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시가총액 1위를 목전에둔 크래프톤의 질주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회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급기야 금융감독원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회사 측에 증권신고서정정을 요구했다. 여기에 직장 내 괴롭힘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기업공개(IPO)를 앞둔 크래프톤에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크래프톤은 매출 대부분이 배틀그라운드 IP에서 나오는 원히트 게임사이며 배틀그라운드 IP의 중국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고질적인 리스크도 여전하다.
하지만 크래프톤의 신작 출시 준비와 신사업 확장 행보가 이러한 우려들을 불식시키고 국내 게임계 빅3 구도를 뒤집을 수 있을지 이목이집중되고 있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출처=크래프톤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출처=크래프톤
28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크래프톤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았다고 공시했다. 크래프톤이 지난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 심사 결과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이유에서다.
공모가의 근거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기재해 달라는 것이 금감원의 취지다. 크래프톤은 다음 주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해IPO 일정을 재개할 계획이다. 당초 크래프톤은 내달 14~15일 청약을 진행해 7월중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었으나 청약 일정이 내달 21~22일로 미뤄져 8월 상장 가능성이 커졌다.
크래프톤이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공모가를 낮출지 주목된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 공개 뒤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다. '배틀그라운드'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이외에 마땅한 흥행작이 없는 '원히트원더' 회사라는 점에서 45만8,000~55만7,000원에 달하는 희망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희망가 최하단과 최상단을 적용한 시가총액은 각각 23조392억 원, 28조193억 원에 달한다. 게임업계 빅3에 속하는 넥슨(22조원)과 엔씨소프트(18조원), 넷마블(11조원)의 기업가치를 능가한다.
상장을 통해 퀀텀점프를 노리려던 크래프톤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이유다.
최근 터진 직장 내 괴롭힘 이슈로 회사 이미지에도 타격을입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 일부 직원들은 A 유닛장과 B 팀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사내 인사팀에 신고를했다. 이들 중 일부는 변호사를 선임해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우편으로 신고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조직 개편으로관리자로 부임한 이후로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혀왔다.
매출이 언제 끊길지 모르는 중국 리스크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크래프톤은증권신고서를 통해 "당사는 텐센트가 개발해 중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 '화평정영'에 기술 서비스(Technology Service)를 제공하고 수익배분 구조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크래프톤은 중국 규제를 우려해 화평정영과의 관계를 부인해왔는데, IPO를 위해 기업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밝힌 것이다. 또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서 "주요 매출처는 게임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기업"이라며 "지난해 기준 A사가 매출액 68.1%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매출처"라고 했다. A사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글로벌 퍼블리싱과 중국 내 화평정영 서비스를 담당하는 텐센트로 추정된다.
크래프톤은 신작 출시 준비와 신사업 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각오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뉴 스테이트'를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이 게임은 원작 배틀그라운드 IP를 확대한 최신작으로, 전작과 같은 모바일 슈팅장르다. 지난 17일 글로벌 사전 예약자 1,700만 명을 넘기며 흥행 기대를 높였다. 오픈월드 슈팅게임 '프로젝트 카우보이'도 준비 중에 있다. 이 게임도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을 계승했다. 배틀그라운드 IP에서 탈피한 다른 게임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게임 시상식 'TGA'에서 공개한 탑다운 슈팅게임 '썬더티어원'과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내년 PC와 콘솔로 출시될 예정이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 세계관을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도 뻗어나간다. 배틀그라운드 세계관 '펍지 유니버스'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게임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순차적으로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2일에는 배틀그라운드의 탄생 비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언노운'을, 26일에는 유명 배우 마동석이 출연하는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공개했다. '그라운드 제로'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28일 기준 조회 수 72만회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자체 IP뿐 아니라 제휴를 통한 새로운 신작과 신사업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 IP를 활용한 게임 '프로젝트 윈드리스' 외에도 출판 및 영상물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