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4시를 막 지난다.
노고단에서 일출을 보러 후다닥 나가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화장실에서 헛책을 읽느라 포기한다. 춘분 지난 지가 오래니
천왕봉 주변으로의 일출도 못볼 것이라고 스스로 핑계를 댄다.
45분이 지나 다시 문을 열고 만복대 능선을 찍어본다. 운동장을 지나며
중천에서 별 두개를 거느리고 있는 밝은 반달을 본다.
지리산온천랜드를 지나 솔봉 입구에 서니 5시다.
오늘은 솔봉을 지나 6시까지 힘껏 걷고 돌아오기로 맘먹고 힘을 내어 오른다.
숨은 거칠어지고 목은 꺽꺽해지지만 발걸음을 세며 부드러운 능선을 오른다.
솔봉에는 30분이 안되어 도착한다.
만복대 뒷쪽과 건너편 견두산이 깨끗하다.
묘재를 지나 계속 나아가 지난 번 되돌아간 금지판을 넘는다.
잠깐 나아가니 찻길이 고개를 감고 지나간다. 아마 수락재인가보다.
깎인 도로가 조망을 열어부어 잠깐 주변의 산줄기를 본다.
붉은 절개지 옆으로 올라 산길을 계속 나아간다.
출입금지 안내판을 또 지나며 지도를 보니 투구봉이 앞인 모양이다.
땅비싸리가 가득한데 무릎을 꿇어 보지 않고 부지런히 걷는다.
6시가 지난다. 부드러운 투구봉을 지나 내리막에 서니 앞에 봉우리 하나가 우뚝하다.
올라가기를 포기하고 돌아온다.
10분쯤 걸어 수락재에서 견두산쪽의 조망을 보려고 뒷길로 걸어본다.
견두지맥의 밤재쪽과 그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다름재 가는 능선을 보고 온다.
산 능선 가까이까지 집이 보이고 나무도 베어져있다.
찻길을 따라 구비진 길은 고약하다.
만복대 뒤에서 쏟아져 오는 햇볕이 든 동네를 내려다보고 사진을 찍으며 내려온다.
축사도 지나고 대문과 꽃담을 예쁘게 꾸민 집들도 지나는데 반쯤은 문이 잠겼다.
신평마을 뒤다. 방호정 앞 다리를 건너 방으로 돌아오니 7시가 지난다.
밥을 앉혀두고 상추에 물을 주고 차 위에 앉은 송화가루에도 물을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