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
청년의사 눈에 비친 교도소의 내밀한 풍경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23호(2021.11.15)
저자: 최세진 모교 병원 수련의
최세진(전기정보08-14) 동문이 교도소에서 3년간 공중보건의로 활동 후 그 기록을 담은 ‘진짜 아픈 사람 맞습니다’(어떤책 출간)가 교정시설 의사가 쓴 첫 번째 책으로 언론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책 출간 후 6곳의 주요 매체에서 단순 책 소개가 아닌 인터뷰로 최 동문을 조명했다. 홍보력이 있는 큰 출판사도 아니다.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교도소의 내밀한 세계를 단정한 필치로 그려낸 동시에, 청년 의사의 세상을 향한 조용한 외침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장강명 소설가는 “교도소와 구치소라는 기묘한 공간, 거기서 범죄자들을 치료해야 한다는 기묘한 상황, 그 공간과 상황을 읽는 동안 역설적으로 모든 인간과 보편 윤리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시선과 사유가 모두 따뜻하면서 날카롭다. 동정을 강요하지 않으며 현실을 외면하지도 않으니, 책장을 펼치길 망설이는 분이라면 안심하시길”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최 동문은 한때 총동창신문의 학생기자로 활동하며 연건캠퍼스의 소식을 전해준 인연이 있다. 모교 병원 인턴으로, 대학원 박사과정생(중개의학)으로 바쁘게 사는 최 동문은 집필 동기에 대해 “재소자들의 건강 여부가 어떻게 재범을 낮추고 사회를 보다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기회를 이 책을 통해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정시설은 사회의 다른 어떤 집단보다 소외된 의료서비스의 현실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또는 원만하지 않은 가정 및 교육환경으로 인해, 부족한 건강 상식으로 인해 또는 특정 질환자(마약중독환자나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부재로 인해 아픈 이들이 교정시설에 모여 있습니다. 교정시설의 이 아픈 사람들을 통해, 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되는지 조망해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021년 현재 전국 교정실(교도소와 구치소)은 54개다. 교정시설은 의사 한 명 당 1일 진료가 평균 277건으로 일반 공공 의료 시설보다 훨씬 많고, 수용자들의 민원과 고소에 빈번하게 노출되는 곳이다. 교정시설은 의사에게 ‘기피 근무지’다. 최 동문이 교정시설 공중 보건의를 자원한 까닭은 뭘까. “호기심이 가장 컸습니다. 공중 보건의를 할 때 아니면 이런 경험을 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은 고려대 김승섭 교수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책에서, 교정시설에서 공중 보건의사로 근무하셨던 얘기를 짧게 다루고 계신데, 실제 제 눈으로 교정시설과 수용자들의 건강 실태를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최 동문은 순천교도소와 서울구치소에서 3년간 공중 보건의로 활동했다. 근무 초기엔 진료실 책상 밑에 테이저건이라도 숨겨 둬야 하나 고민했고,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된 근무 환경에 스마트폰 금단증상을 겪기도 했다. 의사로서 첫 직장이었기에 2차적 이득을 위해 꾀병을 부리는 환자와 진짜 환자를 구분해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많은 약을 요구하는 환자에게 뜻대로 주지 않을 경우 인권위 진정 및 고소 고발을 당하기도 해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범죄자이면서 동시에 아픈 환자인 그들을 치료하면서 배운 점이 훨씬 많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많은 경우 극단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습니다. 범죄와 표면적인 아픔 그 뒤까지 바라보는 시야를 조금이나마 갖추게 됐습니다.” 최 동문은 신경외과 전공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큰 꿈은 진료, 연구, 교육을 모두 잡는 의사가 되는 것. 의료처우 개선에 기여한 공로로 2020년 법무부장관상을 받았다. 김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