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난 28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전문대학원 진학센터. 약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대학생과 직장인 50여 명 사이에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 10여 명이 강의를 듣고 있다.
이들은 2009학년도 대입 수시전형에서 고려대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주요 사립대에 합격한 예비 대학생들이다.
생명공학부에 합격한 한 학생은 "약사가 되고 싶은데 올해부터 약학과가 없어지고 약학대학원 체제가 되니까 방학 동안 미리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대학 입학은 `최종 합격`이 아니라 대학원 진학을 위한 `중간 단계`인 셈이다.
법학대학원 의치학대학원 약학대학원 등 인기 학과들이 대부분 대학원 체제로 전환되면서 대학원 진학을 일찌감치 준비하는 중ㆍ고생들이 늘고 있다.
대학 합격과 동시에 대학원 준비를 하는가 하면, 특목고 설명회에는 `어느 대학`이 아닌 `어느 대학원`에 가려면 어느 고등학교 진학이 유리한지에 대한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잠원동 S메디컬스쿨의 경우 약학전문대학원 준비반 학생 150명 가운데 10명이 고3 학생이다.
이 가운데 여학생이 7명, 남학생 3명으로 약학대학원에 대한 여학생의 높은 관심을 볼 수 있다.
이 학원 원장은 "약학입문 자격시험(PEET)의 응시자격이 대학 2학년 이상이어서, 생명공학부나 자연과학부 등에 합격한 예비대학생들이 벌써부터 PEET를 공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각 대학의 약학과가 폐지되고 약학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된다. 따라서 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약학과가 아닌 일반학과에 진학해 PEET에 통과해야 한다.
이들이 학원에서 듣는 과목은 주로 생물학과 화학, 물리 과목 등 대학 과목 수준.
아직 약학전문대학원 입시요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의학대학원 자격시험(MEET)에 비춰보면 생물, 수학, 물리, 화학 과목이 시험과목에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또, 약학대학원 진학시 학부 성적 반영 비율이 높아 미리 대학 과목을 선행학습하는 효과도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경우 지난해 각 대학과 사설학원들이 개최한 입시설명회에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대거 몰려든 바 있다. 결국 2009학년도 대입에서 로스쿨 진학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유전공학부의 인기가 단연 두드러졌다.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심지어 중학생조차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은데 어느 특목고를 목표로 공부하는 것이 유리하느냐는 질문을 하고 있다.
지난주 특목고 입시설명회를 개최한 하늘학원 임성호 이사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잦은 질문 가운데 `의학대학원에 진학하려면 어느 고등학교를 가는 것이 유리한가`에 대한 것"이라며 "학과들이 대학원 체제로 가면서 학부모의 고민도 대학원까지 확장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찬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