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약사 사회에 출현하게 될 '新 인류'를 맞기 위한 준비가 학계 영역에서, 병원약사 영역에서, 약사회 영역에서 분주히 진행되고 있다.
신 인류는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그들은 2015년부터 배출되기 시작하는, 6년의 교과 과정을 이수한 약사들이다.
이들은 약학대학을 졸업한 이후 현장에 나와 선배와 책자와 각종 강의 등을 통해 실무를 익혔던 2015년 이전 약사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약학대학에서 이미 약사직능의 실무를 미리 배워 나오기 때문이다. 이전 약사들이 나와서 배웠다면, 이들은 배워서 나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열린 한국임상약학회 학술대회. 약대와 약국, 병원, 제약 관계자들이 실무실습 지도교사(프리셉터)의 양성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 신 인류의 사회 문화적 기능과 역할
신 인류는 우리 사회와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까.
이에 대한 해답은 지금은 국회에 진출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는 원희목 의원(전 대한약사회장)의 약사 전문가 論에 담겨있다.
원 의원은 대한약사회장 재직시 늘 "약사의 직능은 2000년 의약분업 시행을 통해 선이 그어지기 시작했으며, 법제화 된 처방검토권의 확보를 통해 좀더 경계가 확연해진 후 약학교육 6년제를 통해 뚜렷한 윤곽과 함께 채색될 것"이라고 설파했었다.
원 의원의 이야기대로라면 신 인류는 약사의 전문직능을 이 사회에 각인시키는 완성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같은 논리를 전개하면서 약사가 이 사회에서 전문가로서 살아남으려면 필수성(Essential), 배타성(Exclusive), 복잡성(Complex) 등 3가지 필요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 전문직종이 공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이 사회에 입증하려면 △없어서 안된다는 사회적 필요성 △약사 아니면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배타성 △약사 전문직능을 떠받치는 이론과 기술의 복잡성으로 견고해져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 해 왔다.
이 같은 관점에서 '배워서 태어난 신 인류들'이 대략 5000명 선을 넘게되는 2020년께면 약국과 약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지금과는 상이하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약대 6년제 태스크포스팀장을 맡아 연구해 온 조원익 대약 정책기획단 부단장은 "복잡한 전망을 하기 전 6년제 교육으로 전환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들의 위상 변화를 보라"고 말한다. 6년제 도입이후 그들에 대한 사회 인식은 너무나 명백하게도 '전문가 그룹'이라는 것이다.
조 부단장은 "사회가 그들을 전문가 그룹으로 인식을 상향 조정한 것은 누군가가 4년을 배우는데 6년을 배웠기 때문이 아니라 그 2년 안에 전문지식을 채웠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약계 관계자들은 "신인류가 출현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약사면허증을 갖고 있는 모든 약사들의 사회적 위상은 부지불식간에 동일하게 올라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문약국은 고객이 약사에게 공세적으로 질문해야 할 사항을 약국외부에 안내하고 있다. 6년제를 계기로 이같은 약국의 '자존적 표현'은 활발해질 전망이다.
| ■ 기성세대와 갈등? 그야말로 우려일 뿐
신 인류가 약국이나, 제약회사, 공직 등에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기성 약사들과 심리적 혹은 기싸움 같은 갈등이 유발되지 않을까? 일부에서 이같은 우려가 이야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 부단장은 이에 대해 "한마디로 기우"라고 단언한다. 그는 "6년제 약대생들의 실무교육을 누가 시키느냐"고 반문하면서 선배들이 비록 4년제 교과 과정에서 제약산업이나 연구자에 적합한 과목을 배우고 나왔지만, 현장에서 많은 경험과 공부를 통해 실무 능력을 축적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한 개국약사도 "비록 4년제에서 화학 중심의 교육을 받고 나왔지만 실무에서 몸으로 배우고 익힌 지식이 갓 졸업한 학생들만 못하겠냐"며 그들은 현 체제에 자연스레 흡수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급여라는 측면에서의 갈등요인은 없을까? 조 부단장은 "2년동안 약사 배출이 없는 만큼 6년제를 졸업한 약사가 약국에 취업할 즈음이면 4년제를 졸업한 약사들과 경력 측면에서 동일하다"며 큰 문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을 배웠느냐도 중요하지만, 약국 근무경력도 중요한 것이어서 6년제를 졸업했다고 해서 무작정 급여가 올라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시장에서 조정될 문제라는 것이다.
약대생 실무실습 계기로 약국가 '열공 열풍' 기성약사 명함, '프리셉터 등'으로 화려해져 기성약사와 같이 약사발전에 시너지효과 줄 듯
■신 인류, 공부합시다 열풍 몰고올 듯
신 인류 출현을 계기로 개국가에는 또 한차례 '열공 열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종로에서 미래약국을 경영하며 건강기능식품 전문강사로 활약하고 있는 최면용 약사는 "의약분업을 앞두고 전국 약사회 단위로 의약분업을 수용하기 위한 약물교육이 뜨겁게 일었다"고 상기하고 6년제 시행을 앞두고 다시한번 공부의 바람이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약사는 "6년제가 시행되면 약국도 약대생들의 실무교육에 나서는 만큼 뜻있는 약사들의 경우 지도교사(프리셉터) 역할을 하기 위해 다시 책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셉터 자격을 갖추고 약국을 교육기관으로 제공하기 위한 약사들 중심으로 공부 열풍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실제 약국 중에는 서울 강남구 도곡메디칼약국(대표약사 정국현), 서울 종로구 정문약국(대표약사 서광훈) 등 상당히 많은 약국들은 이미 약학대학과 연계를 맺고 방학기간 중에 약대생들에게 실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광훈 약사의 경우 최근 미국 전문약사 시험에 합격한 정경혜 약사를 실습약사로 지명해 학생들에게 약물에 관한 전문지식은 물론 처방전 검토법, 효과적인 복약지도 방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조 부단장은 이와 관련, "기성약사들의 단조로운 명함이 좀더 화려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실무실습을 담당하는 개국약사의 조건이 5년이상 약국을 경영한 약사, 혹은 석사학위자로 3년 이상 약국을 경영한 약사이어서 약대생들에게 교육을 담당하는 약사(프리셉터)의 명함에는 프리셉터, 혹은 객원교수, 초빙교수 등의 경력이 찍히게 될 것이라고 봤다. 대략 600~1000개의 약국이 약대생 실무교육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신 인류의 얼굴, 갓 졸업생도 노련할 듯
6년제를 졸업한 약사들의 외모는 갓 졸업생이라도 다소 노련해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현행 6년제가 '2+4'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정규 대학 4년을 졸업한 학생들이 약대에 합격하는 비율이 월등하다는 미국의 사례를 보면 30에 근접한 얼굴을 지닐 것으로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자의 경우 23세에 4년제 정규 대학과정을 마치고, 2년간 군복무를 한후 약대에 편입해 졸업하면 29살이 된다.
이같은 문제는 식약청 등 공직이나 제약회사 등에 진출하려는 약사들에게는 핸디캡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식약청의 경우 약대를 졸업한 후 대부분 7급의 약무주사보로 공직에 입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6급 약무주사까지 오르는데 4~5년 걸리고 다시 5급인 사무관까지 가려면 그 길이 너무도 아득한 실정이다. 6년제 졸업생들에게는 더 아득한 일정이 되는 셈이다.
제약회사로의 진출도 마찬가지. 제약회사의 경우 약사가 많고 있는 많은 영역에서 꼭 약사를 써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이 부분은 6년제 졸업생들의 진로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정리돼야 할 과제로 보인다.
대한약사회는 약대 6년제의 실무 실습 및 재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업무추진을 위해 '약사교육특별위원회'를 설치, 운영한다.
이는 기존 약대 6년제T/T팀(팀장 조원익)이 약대 6년제 준비를 위한 교육과학기술부 연구 용역과정에 참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시적이고 한정적으로 운영, 소기의 임무를 마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약사교육특별위원회는 약대6년제와 관련한 사업을 담당할 전담기구로서 약국위원회, 한약정책위원회, 학술위원회 등과 연계해 실무실습 및 재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업무를 추진하게 된다. 한마디로 각론을 다루고 다듬겠다는 심산이다.
이 특별위원회에게 맡겨진 임무는 △약대6년제 시행에 따른 약국 실무실습 지원 및 관리 △기존 약사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 운영 △기타 약대6년제 이후 약사위상과 관련한 준비사업 추진 △약대 학제 개편에 따른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학계와 연계사업 추진 등이다.
위원회는 위원장 1인을 중심으로 부위원장 2인 이내, 위원장 및 부위원장을 포함해 20인 이내 위원으로 구성되며, 김 구 회장이 선임하게 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