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난한 농가에서 4남 1녀중 넷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자포자기식 삶을 사셨고
술과 도박에 빠져들었다.
내가 아마 초등학교 3학년 때였을 것이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은 육성회비와 급식비를 가져오라고 하시고
집에서는 돈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니 정말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집에 들어가기도 싫었고 학교에 가기도 싫었다.
집을 나가 2~3일을 밖에서 지냈고 밥을 먹을 수 없어서 과일과 과자를 훔쳐서 먹곤 했다. 견디기 힘들어 집에 들어오면 아버지의 매질은 시작됐고 나는 오기로 집을 나가곤 했었다.
아버지가 젊은 여자를 데리고 오셨다.
새엄마는 동생이 아픈데도 신경을 쓰지 않고
오히려 야단을 쳐 어린 나이지만 정말 죽이고 싶도록 증오를 느꼈다.
밤이 지나고 아침에 학교를 가기 전에 내가 부엌에서 칼을 들고 나와서 내가 학교에 갔다가 왔을 때도 집에 있으면 죽이겠다고 하면서 나가라고 했다.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새엄마는 친 엄마의 패물을 모두 가지고 집을 나갔고 이 일로 해서 아버지께 많이 맞았다.
6학년이 되었다.
그 해 봄, 나는 집안에 있던 적지 않은 돈을 가지고 가출을 했다.
10여일을 지내고 보니 돈은 다 떨어지고 집에 들어가기도 싫어서 곡성이 있는 중국집에서 5개월쯤 일했는데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그런데 아버지는 나를 보고 눈물을 흘리시면서 집에 가자고 하셨다.
그러나 그 해 여름 나는 다시 집이 싫어졌다.....
[탈옥수 시절]
나를 말하길 남자답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잘못 알고 있다. 나는 남자가 아니다. 나는 잡히지 않으려고 내 여자를 버리고 도망쳐 나왔다. 내가 남자라면 절대 도망치지 않았을 것이다. 죽어도 곁에서 죽었을 것이다.
내가 요 불쌍한 애들을 이용하기 위해서 접근했고 이용했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다. 그들이 돈 때문에 나와 함께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의적도 홍길동도 아니다. 그렇다고 경찰들이 말하는 것처럼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은 아직까지는 아니다. 보통 사람의 인간성을 100이라고 한다면 아직까지 내게 1쯤은 남아있다. 나를 의적.영웅시하는 것은 원하지도 않고 그런 소리를 들을 가치나 자격도 없다.
익산역 근처에 있는 호프집에서 00(크리스마스날 알게 되어 약 10일 그 녀집에서 지냈다)이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데 6~7명의 사내들이 들어왔다. 순간 형사들이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아마 그곳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신고를 한 것 같았다. 그들이 내게로 와서 신창원이 여기에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그런다며 내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파출소나 경찰서에 함께 가서 신원을 확인해 보자고 내가 말했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계단에 몇몇 형사와 도로엔 여러 대의 경찰차와 무장경찰들로 포위가 되어 있었다. 파출소에 들어가기 전 옆의 형사를 밀치고 내가 막 뛰는데 "쏘아"라는 소리가 들리고 여러 군데서 쏘는 총성이 들렸다.
그곳에서 나를 향해 쓴 총알은 최하 30발 이상이었다. 0.5초만 늦었어도 내 몸엔 여러 개의 구명이 뚫렸을 것이다. 내가 총에 맞지 않은 것은 내가 빠르게 움직였던 것도 있겠지만 장애물이 세 군데 있었기 때문이다.
"탈옥수 신창원"을 읽고 분노를 참기 힘들었다. 정말 책에서 묘사한 그대로 행동해주고 싶었고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싶었다. 내가 지금까지 자제를 하고 있는 것은 내 형제들과 아버지, 이 못난 놈에게 따스한 정을 줬고 내 인생을 측은히 생각해준 00이, 00이가 악마의 형제, 악마와 함께 산 여자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내가 검거될 때 그 형사가 혼자서 나를 한방에 쓰러뜨리고 검거를 했다고 책에서 말했는데 그가 내 앞에서 10초 이상 서있을 수 있다면 내 성을 갈겠다.
나는 몇 몇의 형사들과 청량리 사창가에서 불쌍한 여인들의 피와 같은 돈을 갈취해 먹고 사는 자들 20여명에게 붙잡혔다. 내가 무방비상태가 아니었고 그들과 결투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들은 나를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천안에서 그들이 나를 잡겠다고 00이 혼자 있는 집에서 안방을 차지하고 00이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가. 그들은 나를 더 이상 수사하지 않고 종결하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00이를 건드렸다. 이것은 00이가 울면서 내 뺨을 대리며 한 말이다. (*경찰관이 그 여자를 성폭행한 것이 사실로 밝혀짐)
내가 그녀들을 이용했는가. 아니면 그들이 이용하고 있는가는 곧 밝혀질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나면.....
1,000명이 넘는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고, 어린 여성들의 몸에 칼을 댔으며 헤아릴 수 없는 어린 학생들과 뜻있는 사람들을 고문하고 그 후유증으로 지금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든 그들. 쥔자, 가진 자들에게 경찰은 어떻게 했는가.
스스로 가진 자, 쥔 자를 위해 보호막이 되었고 군사정권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강자에겐 아부하고 무고하고 선량한 시민들을 탄압 고문하였다.
익산에 있을 때 추운 겨울. 손목 세 군데가 부러지고 머리 6~7군데가 깨진 상태에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발가벗은 채 이틀을 견디었고 울면서 뼈를 맞추었다.
비스켓 하나로 하루를 살며 두 달을 버티었고, 썩은 고기를 먹고 복통으로 신음했었다. 비오는 날 잘 곳이 없어 비를 맞고 자다가 심한 몸살도 앓아 봤고 한여름엔 모기에 물리면서도 잠을 자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마치 두드러기가 난 것 같이 부어 올랐고 피가 날 때까지 긁고 또 긁으면서 두 달을 넘게 살았다.
내가 그곳에서 벼를 벤 것은 농부들이 불쌍했기 때문이기보다는 내 몸을 학대하면서 일을 하는 동안에는 분한 마음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제 그들이 말한 그대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겠다. 내가 악마가 되면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겠다.
그들의 대상은 선량한 힘없는 시민이었지만 나는 아직도 죄를 짓고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들은 죄가 없다고, 마치 국가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에게 전쟁을 선포한다. (* 여기에서의 그 들은 전두환, 노태우였다고 붙잡힌 후에 진술함)
나는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그들은 나를 모르고 나는 그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이제부터 나를 악마, 정신병자라고 해도 좋다. 내가 이렇게 변한 것은 경찰과 정부에게도 책임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