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인권사무소와 한림대 자유교양전공 비교과연구모임이 후원하고 춘천여성민우회가 주최하는 여성학 대중 강좌 '내가 만난 페미니즘' 1강 장일호 작가님의 강의 들었습니다. 강사님은 저서 <슬픔의 방문> 내용을 바탕으로 작가로서, 기자로서 느끼고 경험한 여성주의를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또 평소 좋아하던 문장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여성은 지나치게 겸손할 때가 많다며 "성평등이란, 단순히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도 커다란 실패를 허용하는 것"(<페미니즘을 팝니다> 앤디 자이슬러)이라는 말을 인용하였습니다.
책 제목 <슬픔의 방문>에서 방문은 '어떤 사람이나 장소를 찾아가서 만나거나 봄'(이라는 뜻도 있지만 '어떤 일을 널리 알리기 위해 사람들이 다니는 길거리나 많이 모이는 곳에 써 붙이는 글'이라는 뜻도 있다며 자신은 첫번째 뜻보다 사람들의 슬픈 일들을 대자보처럼 써서 알린다는 두번째 뜻이 더 좋았노라고 하였습니다.
백래시에 지나치게 분노하지 말고 "지금 미디어에서 보고 있는 것, 이미 익숙해 있는 것에 의문을 품고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이라고 하였습니다.
자신의 병과 관련해서는 투병이라는 말보다 '관병'이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하였습니다. "(병은) 헤아리고 살피며 관계하는 대상이니 관병이기도 하지."(<짐승일기> 김지승)
"깜짝 놀랄 만큼 하늘이 파랄 때면, 이 땅이 쭈욱 이어진 어딘가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든가, 사람이 죽고,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이 다 거짓말 같아요... 날씨가 좋으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지만, 한편으로는 어딘가에서 감당 못할 봉변을 당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고"(<골든 슬럼버> 이사카 고타로) 너무나 공감 가는 문장이고,
"슬픔이 언어가 되면 슬픔은 나를 삼키지 못한다. 그 대신 내가 슬픔을 '본다'."(<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윤주) 저도 큰 위로를 받았던 문장입니다.
잔잔히 힘과 용기를 주는 페미니즘 강의였습니다. "실패하고 실수해야 잘하는 방법도 알 수 있게 된다"는 작가님의 말에서 많은 용기를 얻었습니다. 이 나이에 더 이상의 실패와 실수는 오점이고 망신이라 생각해 아얘 시도조차 안 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실패와 실수를 전처럼 두려워하지는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꼼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