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 마틴의 브랜드 심벌
이번에 우리나라에는 처음 수입되는 영국의 브랜드 애스턴 마틴(Aston Martin)은 007 본드카로 더 알려져 있기도 하다. 애스턴 마틴의 정식 회사 명칭은 「애스턴 마틴 라곤다 유한회사(Aston Martin Lagonda Limited)」이며, 이 이름은 1913년에 처음으로 회사를 설립한 라이오넬 마틴(Lionel Martin)과 로버트 범포드(Robert Bamford)의 이름, 그리고 회사의 소재지 애스턴 클린턴(Aston Clinton)에서 열린 「애스턴 힐 스피드 힐 클라임(Aston Hill speed hillclimb)」 경기대회 명칭 등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라곤다의 브랜드 심벌
라이오넬 마틴과 로버트 범포드가 설립한 회사 「범포드 & 마틴(Bamford & Martin)」은 「싱거(Singer)」라는 메이커에서 만든 차량을 판매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었으나, 1915년에는 공장을 사들여서 직접 차를 만든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 때 라이오넬 마틴과 로버트 범포드 모두 군인으로 복무하면서 자동차 생산은 중단된다. 전쟁이 끝난 후 「애스턴 마틴」 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회사를 설립해 차량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1920년에 범포드는 회사를 떠났지만, 그 이후에도 프랑스 그랑프리 경주 출전을 위해 라이오넬 마틴은 「범포드&마틴」 이라는 이름으로 차량을 만드는데, 1921년에 만들어졌던 차량 「Ulster」부터 고성능을 추구하는 기술 특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1921년에 만들어진 Ulster
1924년에는 운영자금 부족으로 파산하고, 다른 주주가 선임되지만, 1925년에 다시 파산해 1926년에 문을 닫는다. 그 뒤에 주주들이 다시 모여들어 「애스턴 마틴 모터스(Aston Martin Motors)」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세우고 엔진과 차량을 만들기 시작한다. 1932년에도 재정문제가 생겼지만, 다른 투자자를 통해 회생하고, 1936년부터는 실용적 차량 제작과 판매에 집중한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자동차생산을 중단하고, 항공기 기체를 제작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7년에 데이비드 브라운 경(Sir David Brown)이 회사를 인수하는데, 이때 애스턴 마틴과 생산설비를 같이 사용하던 메이커 「라곤다(Lagonda)」도 함께 인수해서 생산을 시작한다. 이후부터 데이비드 브라운 의 이름을 약자로 사용해 명명된 DB 시리즈가 개발되기 시작한다. DB시리즈는 1963년에 개발된 DB5가 첩보 영화 007시리즈에서 일명 ‘본드카’로 등장하면서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애스턴 마틴 DB5는 007 본드카로 더 유명하다
애스턴 마틴은 주로 GT(Grand Tourer) 형식의 차량, 즉 안락성을 중시한 고성능 차량들을 개발한다. 1965년에는 본드카였던 DB5 후속으로 DB6를 비롯해서 1967년에는 DBS를 내놓는다. 그러나 재정적 압박은 계속되어 1972년에는 <컴퍼니 디벨롭> 이라는 회사로 매각되었고, 이후 기업개선작업으로 수익이 증가하면서 1977년에는 360여 명의 종업원을 새로 고용하고, V형 8기통 엔진을 탑재한 모델과 1978년에는 <볼란테(Volante)> 컨버터블 등을 개발해 생산한다.
1967년형 DBS
1978년형 V-8 볼란테 컨버터블
이후 건틀레트는 자동차경주에 참가하기 위해 변화된 엔진 규정에 맞도록 포드 계열의 「코스워드(Cosworth)」과의 협업으로 1992년에 DB7을 개발한다. 이후 대형 엔진의 개발도 진행되어 2010년에는 12기통 5,000cc의 밴티지(Vantage) 모델이 개발된다.
자가토의 로고
애스턴 마틴의 대형 세단 라곤다
1980년대에 와서는 이탈리아의 디자인 스튜디오 「자가토(Zagato)」를 인수하고, 007 시리즈 영화에 애스턴 마틴을 다시 출현시키는 등 적극적 마케팅을 펼친다. 1980년에는 빅터 건틀레트(Victor Goauntlett)라는 인물의 투자로 다시 차량생산이 시작되는데, 1976년에 개발된 세단들 중 가장 고성능이었던 라곤다(Lagonda) 세단 모델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이 차는 오일 달러가 넘치는 오만,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국가의 부호들을 중심으로 판매된다.
1994년에는 미국 포드자동차에 인수되어 포드의 고급 브랜드 「PAG (Premier Automotive Group)」의 일원이 되었으나, 2007년 3월에 다시 매각된다. 이후에는 쿠웨이트의 「다르 투자회사(Dar Investment)」와 「아딤 투자회사(Adeem Investment)」, 그리고 영국의 사업가 존 신더스(John Sinders)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고, 포드는 지분의 일부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2010년에 등장한 12기통 엔진의 밴티지
애스턴 마틴의 차량들은 고성능 엔진으로 차량의 성능도 높지만, 그에 못지않게 안락성을 중시한 차량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고성능 스포츠카들은 성능에 치중하면서 안락성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것과는 달리, 애스턴 마틴은 럭셔리 스포츠카라는 콘셉트에 의해 성능과 안락성을 높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한 특징은 고가의 제품이 되어 사실상 시장도 좁고 생산량이 적은 결과로 나타나게 되어, 마치 인기가 높지 않은 브랜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최고급 차량의 시장은 좁을 수 밖에 없고, 그러한 희소성이 애스턴 마틴의 또 다른 특징이면서 매력이 된 건지도 모른다.
애스턴 마틴의 차량은 사실 다양하지는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 DB라는 이름을 가진 애스턴 마틴의 모든 차종들이 하나같이 한눈에 애스턴 마틴 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고유의 특징을 가진 개성 있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1948년형 DB1
1947년에 데이비드 브라운 경(Sir David Brown)이 회사를 인수하고 난 뒤에 그의 이름을 이용해서 명명된 DB 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이 1948년에 발표된 DB1 이다. 그러나 DB1의 차체 디자인은 지붕이 없는 차체구조에 분리형 앞뒤 펜더 등 1930년대 후반의 차체 스타일 양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2차대전으로 인해 새로운 디자인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한 때문이었다.
초기 형태 그릴의 1950년형 DB2
이후에 등장한 DB2에서는 철제 지붕을 가진 3박스 차체구조에, 일체형 펜더로 변화되었고, 애스턴 마틴 차량 특유의 물고기 입(fish mouth)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태가 처음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한 ‘물고기 입 모양’은 아니었고, DB1모델에서 중앙에 큰 라디에이터 그릴과 양측에 작은 그릴로 나뉘어 있던 것이 DB2에 와서는 하나로 통합된 형태로 단순화된 것이었다. 이후 1957년형 Mark III 모델에서 그릴의 전체 형태가 좀 더 곡선형으로 정리되면서 마치 물고기가 입을 벌린 듯한 모양으로 변해서 나타난다.
물고기 입 모양으로 그릴의 형태가 정돈된 1957년형 DB Mark III
1955년에 브라운 경은 틱포드(Tickford)라는 코치빌더의 공장을 인수해서 애스턴 마틴이 DB 시리즈 차량을 원활하게 생산하기 위한 초석을 놓는다. 1957년에 DB Mark Ⅲ, 그리고 1958년에는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자가토에서 디자인한 DB4 등을 발표한다.
1958년에 발표된 DB4
이후 1963년에 등장한 DB5의 차체 디자인은 DB4에서 마치 개구리 왕눈이처럼 돌출돼 있던 원형 헤드램프를 펜더의 곡면과 일체감 있게 만들면서 공기역학적 디자인으로 변화된 것을 볼 수 있다. 이 모델 DB5는 첩보영화 007 시리즈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차량으로 등장하면서 소위 ‘본드카’로 불리며 유명해지기도 한다.
'본드카'로 더 많이 알려진 1963년형 DB5 모델
35%에 이르는 DB5 모델의 긴 후드
DB 시리즈들은 자동차경주를 통해 개발된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성능에 대한 평판을 얻기 시작한 것은 DB4 모델에서부터였고, DB5에 와서 그러한 평판이 정착된다. 이러한 고성능의 평판은 차체 디자인에 의해서도 더욱 강조되었는데, 엔진의 크기를 반영한 긴 후드 비례에 의한 건장한 비례로 인해서이다. 이러한 긴 비례는 초기의 Ulster 모델에서부터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이른바 GT(Gran Tourer) 라고 불리는 고성능 후륜 구동 쿠페의 비례를 가장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비례는 DB9은 물론이고 최근에 등장한 뱅퀴시나 밴티지 같은 모델에서도 동일하다. 사실 최근에는 이런 긴 비례의 후드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1994년형 DB7
예외 없이 긴 후드 비례의 DB7
애스턴 마틴은 대량생산 메이커의 차량 생산 방식과는 구분되는 특징을 볼 수 있는데, 영국의 전통적 공예적 생산방식에 바탕을 둔 소량생산 스포츠카 메이커로써 차량의 구조와 내/외장 부품의 품질과 디자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런 생산방법적 특징 이외에도 차체 부품에는 소재의 성형방법의 한계 때문에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재료인 탄소섬유를 사용해서 제작된 부품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것이 수공업 생산방식의 특징이다.
2010년에 등장한 애스턴 마틴 뱅퀴시
극소량 한정 생산된 애스턴 마틴 ONE-77
시원스러운 선으로 디자인된 애스턴 마틴 ONE-77의 실내
또한 완전히 주문에 의해서 수공업으로 극소량이 생산되는 모델 애스턴 마틴 「ONE-77」의 내장 부품에서는 모든 부품들이 마치 금속공예나 가죽공예 제품과 같이 정교하게 만들어진 마무리 상태로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단지 소재나 마무리의 고급스러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량의 성능에서 고성능 GT카 임을 암시하는 시원스럽게 쭉쭉 뻗은 선에 의한, 여유 있는 공간을 넉넉하게 소비(?)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디자인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기술적인 비중이 높은 독일의 스포츠카, 혹은 브랜드의 전통이 강한 이탈리아의 스포츠카와도 구분되는, 애스턴 마틴 만의 성능을 강조한, 그리고 고급승용차의 특징을 함께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첫댓글 애스톤마틴 뱅퀴시의 보석같은 계기반을 보고...헉~하며 놀랐던 적이 있었죠. 한동안 바탕화면에 깔아둘만큼. 정말이지 외계인이 만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시절이었어요. 그러다 차츰 한 두번 몰아볼 기회가 생기고, 실제 보면서....재규어의 럭셔리 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니 좀 멀어지더군요. 같은 가격이면 페라리 가고요, 질리면 다른 맛이 그리워질때 잠깐 인연을 맺고 싶은 그런 차라는 생각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스크랩 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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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동 사거리에 시승차가 자주 돌아댕겨요 ㅎㅎ
영국 브랜드들은 다들 역사가 많군요~~
잘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