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평소 수진이 자주 애용하는 강남에 위치한 bag 블랙과 강렬한 레드의 조화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Schick한 멋을 풍기는 까페 어두 침침한 조명과 대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여서
술 한 잔에 심신을 달래고 싶을 때나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은
오늘 같은 날이면 그녀가 꼭 들리 곤 하는 곳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곳을 찾은 수진은 bag에 앉아 웨이터가 만들어 준 꽤나 독해보이는
술을 거리낌없이 입안에 털어넣으며 지친 심신을 달래어본다
" 맛은 어떠세요? "
" 음...너무 독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약한것도 아니고 딱 좋은데요 "
" 위가 약한 여성분들은 바카디 스트레이트로 드시는 것 보단 이렇게 칵테일로 드시는게
부담없고 더 낫죠 대신 독한걸 원하셔서 평소보다 바카디를 좀 더 많이 넣었어요 "
" 기분이 다운이였는데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아요 이걸 먹어서 그런가 아무튼 Thank you "
" 헤이~~~쩡수진.... "
" 뭐야?! 연락한다더니 그보다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
" 알 거 다 아는 우리 사이에 척보면 딱이지 밧데리 또 앵꼬났어 "
" 주인 잘못만난 티 내지 말고 제때제때 밥 좀 줘라 "
" 알았다고.....여기 계속 있을거야 "
" 아니...구석으로 가자 나 원래 구석 좋아라하잖아 "
" 어두운 거 좋아하는 거나 구석 좋아하는 거나 보기엔 않 그런데 꽤 폐쇄적인 성향이 있단 말이야 "
" 우울증은 없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셩 "
술집은 뒤쪽 구석진 자리가 좋고...... 커피숍은 창가 자리가 좋다.....
밝은 분위기보단 이러하듯 어두침침게 나는 좋다.....그게 왠지 더 분위기 있어 보인다고 할까?!
" 매출은 많이 올렸어 "
" 뭐....브랜드라고 하긴 아직 좀 이르지만 인지도가 있는 제품이다 보니
너도 알잖아 별 거 아닌 거에도 사람들 입소문 그거 무서운거다 "
" 참 나!! 애쓴다 애써 됐거든 나 멀쩡해 "
" 쿡쿡~~~이래서 내가 널 좋아라 하잖냐 "
" 안 고맙거든 "
" 바비로아 대표말이야 걔 너랑 갑이라더라 인터넷 쇼핑몰로 시작해서 공중파까지 어린게
대단하다고 해야하나 독하다고 해야하나 "
" .................... "
" 어린 개 고개 빳빳이 들고 아주 목소리에 날이 선게 잘못 걸렸다간 단칼에 베이겠더라 "
" 언제까지 할거야 왠만하면 1절만 하지 "
" 난 너 재미있으라고 한건데 재미없냐 "
" 재미없거든 "
" 쳇!! 알았거든 "
" 언니야........ "
" 너 목소리 깔지마 니가 목소리 깔면 난 괜시리 겁부터 나 "
" 뭐야...언니야....신데렐라 유리구두 신고 행복해진 신데렐라 말이야 "
" 걔가 뭘 어쨌다고 지금 걔가 여기서 왜 나와 "
" 왕자랑 결혼하고 과연 행복했을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뒤에는 어떻게 됐을까 "
" 거야 모르지 내 삶도 빡빡한데 내가 걔 삶까지 챙겨줘야 되냐 "
" 왕자가 성 불구자 이였을 수도 있고 혹은 여성편력의 소유자라 이여자 저여자 바꿔가면서
후궁을 여러명 거느렸을 수도 있는 거고........ "
" 팔자가 드센 년이면 인생살이 고달플 것이고 아니면 사모님 소리 듣는거고
인생 뭐 있어 종이 한장 차이지 "
" 왕자와 결혼했으니까 왕비지 사모님은 뭐야 "
" 기지배 따지기는 말이 그렇다는 거야 그리고 남자 구실 못하는 성 불구자 보단 카사노바가
오히려 낫지 밤이 외로운 건 사절하고 싶거든 "
" 그럼....언니 말대로 알고 봤더니 왕자가 대단한 카사노바라면 그 사실을 안 언니는 어떻게 하겠어?! "
" 음......허름한 잿빛투성이 옷을 벗어 버리고 최고급 드레스 값비싼 보석들 몸에 치렁치렁 감고
호의호식 하는데 뭘 더 바래 남자 하나 잘 물어서 팔자 핀 것 만도 어디야 "
" 현실에서도 그런 신데렐라는 과연 존재할까?! "
" 그런 드라마 같은 얘기는 말 그대로 현실 아닌 꾸며 낸 가상 일 뿐이야 사람은 끼리끼리
만나는거야 신분이 왕자라면 어울리는 건 공주야 왕자한테 잿빛투성의 여자는 그 누가
봐도 어울리지 않아 유유상종이란 말이 괜히 존재하겠니 "
" 유유상종 "
" 그래....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어떻게 되겠니? "
" 가랑이가 찟어지지 "
" 그게 바로 현실이야 삶은 판타스틱 하지도 버라이어티도 하지도 않아
우리나라에서 그런 삶을 사는 건 소위 말하는 상위 2%에 든다는 사람들 일 뿐이지
너와 나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런 건 아니잖아 "
자리를 옮기자 마자 시작된 술판 이래서 한잔.....저래서 한잔.... 쭉 쭉 들어가다 보니
어느새 테이블을 차지하는 건 빈 술병들 뿐.......
" 아연언니 "
" ................... "
" 휴~~ 저기요 여기 대리 좀 불러주실래요 "
- 잠시 후 -
" 도착했는데요 "
" 고마워요...아연언니 정신 좀 차려봐 대리 불렸어 지금 도착했대 "
" 으음~~뭐? 대리 그럼 너는?! "
" 난 택시 타면 돼 아저씨 기다린다 어서 가 "
" 그래 그럼 조심히 들어가고 일어나면 전화해라 "
" 알았어 언니도 조심해서 들어 가 "
< 어릴 적 동생과 나는 방학때가 되면 외갓댁에 내려가서 잠시 머물다 올라오곤 했었다
내 나이 10살 때 였던가 여름방학을 맞아 내려 간 그곳에서 나는 알록달록 일곱빛깔의 무지개를
처음 보았는데 마치 구름에 걸쳐 진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 그것이 그렇게도 신기할수가 없었다
마냥 신기해 하던 내게 옆에 있던 사촌 오빠는 무지개를 자신의 손 끝으로 가리켜 보이며
' 수진아.....저기 저 무지개 끝에 가면 어마어마한 양의 보물이 숨겨져있데 '
그 말을 철썩같이 믿어 버린 나는 어느 날 그와 똑같은 일곱빛깔의 무지개를 보았고 그 끝이 궁금해
무작정 쫒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무지개는 마치 나를 놀리기라도 하는 냥 쫒아가면 쫒아갈수록 내게서
자꾸 멀어지기만 할 뿐이였다 길을 잃었고 낮선 곳에서 두려움에 떨며 울고 있던 어린 나를 마침 근처를
지나시던 동네 아저씨가 발견하여 나는 집으로 다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그 후로도 나는 무지개를 보는 날이면 그 끝이 궁금해 쫒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 곤 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비로소 세상은 손에 잡히는 것보다 잡히지 않는 게 더 많다는 걸 알았다
그날은 내게 있어.........내가...내.....자신이 한없이 어리석었음을 깨닫는 서글픈 날이기도 했다......
( 수진의 독백 )................. >
- 다른 어떤 말 보다 현실적이란 말을 들을 수 있어서 공감이 간다고 해주셔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두번째 소설 컨셉을 잡으면서 좀 더 현실적으로 그냥 현재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 중에 평범한 누군가를 캐릭터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소설이나 드라마는 현실이 아닌 환상으로 꾸며진 얘기니까 그걸 가만 한다면 분명
재미없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두서가 없었습니다 미안합니다 - ( 꼬마재야 ) -
끝으로 이 무지개 얘기는 저희 친척오빠가 저한테 한 얘기였어요 어릴 때 방학때면
외갓집 내려가서 개학이 될 때 쯤 올라오곤 했거든요 물론 저는 쫒아가다 힘들어서
금세 포기해버려 길을 잃진 않았지만................... 아일랜드에서는....
' 무지개가 땅과 접한 지점에 금화가 든 항아리가 숨겨져 있다고 믿었데요 '
그래서 이런 미신을 근거로 몽상가 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을 일컬어
rainbow-chaser ( 즉 무지개를 쫒는 사람 ) 이라고 한다네요......
첫댓글 오~ 참 공감가는부분이 많습니다 여자들끼리 술한잔하면서 나오는얘기들 백프로 공감합니다 ㅎ
새롭게님 말처럼 정말 그렇네요^^ 어릴 땐 몰랐던 것들이 어른이 되면서 나도 모르게 많이 느끼고 알게 되었죠...다른 소설들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 마치 꿈처럼 일어나기에 그 부분이 잼있게 느껴지지만, 이 소설은 왠지 현실적이다, 공감이 간다는 부분에서 참 재미있는 거 같애요~^^ 작가님, 다음 편도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