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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가믈 때에는 이제 막 심은 오이나 가지나 고추,
토마토 들이 목이 말라 하는 것이 보기에 딱했다.
요즘은 장마기간이라 비가 잦아서 좋다.
오이의 키 하루가 다르게 큰다.
며칠 전부터 오이 열매가 자라기 시작하더나
벌써 4개나 따왔다.
"장마에 물외 크듯이 잘 큰다."하던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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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도 키가 훌쩍 커서 지주보다 더 커 버렸다.
오늘 아침에는 작은 대나무 막대기로 지주의 키를 높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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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나가면 튼실한 토마토들이 많다.
밭에서 기른 것보다 크고 맛도 더 좋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텃밭에다 토마토를 심는다.
농사 짓는 재미를 잊지 못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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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도 열기 시작하고 고추는 제법 많이 열었다.
덜 매운 아식이 고추 모종을 심고 농약도 치지 않는다.
여름 내내 풋고추를 따서 먹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쁘게 자라는 고추를 따다가 먹어보니 상당히 맵다.
나는 참아가며 먹지만 내자는 나보다 더 매운 것을 먹지 못한다.
이제 꽃 떨어지자마자 따와야겠다.
종묘상 주인에게 "왜 안 매운 아삭이고추 달랬는데 매운 고추 모종을 주었느냐?"고
불평을 하면 "고추가 원래 매운 것 아니냐?"고 하며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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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옥수수가 암꽃과 수꽃이 피고 옥수수 몸집이 점점 커간다.
해마다 조밀하게 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나중에 크고 보면
너무 조밀하여 열매가 작다. 땅에 아까워서 널찍하게 심지 못하나 보다.
한 그루에 하나 정도만 알이 차고 나머지는
알이 조금 들거나 아예 들지 않는다.
그래도 하나민 두고 떼려다가 전체를 상하게 할 수도
있어서 옥수수에게 맡기기로 하였다.
저렇게 많은 옥수수를 두 노인이 다 먹느냐고요?
성남과 울산 지점에도 보내고,
이웃에 사는 종외손자에게도 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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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들깨 잎을 딸 때가 되었네요.
들깨가 건강에 좋은 작물이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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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줄이 많이 나갔다. 처음에는 고구마 순을 시장에서 사다 심고,
2차에서부터 3차까지는 우리 교회 엄장로님이 주신
함안 고구마에서 싹을 내어 옮겼다.
엊그제 비 오는 날 3차로 순을 옮겨심었는데,
5월에 심은 거나 6월말에 심은 거나 수확해 보면 거의 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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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5포기. 당뇨에 좋다고 하도 내자가 심어보라고 하여
포기당 1000원씩 주고 심었다. 내 평생 처음 심어보는 여주 농사이다.
3월에 심은 씨는 이제사 싹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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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심은 땅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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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로 심은 8월 옥수수.
작년에 경기도 이천의 어느 목사님깨서 보내주셨던 옥수수
를 남겨 두었다가 심었다. 옥수수 2모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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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작물 농사에는 물이 있어야 농사짓기 수월하고
채소도 부드럽고 열매도 크게 자란다.
원래 물이 귀한 밭이라 작은 창고 지붕에서 받은
물을 사용한다.
모종을 갓 옮겼을 때나 씨앗을 뿌렸을 때
물이 모자라면 낭패를 당한다.
이렇게 20년 가까이 농사를 지을 줄 알았으면
내 땅이 아니라도 수도시설을 했을 텐데
해마다 그냥저냥 지내다 보니 벌써 20년이나
되었다.
이제 힘에 부쳐 플라스틱 통에 물 두 통을 이틀간 옮겼더니
몸에 이상 신호가 왔다.
공원의 수돗물을 탱크에 받아쓰는 젊은이도
물 한통 나누어 줄줄을 모른다.
세상 젊은이들의 인심이 이렇게 야박하구나.
올 가을까지만 채소밭을 가꾸고 그 때에 호미를 씻어야겠다고
다짐한다. 할매가 더 저극적으로 말린다.
재미로, 맘으로 농사짓겠다고 하지 말고
몸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고.
누가 신고를 했는지 공원의 수돗물도 잠가 버렸다.
그 사람은 혹시 이 늙은이를 원망하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그 젊은이의 소행이 맘에 서운했으나 신고까지 할 수야 있나.
공원의 수돗물을 시냇물 처럼 쓰면서
이웃 사람들에게는 나누지 않아 괘씸하게
생각한 사람이 더러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