그녀를 곤란에 빠트렸다. 호호.
사실, 내가 쥬니아로 3년간 살게 된 이상 나의 목숨을 해칠 자는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
래봤자, 털하나 건드리지 못하겠지만.
"아, 공주들과 왕자들에 대해서도 다 잊었겠구나."
마그놀리아 왕이 슬픈듯한 어조로 말을 했다. 그에, 나도 약간 슬픈 눈빛을 하며 그들을
둘러봤다. 이것은 먹잇감을 사냥할 때의 내 눈빛이라.
"나는 르오웬이다. 쥬니아. 너의 오라비다."
"세나에요. 쥬니아 언니."
르오웬이라고 하는 자는, 후에 내가 알아본 결과 차기 국왕감이라고 한다. 뭐, 당연한 일
이겠지만.─세나라는 아이는 골에서 파리가 날렸다.
금발인 르오웬과 세나는 어미인 샤를로트를 닮은 것 같았다. 세나는 샤를로트를 빼다 박았
다. 그녀가 젊었을 때는 세나와 똑같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르오웬은 머리 색만 같을
뿐, 눈빛이나 색깔은 달랐다. 칠흑과 같은 눈이었다.
마족인 나로서는 그 눈이 굉장히 맘에 들었다. 내가 마족이라서, 어둠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냥 빨려들 것 같은 눈이 굉장히 매력적인 눈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지어진
미소를 지으며 르오웬 왕자에게 인사를 하고는 세나에게도 인사했다.
"쥬니아에요. 르오웬 오라버니 같은 사람을 잊은 것이 매우 안타까워요."
내 말에 너털웃음을 흘리는 마그놀리아 왕이었다. 내 말에 가시가 없단 걸 알았는지, 샤를
로트 왕비도 나쁜 표정은 짓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르오웬 왕자는 나의 눈을 뚫어져
라 쳐다보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눈이어서 약간 당황했지만, 그의 눈에 나는 살짝 웃었
다.
"세나, 나랑 예전에 친했었니?"
르오웬 왕자의 눈빛도 피할 겸, 겸사겸사 세나에게 물었다. 나의 말에 세나와 자리에 앉아
있던 왕족들은 꽤나 당황한 듯 했다.
"사실… 예전에 쥬니아 언니와는 친하게 지내지 못했어요."
당연했다. 누가 자기 엄마와 죽일 것 같이 싸우던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싶겠는가. 하지만
내가 그러지 않았는가, 나의 마음과 행동은 극과 극이라고.
"어머, 그거 안타깝구나. 너 같이 귀여운 여동생이 있었는데도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니….
가끔씩은 예전에 내가 굉장히 궁금하기도 하다니까. 내가 웃으니까 막 놀라는거 있지?"
반은 농담으로 말하자, 세나는 피식- 웃었다. 그것이 저절로 지어진 미소란 것을 알기에
일단 왕비의 딸은 해결했다는 생각으로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말에─정확히 어디 부분인
지는 모르겠다.─ 짐짓 놀라는 르오웬 왕자다. 나는 쥬니아 공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뜨거운 눈빛을 다 받아내야 했다.
"어마마마. 후- 불어드세요. 차가 뜨거워요."
훈계였다. 차에 혀를 데인 것을 안 나는 재빨리 가르치는 투로 말했다.─물론, 마그놀리아
왕과 그 일가네들은 몰랐다.─ 그녀는, 자신의 딸 벌인 나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는게 왕족
으로서의 수치였는지, 웃고는 있었지만 눈은 나를 힘차게 째려봤다. 안타깝게도, 나는 마
족이므로 그 따위 눈빛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내고, 배의 눈빛을 보낼 수 있었다. 게다가
깔보는데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는 나였다.
나는 왕비를 골탕 먹인 것─차에 데인 사건뿐만 아니라, 옷에 트집 잡고, 표정이 웃기다는
둥 사람들이 들을 때는 농담 수준인 말들─에 대해 굉장한 희열을 느끼면서 메르와궁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데 익숙하지 않은 나는 처음에 약간 머뭇머뭇 했지만─마족들은 주로
개인 행동을 하고, 전쟁이나 한 번씩 모이고 싶을 때만 내킬 때만 모임을 갖는 편이다.─
곧 잘 해냈다.
물론 쥬니아 공주가 돌아온 후에 모이는 것이 처음이기에, 얘기도 더 많이하고, 국제 정세
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들이 오가서, 시간이 꽤 오래걸렸었다. 마그놀리아 왕을 포함한 사
람들이 잔을 비우고, 접시를 비우자─물론 음식은 조금씩 남겨져 있었다. 그것이 예의란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나는 내 접시를 보고, 내가 가장 많이 먹었단 사실에 흐뭇해하며
왕이 일어서자, 뒤따라 일어났다.
만찬 장소에서 나오자, 대동했던 유시와 메리가 나를 반겼고, 윗 전들이 계시는 앞인지라
몸을 사리는 그들이었다. 하지만 바르나 성문을 통과하고, 마그놀리아 왕과 샤를로트 왕비
가 보이지 않자, 그들은 무슨 얘기를 했냐고 묻기 시작했다.
"마마. 무슨 일 있으셨어요? 왕비님의 표정이 좋지 않아요."
"글쎄다, 유시. 너의 주군께서 워낙에 훌륭하신 분이라 그 기(氣)에 어마마마께서 눌리신
게 아닐까?"
"어맛! 그럴 수도 있겠네요!"
순진하고 귀여운 유시는 손뼉을 탁 치면서 말했다. 내가 자신의 주군이라는게 굉장히 자
랑스러운 가보다. 호호.
"변은 당하지 않으셨죠?"
"내가 누군데. 그럼, 메르와 궁으로 가자꾸나. 오늘은 첫 마법수업을 받는 날이잖아?"
마법의 종류에는 흑마법과 백마법이있다. 물론, 마족이고 2차각성까지 끝낸 나로서는 흑마
법 마스터며, 백마법도 7써클 마스터이다.─9써클이면 백마법 중 등급이 가장 높은 계급의
마법이다.─ 하지만 역시 흑마법이 훨씬 깔끔하고, 어두침침하기 때문에 흑마법을 주로 사
용하는 나로서는, 빛의 힘을 받는 백마법보다는 어둠의 힘을 받는 흑마법에 더 능하다.
그런 나에게 마법사는 백마법을 가르칠 것이다. 초단부터 시작하겠지만, 한 7써클 상위의
마법을 한 번 외워봤더니 됐다고 하면, 그는 당장에 나를 시험하고는 8써클의 백마법을 알
려줄 것이다. 아는 것이 많아서 손해가 될 건 없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긍정적으로 백
마법을 배울 생각이었다.
메르와 궁에 도착하자, 캐티는 바로 나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류의 옷─간편한 드레스─
중 노란색을 골라와 입는 것을 도와주었다. 몰랐는데, 보통은 시녀들이 옷 입는 것을 도와
준단다. 인간들은 자신의 옷을 자기가 입을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한 것 같다는 어이없는 생
각이 물 흐르듯 흘렀다.
"고마워, 캐티."
옷을 다 입고, 그에 맞는 신을 신고 나자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자, 캐티는 살짝 웃으면
서 대답했다.
"아니에요, 공주님. 아, 제가 이번 폐하의 생신 잔치 때 입을 의상을 주문하려고 하는데
제 맘대로 해도 될까요?"
"맘대로 해."
"네!"
★ 나는 그것이 그렇게 큰 파장을 불러올지는 몰랐다. 정말로….
나는 '네!'라고 힘차고, 기쁘게 대답하며 나에게 깔끔한 진주 귀걸이를 꼽아주는 그녀를
보며 '그게 그렇게 좋을까….'란 생각을 했다. 뭐, 나름대로 깜찍했기 때문에 나는 웃어
줬지만 말이다.
"쥬니아 공주님. 마법사 윈스턴님 드십니다."
메리의 말에 나는 캐티를 물렸다. 그리고는 드레스를 단정히하고는, 일어서서 그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쥬니아 공주님. 윈스턴 시온 가르케 인사드립니다."
"아, 어서오세요."
나는 의외로 젊은 윈스턴의 모습에 사뭇 놀라며, 말했다. 사실 궁정 마법사 중 최고 실력자
가 나를 가르칠텐데(물론, 일등은 쥬니아였다. 모르긴 몰라도, 소문에 의하면 엄청난 실
력의 마법사였다고 한다.) 그런 최고 실력자가 내 또래─쥬니아 공주의 또래. 그녀는 17살
이었다.─였다니, 놀라웠다.
하지만 초면에 나이를 묻는게 실례라고 누누이 들은 바─샬럿 여사에게 나이를 물어봤다가
못 볼 것을 보고야 만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조용히 마법을 배
웠다.
의외로, 그는 나에게 꽤나 높은 급의 마법을 가르쳤다. 중하급의 디클리어리와, 중급의 메
기도 플레어와 같은 치료술과 정화술을 배웠다. 뭐, 배우긴 했지만 많이 쓰지 않았던 마법
이기에 꽤나 열심히 수업에 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저 눈빛이였다.
"역시…."
하나하나 너무나도 잘 해내는 나를 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날리면서 그다. 다 안다는 듯
한 저 눈빛. 기분 나쁘다. 하지만, 열심히하는 모습을 보여야 어색하지 않기에 나는 대충
하자는 마음은 버렸다.─정신은 대충, 행동은 열심히라고나 할까?
"공주님."
수업이 끝나고, 윈스턴은 나가려고 문 앞에 섰지만, 뒤를 돌아서 나를 부르는 그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왜요?' 라는 식의 표정을 지었다.
"마그놀리아 왕국의 서쪽. 마그놀리아의 무역지라고 할 수 있는 시엔에서 요즘 마물들의
습격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
꼭 나에게 '참전하라.'는 것 같았다.
"만약, 제가 생각하는 대로 공주님의 능력은 그대로라면, 함께 동행을 해야할 듯 싶습니다
."
"시엔에 가서 마물들을 처치하자는 말씀이신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때 기분봐서 갈게요."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사실, 갈 생각은 충분히 있었다. 3년 동안 꼼짝도 안하고 책만 읽고
깨작깨작 밥만 먹으며, 정원 둘러보고 호호호 웃고 있는 것은 끔찍했다. 스트레스를 풀겸
마물 퇴치도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를 보호하려고 애
를 쓸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균형은 깨질 수밖에 없다. 그걸 너무 잘 알기에 그렇게 말 한
것이다.
나의 말에 윈스턴의 기분이 상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그는 담담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기분이라…. 하하. 그럼, 그 기분이 좋길 바라겠습니다."
윈스턴 때문에 다 망가진 기분을 풀러, 나는 기사단에게 갔다.─마법단 애들을 보고 있으면
눈은 즐거웠지만, 신성력이네 뭐네 난리를 쳐서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아, 쥬니아 공주님!"
"슈나이드 경. 잘 하고 있는거에요?"
"당연합니다!"
그는 자신있게 말했다. 궁정에도 기사단의 급이 있다고 하는데, 표면상으로 보는 것과는 달
리 꽤나 높은 급들의 기사인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위에 있는 무기창고에서
롱 소드를 잡아 들었다.
"공주님?"
롱 소드는 여성이 들이에는 약간 무리가 있는 검이었지만, 나는 그게 무슨 연필이나 되는
듯 자연스럽게 휘저었다. 느낌이 좋은 롱 소드였다.
"슈나이드 경?"
"왜 그러세… 으악!"
나는 슈나이드가 방심한 틈을 타서, 롱 소드로 그를 위협했다. 나는 빠르게 움직이면서 사
방으로 찌르며 그를 혼란케 한 뒤, 그가 검을 준비할 시간을 좀 주었다.
"준비는 빨리 빨리 하라고요. 적은 언제 올지 몰라요!"
마법사들을 포함한 기사들은 나의 몸놀림의 꽤나 놀란 듯 했다. 나는 그런 표정들을 즐기
면서 본격적인 공격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검을 빨리 움직이란 말이야. 너무 많이 후벼파기만 하면, 헛 점이 너무 많이 생기잖아요!"
- 탁 -
나는 그의 목을 겨누면서 반존칭 반, 반말 반인 말을 마쳤다. 롱 소드를 지닌 공주가, 바스
타드 소드를 들고 싸운 기사단의 단장 슈나이드에게 이겼다. 아주 좋은 말이다.
"스피드가 안 좋네요."
나는 능숙한 솜씨로 검을 뒤로 차며 말했다. 사람들은 나의 검술에 꽤나 놀란 듯 했다.
"표정들이 왜 그래요?"
"아니… 언제 그런 검술을…."
앗. 잊고 있었다. 나는 잠시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일 처리에는 확
실한 이, 마족 비현이잖아.
"내가 궁을 떠나 있을 때, 잠시 계시던 사부님한테서 배운거에요."
거짓말 따윈 하지 않았다. 궁을 떠나 있을 때, 마계에 있을 때다. 잠시 계시던 사부. 400년
정도 있다가 다른 마성으로 가신 크리오스에게 배운 거 맞다.
"아…."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들이다. 나는 앞으로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흐뭇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먼 곳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을 눈치채지 못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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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4편부터 본격적으로 얘기를 다뤄 볼 생각이에요.
중편쯤부터 모험이 시작되기도 하고요.
참고로, 마그놀리아 왕국은 마법사와 기사단이 유명한 곳이랍니다.
해군전과 육군전 모두에 능해서,
제3의 대륙 중 군사력이 가장 막강한 나라이기도 해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빙수될게요! ^ ^
※ 밀집모자루피님, ミor쿠or블루님, 작은딸기+_+님, 타케시 하루카님
코멘트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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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宮)의 여자 - [제 3 화]
빙수가좋아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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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2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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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째 쥬니아로 살게 된 우리 주인공하고 르오웬왕자님하고의 해프닝이 기대되는군요 ^^*ㅋㅋ
아직이에요! >_< 한 명 더 있거든요 ㅡ.,ㅡ 흐흐
꺄아꺄아 쥬니아싸우는모습나와서 너무 좋아요>_< 감사감사♡
헤헤. 작은 딸기님이 원하시길래 빨리 넣었어요~ 저 착하죠? 헤헤
왕비가 으외로 약하네요
★ 하지만 독하죠=_=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