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꿈같은 이야기가 있다
꿈을 파는 백화점 이야기다
백화점에 가서 내가 꾸고 싶은 꿈을 살 수 있다면 어떨까?
나같이 잡다한 꿈, 소위 개꿈을 많이 꾸는 사람들에겐 필요치 않을 수도 있겠지만
혹시 보고싶은 사람이 꿈 속에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테고
꿈에서라도 이루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이 백화점으로 달려가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 백화점은 잠이 들어서야 갈 수 있는 백화점이다
정말 꿈같은 이야기다
작가 이미예 님의 이력이 특이하다
재료공학을 공부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클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후원받아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이런방법으로 자신의 책을 출간할 수 있다니 작가는 후원금을 모으는 메카니즘을
너무도 잘 활용한 예가 될 것이다
작가의 소설 쓰기는
왜 사람들은 꿈을 꿀까?
왜 인생의 1/3을 잠을 자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작가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잊고
어느 외국 작가의 번역본이라고 착각하며 읽게 된다
책 속의 지명이나 이름들이 그냥 외국의 어디쯤, 외국인 누구쯤으로 생각하게끔 만든다
책 속에 빠져 나 지금 외국소설을 읽는 중이지 할 때쯤
너무나 정겨운 한국의 한 도시가 툭 튀어나오고 그 도시의 마을이 나온다
그래서 어머나~~ 하며 표지의 작가 이름을 다시 확인하며 웃게 된다
이 이야기는 페니라는 주인공이 면접을 보러가는 일로 시작된다
페니가 일하고 싶어하는 곳은 바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다
이 꿈 백화점이라는 곳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곳 아닌가
잠들어야만 입장이 가능한 이 백화점엔 고객의 눈꺼풀이 내려오는 시점까지도
알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 그 고객의 취향에 맞춰 꿈을 권해주기도 한다
이 백화점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장르로 구비된 꿈 중
자신이 꾸고 싶은 꿈을 골라 쇼핑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꿈
멋진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기는 꿈
혹은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소소한 복수를 하는 꿈이나
그 사람이 되어 한달간 살아보는 꿈까지 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꿈을 사러 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담은 게 아니다
꿈을 만드는 사람들의 사연이나 꿈을 제작하는 과정, 그 이유, 꿈의 재료 등을
아주 흥미있게 다룬다
독자들의 리뷰가 책표지 뒷면에 나열되어 있는데
독자들에게 얼마나 큰 상상력을 자극 시켰으며
환타지로 이끌었는지 알 수 있다
마치 어른들의 환타지 동화같은 글이다
이 글을 읽는 도중 나도 달려가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달러구트 꿈백화점으로 말이다
나처럼 해몽이 불가능한 꿈을 꾸면 어른들은 다 개꿈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런 개꿈을 늘 꾸는 내가 이 곳으로 달려가 주제가 있는 깔끔한 꿈을 하나씩 사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잠에서 깨어나도 머릿속이 뒤숭숭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다 읽고 책을 덮으며 진짜 사고 싶은 꿈이 하나 생겼다
이 소설에서 가장 신중하게 다룬 꿈이다
이 꿈의 특징은 미리 예약해 사전제작 후 배달서비스 받을 수 있는 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남기는 이야기를 사후에 전달해 주는 꿈.
그러니까 이 꿈은 내가 죽기 전에 맞춤제작해 놓을 수있는 것이다
1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모르는 배달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꿈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동안 하지 못한 말들을 남기고,
당신들 때문에 행복하게 살았노라고,
당신들 모두를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게 될 그 꿈을 꼭 주문 해놓고 싶다
2편이 출간되었다는데 얼른 만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