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새
임 애 월
한겨울 내내 눈이 내리지 않았다
산맥을 넘어온 바람은
온 동네 골목을 불한당처럼 휘젓고 다녔다
짧은 햇살이 잠깐 머물다 떠난 서쪽 봉우리가
가끔씩 낮은 구름 속에 갇히고
언 강을 건너온 소식은
비수처럼 생살을 파고 들었다
맑고 순하던 미소 하나가
순식간에 먼 빛 속으로 사라지고
세상은 가시투성이 곶자왈이 되었다
3천 겁의 인연으로 축복처럼 날아왔던 그대
이별의 순간은 너무 짧아 허망했다
발길 닿는 데마다 푹푹 꺼져내리는
싱크홀 같이 우울한 지상의 겨울
회빛 구름 가득한 하늘가
가시나무에 걸린 겨울새 한 마리가 내지르는
소리없는 비명의 처절한 신음
서역하늘 한끝
점점 멀어져간다
2020년 1월
첫댓글 그 겨울도 시간을 이길 힘은 없지요.
우리들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