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많으면 일주일에 2회, 최소 한달에 2-3회 이상 시부모님 뵙고 살았고 지난 크리스마스, 12월 31일 모두 시부모님과 보냈어요. 여름 휴가 같은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좋은 분들이시고 저 좋아하셔서 보고싶어 하시는 거니까 어느 정도 참고 지냈는데 제가 요즘 며느리들에 비해 훨씬 많이 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하시고 점점 더 바라세요. 뵙고 온 지 2주만 지나도 얼굴 까먹겠다고 하시고 연락 왜 안하냐고 하시고... 연락도 그냥 남편 통해 하셨으면 좋겠는데 꼭 저한테 하시네요.
그런데 제가 최근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어서 이제는 도저히 어머님 아버님이 원하시는 수준에 맞춰드릴 수가 없어요. 공부해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공부라는 게 관성이라 흐름이 정말 중요하다는 거. 잠 줄여가며 하루에 4시간 자고 집안일까지 하면서 14시간 공부하는데 시댁 다녀오느라 한달에 몇 번씩 하루를 통째로 날릴 때마다 너무 스트레스 받아요. 남편은 엄마 연락 받아주는 게 몇 분이나 걸린다고 그거 하나 못하냐는데 몇 분 걸리는 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연락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문제죠.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 때마다 시험이 다가온다는 긴장감보다 이 쯤 됐으면 또 연락 안한다고 뭐라고 하시겠구나 하는 스트레스가 더 커요. 제가 낮에는 독서실에서 공부하는데 인증하고 출입하는 시스템이라 연락하러 나갔다 오는 것도 정말 일이고... 1층까지 내려 가서 밖에서 통화하고 다시 들어가고 하다보면 시간 금방 가는 건 차치하고 몸도 마음도 힘듭니다. 실제로 그래서 밥 먹으러 나가지도 않고 저녁까지 굶다가 집에 와서 밥 먹고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젠 좀 서운해하셔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은 그저 자기 부모님 서운하게 하는 게 못마땅한가봐요.
이혼 얘기 나온 결정적인 계기는 시할머님 생신이에요. 조만간 아버님 생신이라서 아무리 공부하느라 바빠도 그 날은 챙기기로 하고 저희 집에서 직접 요리해서 모시기로 했는데 그렇게 결정하자마자 어머님한테 연락이 왔네요. 할머님도 생신이시니 전화로 축하드리라고... 네 전화로 축하드리는 거 그다지 어려운 일 아닐 수 있죠.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정말 끝이 없다는 허탈감이 들어요. 제 딴에는 도리 한다고 결혼 전엔 자식들은 챙기지도 않던 아버님 생신 챙기려고 한건데도 어머님이 원하시는 건 그 이상이네요. 제가 할머님 생신까지 연락해서 챙기는 게 당연한건가요? 더군다나 어머님은 할머님 생신 챙기지도 않으셨고 아버님 혼자 가셔서 챙기셨는데. 왜 손주 며느리인 제가 그걸 당연하게 요구 받아야 하는거죠? 시할머님 좋은 분이신데도 어머님은 챙기기 싫어하세요. 젊었을 때 연락이나 만남 요구 받는 거 너무 싫었다고 이젠 아버님이랑 각자 집 각자 챙기기로 하셔놓고 저한테는 이러세요.
싸우기도 싫고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마음으로 생신 당일이었던 어제 점심에 전화는 드리기로 했었는데 남편놈 태도 보고 그동안 참아왔던 게 와르르 무너졌어요. 주말이니 잠시 독서실 앞으로 내려와서 같이 점심 먹고 전화드리자고 계속 연락했는데 안받고 자빠져 자더라구요. 자기 집 일에 맨날 저만 발 동동 구르고 지는 마음 편한 꼴 보니 기가 막혀서 참...
그래놓고 한다는 말이 저한테 최소한 도리는 다하래요. 그까짓 연락 1-2분 하는 시간이 아깝냐고. 친구들이나 제 동생이랑은 연락 잘 하면서 그건 왜 못하냐고. 저 친구들한테 톡 오면 3일 뒤에나 답장해요. 만나는 건 1년에 세 번 될까 말까예요. 그나마도 별로 안친한 지인들은 연락처도 정리하고 두달 넘게 아예 모든 연락 다 차단했어요. 부모도 없고 가족이라곤 동생 밖에 없는데 그 동생이랑 진짜 일주일에 한 두번 톡한다고 그걸 걸고 넘어지네요? 공부하느라 바빠서 동생이 만나자는 것도 거절했다고 했더니 이번엔 또 부모랑 동생이랑 촌수가 같냐는데 촌수로 따질 것 같으면 제가 시부모님이랑 무슨 촌수가 있어요 남편이나 시댁이랑 저는 무촌인데. 제가 가족이 있었으면 자기는 연락하라고 했으면 했을 거래요. 없으니까 하는 소리죠. 안해봤으니까. 그러면서 자기가 매주 연락하라는 것도 아닌데 마지막으로 뵙고 온 이후로 아직까지 연락 안한 건 너무하다고 원망하네요. 참고로 그 마지막이 2주 전이에요. 그 때 어머님이 남편 몸 아프다고 곰탕 주셨는데 그거 받고 감사 인사 안드린 걸 걸고 넘어지더라고요. 아들 몸 아프다고 끓이신건데 네가 감사 인사 드리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같이 먹어놓고 유치하대요. 아무렴 자기 부모한테 자기가 효도도 못하는 놈보다 유치할까요. 최소한 어머님한테 부재중 전화 와있으면 다시 연락 좀 하라고, 서운해하신다는데 제 입장에선 그렇게 연락 와있는 자체가 부담스러워요. 제 친구들은 시부모님한테 연락처도 안드렸다는데 왜 제가 이딴 소릴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결혼하고나서 정말 저라는 존재는 없어진 것 같아서 이제 이혼하고 싶어요. 의지할 곳, 도움 청할 곳 없는 거 알고 뻔뻔스럽게 나오는 것도 너무 역겹고요. 신혼 초엔 아예 싸우고서 자기 부모 소환해서 어디 자기 엄마 앞에서 말해보라면서 기세등등해서 소리친 적도 있는데 싸울 때마다 그 모습 생각나요. 어제도 왜 중간역할 안하냐고 했더니 제 생각 그대로 전하겠대요. 그렇게 되면 부모님이 제 생각인 거 다 아실텐데 그래도 괜찮냐고. 제가 자기 부모님을 되게 두려워해야 된다고 생각하나봐요. 그러면서 제가 무슨 공부하는건지 부모님한테 말씀드려야 될텐데 괜찮냐고 협박하네요. 시험 결과 어떨지 모르는데 혹시라도 떨어지면 공부한다고 우리랑 연락 안하더니 결국 떨어졌냐고 하실 거 뻔해서 대충 공부한다고만 말씀드리고 구체적으론 말씀 못드리게 했었거든요.
나이도 젊은데 이제 이렇게 사는 거 그만하고 싶어요. 아무리 좋은 분들이셔도 그만큼 간섭도 많으셔서 주방세제 하나까지도 간섭하시는데 그냥 좀 자유롭고 싶어요. 제가 제 할 일 충실히 하면서 공부하는건데 열심히 사는 것조차 누구한테 양해를 구해야 하는 일이라는 게 너무 싫어요. 어차피 이렇게 노력하면서 살거고 어차피 이렇게 내 편 없이 살건데 굳이 같이 살고 싶지도 않고. 담담하게 쓴다고 썼는데 진짜 제 마음은 너무 우울해요. 자기 한 몸뚱아리만 잘 돌봐도 똑부러진다고 칭찬 받고 사는 친구들이 부러워요. 저는 남편 유전성 탈모로 머리 빠지는 걸로도 결혼하더니 저런다는 소리 들으면서 사는데... 어디론가 아무도 없는 곳으로 사라져버리고 싶고 이 세상에 아무도 저를 아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이혼하자고만 하면 말 씹고 대답도 안해서 돌아버리겠네요 진짜.
첫댓글 버려
첫번째 댓글 존나 막말. 죽어도 없을 아내 부모인거 알고 시발
시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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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아주 기가막히게 약점 와이파이처럼 찾아내고 존나 이용해먹음
진짜어떡하지 내가너무마음이아프다.....ㅠㅠ
씨바 그딴놈 갖다버리고 그딴놈부모도 갖다버리고 이혼하고 하고싶은공부 열심히하시고 자유롭게사세요~
개쓰레기
개쓰레기새끼 재활용도 안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