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가 엄청 내리더니 날씨가 완전히 겨울분위기로 바뀌었다.
술마신 후유증도 만만치 않고 뭔가 확실하게 긴 시간동안 집중을 하며 몸을 살려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1시간 짜리 런닝머신을 타는 대신에 모악산으로 행선지를 잡았다.
닭지붕에서 매봉까지를 중심으로 하는 코스도 좋고 중인리에서 매봉으로 길게 올라가는 능선길 코스도 좋은데... 이왕이면 그간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코스를 접해보는 방향으로... 결국 독배마을을 기점으로 해서 매봉까지 왕복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그런데 독배마을엔 주차여건이 어느정도일지... 처음엔 독배길 지방도 노견에 주차를 해놓고 올라갔다 오려고 했는데 행여 누군가 불편해 할 수도 있겠고 비록 노견이라고 해도 늘 차가 지나다니는 2차선 옆에 몇시간 동안이나 주차를 해둔다는 게 내키지 않는다.
게다가 그랜저를 타고 다닌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데 주차번호판이 없다.
아니 찾지를 못했다.
당연히 싼타페에서 떼어다가 이쪽에 달아놨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큰 착각이었네.
아반떼에서 떼어낸 집사람 전화번호는 싼타페에 잘 붙여놨는데 그걸 착각한 듯.
어쨌든 그 번호판 때문에라도 보다 안정적인 곳에 주차를 해야될 상황.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넓다란 공터도 있고 모악 베이스캠프라고 이름이 붙여진 사설 체험시설도 제법 규모가 있게 운영이 되고 있었다.
공터에 주차를 하고 급한대로 명함 한장을 간신히 찾아 데시보드에 올려놓은 뒤 말리를 앞세워 산행 시작.
낙엽이 수북이 쌓인 경사면을 한없이 올라가다보니 확실히 예전보다 떨어진 체력을 실감하게 된다.
내려올때 걱정도 제법 드는데...
워낙 수북하게 낙엽이 덮힌 경사로 노면은 미끄럼과 엉덩방아의 지름길인지라
거의 1Km 가까이 올라갔을 무렵에야 첫번째 능선길이 나오고 이후로는 경사는 다소 완만해졌지만 바위틈새로 위태롭게 가야하는 난코스가 이어진다.
그리고 운전용 목장갑을 제대로 끼고 있음에도 손이 시려워서 힘들 정도로 공기가 차겁고 바람조차 만만치가 않다보니 땀이 날까 걱정했던 것과 정 반대가 되어간다.
짧은다리로 어찌할 수가 없는 몇군데에서 말리를 집어 올리기를 반복하다보니 웬지 낯이 익은 듯한 삼거리 이정표가 나오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중인리에서 산불감시초소 전망대를 거쳐 매봉으로 올라가던 그 코스와 여기서부터 겹치는 경로였다.
매봉까지 3Km가 조금 넘었는데 길이 상당히 험한 코스인데다 누적상승고도를 500가량이나 견뎌야 하기에 소요시간도 1시간을 살짝 넘겼음에도 결코 편치만은 않았다. (매봉 해발고도 620m)
몸이 다시 추워질 때까지 여유있게 숨을 돌리다가 오던길 그대로 되돌아가는 하산길에 들어간다.
아까 올라올때 첫번째 갈림길이자 봉우리에서 독배고개 정상방향으로 가는길에 잘못 들어서며 수백미터를 이색체험 했는데 이쪽길이 더 평탄하고 좋다는 건 분명하다. 다만 거기엔 주차를 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등산의 기점으로 삼긴 힘들기도 할 듯.
중간에 두 개의 봉우리에는 헬기에서 내려놓은 시설자재가 그대로 놓여있었는데 아마도 커다란 표시판이나 경보기를 설치하려는 듯 보인다.
내려가는 길 급경사 낙엽구간에서 아닌게 아니라 두어차례 미끄덩이 나오고 저 앞에가는 말리에게 시선이 옮겨갔는데 녀석 아랑곳하지 않고 사륜구동을 자랑하며 달려가고 있다. 아빠가 미끄러지거나 부상을 입는 상황이 그간 없었기 때문에 제딴엔 안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산길엔 59분이 소요되었으니 올라갈 때나 큰 차이는 없었지만 수백미터를 더 돌았고 편하게도 내려왔으니 당초 걱정보다는 훌륭한 마무리가 되었다.
말리는 서신동물병원 미용실에 예약을 잡아서 바로 그곳으로 직행하고 난 집에서 씻고 숨 좀 돌린 뒤에 녀석과 다시 만났다.
몸무게가 4.5Kg이나 되는 말티즈계의 강호동이 된 녀석이기에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데... 그건 그렇고... 돈을 들여서 목욕과 미용을 해놓으니 복실복실 더이상 이쁠수가 없다.
역시나 나의 훌륭한 운동 파트너 말리.
네가 있어서 오늘도 행복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