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서 금메달이라는 찬란한 꽃을 피웠다.
배수의 진를 치고 매트 위에 선
김성범(27·KRA)이 유도 피날레를 금메달로 장식하며 한국 유도사상 아시안게임 무제한급 첫 우승의 영광까지 덤으로 얻었다.
김성범은 6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스포츠클럽 유도장에서 열린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무제한급 결승전에서 미란 파샨디(이란)를 연장 접전끝에 발뒤축걸기 유효로 꺾고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86 서울 아시안게임부터 정식 종목이 된 무제한급은 98 방콕 대회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3차례 열렸는데 모두 일본 선수들이 우승을 독차지한 일본의 무풍지대. 그러나 김성범이 무한투혼으로 일본의 아성을 여지없이 무너뜨린게 큰 의미가 있었다.
김성범은 경기 시작 1분06초 만에 상대의 금속성 무릎 보호대 착용 문제를 항의했지만 주심이 실격패를 주지 않고 보호대를 빼고 다시 경기에 나서게 하는가 하면 경기 종료 10초를 남기고 김성범에게만 지도를 주려하는 등 악재를 딛고 통쾌한‘골든 스코어’를 뽑아냈다.
190㎝ 114㎏의 김성범에 비해 상대는 194㎝ 151㎏의 거구. 힘 대결에선 마치 태산인듯 꿈적도 하지않아 승산이 없었다. 그러나 스피드와 지구력에서는 김성범이 한 수 위였다. 김성범은 빠른 스피드로 기술을 걸고 빠지기를 여러차례. 3분여가 지나자 파샨디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 사이 지도 한개씩을 받았으나 부심들이 똑같이 무효를 선언해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 갔다.
파샨디가 몸에 둔해진 것을 파악한 순간 김성범은 상대의 무게중심을 빼앗는가 싶더니 연장 49초 발뒤축걸기로 상대를 쓰러뜨려 유효를 따내며 포효했다. 자신의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이었다.
군미필자인 김성범은 나이가 꽉 차 아시안게임 출정 전 국군상무부대 입대 지원서를 낼까 말까 망설였다. 그러나 그는 입술을 앙다물고 결단을 내렸다. 금메달을 못 따면 일반병으로 군에 입대해 유도를 포기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치고 상무 지원서를 포기했다.
그 강인한 의지는 신도 감복했다. 세포 한개 한개에 투지가 샘솟았고 힘든 역경의 순간에도 실핏줄안에 숨어있던 에너지는 살아서 용솟음쳤다. 파샨디가 난적인 일본의 다카이를 꺾어주는 행운도 얻었다. 파샨디는 지난 2001년 김성범이 처음 대표로 뽑혀 출전한 코리아오픈에서 패배를 안긴 인물이었기에 기쁨이 더했다.
김성범은“아테네 올림픽에선 어이없게 져 분했는데 드디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다. 2006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외할머니가 늘 나를 위해 기도해주셨는데 (운동을) 잘 하는 것도 못보고 돌아가셨다”며 금메달을 할머니 영전에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