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헛다리를 짚고 또 외교적 갈등을 키우고 있다.
호르무즈에서 이란으로부터 공격당한 나무호 사건은 한국 선박이 직접 외부 공격을 받아 피해를 입은 안보와 국익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사건이었다. 그런데 가자 구호선단 나포 사건은 자발적으로 위험지역에 들어간 민간 활동가가 봉쇄 위반으로 나포된 사건이다.
그런데 이재명은 이스라엘에는 과도하게 화를 내면서, 이란에게는 조용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가자 구호선단 나포된 한국인 활동가들 누구인가? 이번에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한국인 활동가들은 김아현(활동명 ‘해초’·27세)과 김동현(34세)이다.
김아현(해초)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운동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초등학교 때(2012년경)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강정마을을 처음 찾았고, 그 이후 매년 방학 때마다 강정을 찾아 해군기지 반대 시위에 참여해 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에 들어간 뒤에도 평화·인권 활동을 이어갔고, 2022년에는 제주-오키나와-대만을 잇는 107일 무동력 평화항해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도 이미 한 번 가자 구호선단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전력이 있다.
김동현 역시 프로-팔레스타인 활동가로 이번이 두 번째 가자행 시도다. 그런데 이들이 왜·어떻게 잡혔나 이들은 ‘글로벌 수무드 플로틸라(Global Sumud Flotilla)’라는 국제구호선단에 참여했다. 김동현은 5월 8일 출항한 ‘키리아코스 X호’를 타고, 5월 18일 오후 5시28분 키프로스 서쪽 지중해 국제수역(공해)에서 이스라엘 해군에 나포됐다.
김아현(해초)과 한국계 미국인 승준은 ‘리나 알 나불시호’를 타고, 5월 20일 새벽 2시50분 같은 해역에서 추가로 나포됐다. 이 선단은 수개월 전부터 전 세계에 대대적으로 공개된 시민불복종 운동이었다. 출항 항구·선박 이름·참가자 규모(40~50개국 400~500명)·실시간 위치까지 모두 SNS와 언론에 홍보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에 여러 차례 미리 공식 경고를 했다. “항로를 바꾸고 즉시 돌아가라. 해상 봉쇄를 위반하면 나포하겠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럼 왜 체포될 수밖에 없었나
이스라엘은 2007년 하마스 집권 이후 가자 해상을 합법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구호물자는 이스라엘이 허용한 육로(Kerem Shalom·Erez검문소)로 들어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가자로 들어가는 모든 물자를 “검사 후 들여보내야 한다” 그런데 이들은 봉쇄 조치와 허용 육로를 일부러 무시하고 공해로 우회해서 들어가려 했다.
왜그랬을까? 진짜 구호를 전달할 생각이었다면 왜 이스라엘이 허용한 공식 통로를 이용하지 않았을까? 떳떳하면 왜 몰래 다른 길로 가는가?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당연히 나포·수색·체포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들어오는 물건이 진짜 구호물자인지 아니면 무기나 폭발물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공해에서 민간 선박이 봉쇄를 뚫으려는 행위는 국제법상 명백한 위반이다. 해상무력충돌법의 가장 권위 있는 해설서인 ‘San Remo Manual on International Law Applicable to Armed Conflicts at Sea’(1994)에 따라, 봉쇄가 합법적으로 선포된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 명확히 적용된다.
△146(f): 중립국 상선(민간 선박)이라도 공해(outside neutral waters)에서 “봉쇄를 위반하거나 위반하려 시도(breaching or attempting to breach a blockade)”하는 경우 포획(capture) 대상이 된다.
△98: “봉쇄 위반이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상선은 포획될 수 있으며, 사전 경고 후에도 저항할 경우 공격까지 가능하다.”
△67(a): 사전 경고 후에도 의도적으로 정지하지 않거나 방문·수색·포획을 거부하면 공격까지 허용된다.
이스라엘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글로벌 수무드 플로틸라에 대해 “봉쇄 위반 시 나포하겠다”는 공식 경고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가들은 공해에서 의도적으로 봉쇄를 돌파하려 했기 때문에 국제법상 나포·수색·체포의 정당한 사유가 되는 것이다.
반이스라엘 측이 “이스라엘이 가자를 공격한 게 합법이냐?”고 물어도 이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플로틸라 사건은 ‘봉쇄 집행’이라는 구체적 행위에 대한 법이고, 전체 전쟁의 합법성은 유엔 Charter 제51조(자위권)로 판단해야 하기에 논점을 섞지 말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이미 육로로 매일 식량·의약품 트럭을 들여보내고 있다. 해상으로 “봉쇄 돌파”를 시도하는 건 구호가 아니라 봉쇄에 저항하는 정치적 퍼포먼스일 뿐이다. 그런데 이재명은 이 사실에 대해 프레임을 완전히 뒤집어 놓고 있다.
5월 20일 국무회의에서 화를 내며 “영해도 아닌데… 너무 비인도적이고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 “최소한의 국제규범도 어기고 있다”고 추궁하더니, 급기야 네타냐후 총리의 ICC 체포영장까지 끌어들였다.
“ICC에서 전범으로 인정돼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는 것 아니냐” “유럽 대부분 국가가 국내 들어오면 체포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도 판단해보자”고까지 말했다. 심지어 “지난번 홀로코스트 사건도 그렇고, 지금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 나타냐후의 체포까지 운운하는 것은 사실적으로도 크게 잘못된 헛다리를 짚고 또다른 외교적 분쟁을 만드는 행위다.
ICC 체포영장은 네타냐후 개인에 대한 전쟁범죄 혐의일 뿐 이스라엘의 해상 봉쇄 자체를 불법으로 만든 게 아니다. 봉쇄는 무장 분쟁 상황에서 국제법(San Remo Manual)으로 인정되는 자위 조치기 때문이다.
미국과 동맹인 한국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ICC 영장을 운운하며 나타냐후를 체포에 대한 집행 검토를 지시하는 건 외교적 무책임 그 자체다. ICC 영장은 강제력이 없고, 정치적 무기화 논란이 이미 많은 상황이다.
지금 가자 상황은 하마스의 10.7 테러 이후 이스라엘의 자위전이다. 이런 비교는 감정적 선동일 뿐,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만약 한국이 자국민을 학살한 테러세력의 도발로 전쟁을 벌이다가 그들의 거점을 봉쇄하고 있는데, 제3국 사람들이 한국이 허용한 공식 육로를 이용하지 않고, 봉쇄를 뚫으려 침투를 시도한다면, 그들을 체포하는 것은 이재명의 말대로 ‘너무한 것’이 아니라 국제법상 정당하고 당연한 조치다.
하마스는 2023년 10월 7일에 1200명 이상의 이스라엘 민간인을 학살하고 250명 이상을 납치한 테러집단이다. 이를 한국 인구 비례로 환산하면 약 6500명 규모의 학살에 해당한다.
자국민을 대량 학살한 무장 테러집단과 전쟁을 벌인 나라를 이런 식으로 함부로 그 나라의 지도자를 체포해야 한다는 둥 분노를 쏟아내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매우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그런식으로 대응하면, 이스라엘이 겁을 먹고 체포된 한국인들을 풀어주겠는가? 이는 외교 협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지 이스라엘 지도자를 비난하면서 체포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체포된 한국인들을 더 곤란에 빠뜨릴 뿐이다.
어짜피 체포된 한국인들이 불법을 저질러 체포되어 쉽게 풀려나기 어려울 것 같으니 그들을 버리는 카드로 여기고, 대신 이 문제를 국내 정치로 선동하고 이용하는 것 아닌가?
이재명은 “한국인들이 법을 어기고 봉쇄를 뚫으려다 잡힌 사건”을, 마치 이스라엘이 제3국 민간인을 불법적으로 납치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전한 국가 지도자라면, 국민 보호를 위한 외교 노력은 하되, 이들이 스스로 국제법을 위반한 사실은 분명히 짚어야 한다.
지금처럼 민감한 상황에서 이스라엘 문제를 감정적·이념적 프레임으로 현실을 호도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이는 대한민국의 외교만 망칠 뿐이다.
[ TD: 진커밍스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