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47) - 2018 아시안게임을 지켜본 소회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여름도 처서를 고비로 한풀 꺾여 견딜만하다. 9월 들어 상큼한 날씨, 폭염을 이긴 자연과 사람 모두 좋은 열매 맺으라. 그 단초를 엊그제 폐막한 아시안게임에서 찾아본다.
8월 18일부터 16일 동안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열린 45억 아시아인의 스포츠축제 제18회 아시아게임이 9월 2일 저녁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카리노 스타디움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회의 슬로건은 아시아의 에너지(Energy of Asia), 아시아의 젊은이들이 한데모여 열정과 기량을 겨룬 이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금 49, 은 58, 동 70개의 메달을 획득하여 종합 3위를 기록하였다. 중국이 금메달 132개로 1위, 일본이 금메달 75개로 2위에 올랐고 북한은 금메달 12개로 종합 10위에 올랐다. 아쉽게도 대한민국은 1998년 방콕대회부터 5회 연속 이어온 2위 자리를 일본에게 내주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의 약진이 돋보이고 주최국 인도네시아가 금메달 31개로 4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이 금메달 21개로 5위, 국제사회의 외톨이 타이완이 금메달 17개로 7위를 차지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대한민국은 폐막 전날 열린 남자축구와 야구에서 일본을 꺾고 정상을 차지하는 등 값진 메달을 다수 차지하였고 여름 종합국제대회사상 처음으로 남북이 단일팀으로 출전한 카누와 조정, 여자농구 등 3개 종목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는 등 선전하였다.
대회최우수선수(MVP)에는 이번 대회 최다인 금메달 6개를 목에 건 일본의 수영 기대주 이케이 리카고(18세)가 선정됐고 대한민국 여자 사이클의 나아름이 4관왕의 영예를 차지하였다. 대한민국의 약점은 다수의 메달이 걸린 기초종목 수영과 육상의 부진, 그런 가운데도 수영의 김서영과 육상의 정혜림이 목에 건 금메달이 아쉬움을 달래준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인들이 특별히 주목한 경기종목은 남자축구와 야구, 우승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팬들의 기대와 달리 조별예선의 졸전으로 벼랑 끝에 몰린 후 험난한 과정을 거쳐 대망의 우승을 일궈낸 선수단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축구불모지를 4강으로 이끌어 베트남을 열광시킨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에 찬사를.
폐막 전날인 9월 1일 오후에 여자배구, 남자야구, 남자축구의 한일대결이 펼쳐졌다.
첫 번째는 여자배구 동메달결정전, 4시에 시작한 경기에서 둘째세트까지 1:1이다가 3세트를 여유 있게 이기더니 4세트에서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가까스로 3 대1의 승리를 가져왔다. 한일전은 가위, 바위, 보도 이기고 싶다는데 첫 단추를 잘 끼워 기분이 좋다.
두 번째는 남자야구 결승전, 이틀 전의 대결에서 5:1로 이긴 바 있으나 대한민국이 조별예선에서 1:2로 패한 타이완을 5:1로 꺾고 결승에 올라 승패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 1회 초 일본의 공격을 1사 1,2루 상황에서 무실점으로 잘 막아낸 대한민국이 1회 말 1사 만루 찬스에서 안치홍 5번 타자가 2점을 뽑아내는 결승안타를 날려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다. 3회에는 박병호 4번 타자가 쐐기 홈런을 날려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선발투수 양현종의 호투를 발판으로 3:0 완승을 거두어 한시름 놓았다.
세 번째는 남자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이 국제대회 결승에서 맞붙기는 처음이라는 빅 이벤트다. 전원이 21세 이하의 약관으로 구성된 일본 팀보다 세계적 선수인 손홍민을 비롯하여 이 대회 9득점을 올린 황의조, 월드컵 독일 전에서 무실점한 조현우 등 와일드카드 3명이 포함된 대한민국에 무게추가 기울지만 승패는 겨뤄봐야 판가름 나는 것 아닌가. 경기시작부터 주도권을 잡은 대한민국은 여러 차례의 득점찬스를 골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전도 상대진영의 골문은 열리지 않고 0:0 무승부, 연장전에 들어가는 상황이 아슬아슬하다. 연장전에 임하는 선수들의 몸놀림이 민첩하여 다행이라 여기는데 5분이 채 지나기 전에 이승우의 벼락같은 슛이 골 망을 가른다. 승기를 잡은 것으로 여겨 남은 시간을 잘 버티기 바라는 중 황희찬의 통렬한 헤딩슛이 골로 연결되어 승부에 쐐기를 박는다. 연장 후반 한 골을 내주었으나 경기는 2:1로 마감, 한일전 대미를 승리로 장식하였다. 아내의 친구가 카톡에 올린 환호성, 9.1절을 축하합니다! 다방면에 경사와 축하가 이어지는 9월이어라!

한국의 주장 손흥민이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2:1로 꺾고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대표팀 스태프에게 펄떡 뛰어 안기며 기뻐하고 있다.
* 아시안게임과 개인적 인연을 가진 것은 1986년 서울에서 열린 개막행사에 참석한 것이 처음, 그 대회에서 육상 여자 3,000미터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라면소녀 임춘애의 분전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두 번째는 1998년의 방콕 아시안게임, 그때 한겨레신문이 한국전력의 후원을 받아 남북공동응원단을 구성한 행사에 참여하여 400여명의 일행이 전세비행기로 동행하였다. 응원일정은 그해 12월 12일부터 17일까지 5박6일, 그때 참관한 경기는 한일 남자야구 준결승(박찬호가 투수로 등판한 경기에서 9:2로 대한민국 승리), 대한민국과 북한이 동시 출전한 헨드볼 경기(북한은 타이를 44: 12, 대한민국은 중국을 31:16으로 이겼다.), 대한민국과 중국이 맞붙은 남녀 배구 결승전(중국이 각기 3:1로 이겨 우승) 등이었다. 스케줄에는 대한민국이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 남자축구 준결승전이 포함되었으나 8강전에서 주최국 타이에 석패하여 관람을 취소하기도. 그때 아시아 축구 최강으로 알려진 대한민국을 격파한 타이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홰외가수로는 유일하게 한국아이돌 슈퍼주니어와 아이콘이 참가해 한류콘서트를 방불케하는 열기를 연출했다. 2018 아시안게임의 슬로건인 ‘아시아의 에너지’처럼 한류를 포함한 열정과 환희가 아시아 전역에 가득하라!

첫댓글 덕분에 아시안 게임의 이모저모를 보게 됩니다.
ㅋ가위바위보도 이기고 싶다는 한일전 이야기에 웃음이 납니다.
오늘 새벽에 5.4강도의 지진이 발생한 일본,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늘도 에너지 넘치는 하루되시길~^^
야구.축구땜에 통쾌통쾌~~~
아시안게임을 더 자세히 알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