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에 반했다. 그런 사랑을 오랫동안 기다려왔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는다. 정말 첫 눈에 다리의 힘이 쫙 풀리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결혼을 염두에 두고 대시했다. 미친 놈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첫눈에 ‘이 사람은 내 여자다. 평생을 함께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난 4월 5일 부산의 한 호텔 헬스클럽에서 혜진이를 처음 봤다.
운동을 하러 헬스클럽에 갔는데 러닝머신을 하고 있는 혜진이를 봤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아 혜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였는데도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이었다. 살면서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정말 영화 속에서나 나올 만한 일이지 않나.
난 혜진이가 러닝머신 하는 것을 그냥 뒤에서 지켜봤다. 그러다가 같이 간 후배에게 “저기 저 아가씨 몇 살처럼 보이냐?”고 물었더니 “중학생 같아 보인다”고 하는 것이었다.
너무 실망스러웠다. 말도 못 걸어보고 마음을 뺏긴 여인이 중학생이라니…. 혜진이가 워낙 동안인데다 운동복을 입고 있으니까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그때 혜진이가 함께 온 엄마, 남동생과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마음 속으로 ‘다시는 못 보겠구나’하고 아쉬웠던 난 나도 모르게 뒤를 쫓아나갔다. 아무리 중학생이라도 말이라도 붙여보고 싶었다. 그냥 여기서 헤어지면 다시는 못 볼테고 그러면 너무 오랫동안 아쉬워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을 걸었다. 이름을 물어본 후 “혹시 고등학생이세요?”라고 물었다. 혜진이가 “아니에요”라고 답하자 다시 “그럼 중학생이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니요, 대학생인데요”라는 답이 왔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입력시간 2002/08/29 14:55
[박신양 러브스토리] 첫눈에 반한 사랑<2>
혜진이에게 말을 붙인 다음이 문제였다.
워낙 말주변이 없다 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부들부들 떨기만 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후배가 함께 저녁식사 하는 자리를 마련해줬다. (그 후배에게 너무 고맙다. )
그 인연으로 우리는 계속 만나게 됐다.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혜진이가 날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편하게 대해준 점이다. 무작정 접근했으니 두렵기도 했을텐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날 색안경 끼고 보지 않았다.
그런데는 혜진이 어머님의 도움이 무척 컸다. 그 날 저녁식사 자리부터 적극적으로 밀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CF 촬영 때문에 해외에 갔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 날 이후 거의 매일 만난 것 같다.
첫 만남 며칠 뒤 난 편지로 프로포즈를 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행복, 결혼에 대해 썼는데, 대충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바람과 꽃내음, 발코니 같은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결혼은 시간이 나면 같이 여행하고 자전거를 타는 그런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첫 편지였기에 사랑한다는 말을 쓰지 못했지만 내 온 마음을 담았다.
혜진이는 “오빠는 편지 같은 것 안 쓰는 사람인 줄 알았다”면서 무척 감동하는 눈치였다.
데이트는 주로 혜진이 집과 내 차 안에서 했다. 서울로 올라온 뒤 처음엔 카페에서 만났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쳐다봐서 다음부터는 사람 많은 곳에는 안 갔다. 혜진이 어머님과 함께 영화 보고, 드라이브 다닌 것을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