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부고訃告
그 선배는 꼭 밤늦은 시간에 전화했다
이미 꼭지까지 오른 취객의 목소리
홍구야, 내 서울 와서 술 한 잔하고 있는데 나오너라
술만 취했다 하면 버릇처럼 날 찾는 고향 선배
한동안 소식을 주고받지 못했는데
오늘은 그 선배 부인의 전화다(나는 형수라 부른다)
홍구씨!
누군교?
동수 형 마누라구마.
선배는 어디 가고 형수가 뭔 일로요?
형님은 죽었구마!
그 무슨 소린교?
세상에 천날만날 술만 먹고 날 애 먹이디만
며칠 전에 죽었구마!
그기 무슨 말인교? 어쩌다가요?
세상에 술 먹고 나를 그렇게 애먹이더니
가실 때는 마누라가 불쌍했는지 남들이 가는
병원 응급실에도 한 번 안 가보고요
요양원 신세도 안 지고요
자기가 좋아하는 술 한 잔 걸치고
목욕탕에 가서 몸도 깨끗이 씻고요
거기에서 쉬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구마!
이어지는 말씀이 유쾌합니다
형님 전화기에 살펴봤더니 그 많은 이름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은 홍구씨 뿐이라 이제 전화 했구마
좀 섭섭하고 불쌍하긴 해도 마누라 애 안 먹이고
자기 기분 좋게 가셨으니 슬픔은 잠깐이고
아이쿠, 이 양반 복도 많구나 했었구만요
그카고보이 복은 받았네요
오줌똥 안 싸고 그렇게 가고 싶은데
내게도 그런 복이 있을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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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교?(누굽니까)
*마누라구마(부인이라는 말씀)
*그 무슨 소린교?(그 무슨 말씀입니까?)
*천날만날(언제나)
*날 애 먹이디만(나를 애 먹이더니)
*죽었구마!(죽었다는 말)
*했구마(그렇게 했다는 말)
*그카고보이(그렇게 말하고 보니)
첫댓글 *뚱쳐왔다(가져왔다. 또는 훔쳐왔다.
이것도 적으셔야 할듯 해서요.~~
아 맞네요 뚱쳐왔다를 쓰야 했어요
근데 다 알거예요
저잉간 수준에 이런글을 지가 우째 쓰겠노?
어데서 뚱쳐왔나보다 하구요
별 글 아닌거 같은데 은근히 멋지네요
오늘은 홍구씨에게 반한 날입니다
죽는것도 복이 있어야 합니다.
오래 살지도 못 하면서 가족들 고생 시키고
재산 다 날리고 본인도 고생 하다가 가는것 보다는
그래도 여러 사람 힘들게 하지 않고 복 있게 잘 마감을 하셨군요.
화창한 봄날 꽃밭에 앉아서 졸다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어느님의 말씀이 떠 오르는군요..
삶을 마감할 때 이웃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할 텐데요
사실 그게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