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이 영화 <아이 엠 우먼>은 헬렌 레디를 아는 50대 중후반의 세대를 겨냥한 영화다. 거꾸로 얘기하면 이 얘기는 젊은 층들에게는 완전히 ‘듣보잡’ 가수 얘기고 그렇기 때문에 상업성은 그다지 높은 영화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제 이런 영화는 큰 돈을 들여서 만들기 보다는 적은 예산으로 공공재의 성격으로 만들어야 한다. 과거 시대의 사람이 어떤 생각, 어떤 노력으로 살아 가는 가를 보여 줘야 한다. 이 영화는 일종의 인물 역사서이다.
여기서 굉장히 중요한 얘기가 있는데, 이 영화의 제목이 왜 ‘아이 엠 우먼’이냐는 것이다. 헬렌 레디에 대해 전혀 몰랐던 젊은 후배 평론가 Molly Kim이 지적한 얘기였는데 그 친구는 영화 제목을 듣더니 한국 수입사는 왜 그러냐며 왜 관사와 정관사를 일부러 다 빼는지 모르겠다고 볼 멘 소리를 했다. 원래는 아이 엠 어 우먼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랄 만한 깨달음이 그녀에게 곧 다가 왔는데 영화이자 노래 제목인 아이 엠 우먼의 가사를 알게 되더니 곧 바로 내게 정정 메시지를 던졌다. 이게요. 이 우먼이라는 단어가… 그러니까 형용사로 쓰인 거에요. 그러니까 가사 중에 아이 엠 와이즈 아이 엠 스트롱 아이 엠 우먼이 반복되거고 있거든요. 와이즈, 스트롱 등등처럼 문장 속에서 서술형 형용사로 쓰인 거에요. 나는 강하고 현명한데 그게 여성적인 것이라는 의미로 되는 거죠. 그렇게 되면 관사 ‘a’가 있으면 안돼요.
(중략) (대강 악평)
하지만 이 노래 <아이 엠 우먼>이 오랫동안 여성운동의 대표곡으로 사용돼 왔다는 것, 그런 부분에 대해 시선을 두려 했다는 점에서는 일정한 평가를 해주고 싶다. 영화가 모든 것을 다 가져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의 그 뜨겁고 격렬했던 사회운동과 여성운동에 대한 시대적 백그라운드라도 좀 두텁게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래저래 모자라지만 그런 아쉬움을 마음 한 구석에 잘 구겨 넣으면서 보면 헬렌 레디의 여러 히트곡을 감상하고 그녀의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새삼 알게 되고, 인생은 참으로 화무십일홍인데다가 무명과 유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종이 한장 차이가 나는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즐길만한 요소가 충분한 작품이다. 헬렌 레디 역을 맡은 틸다 코헴 허비는 이 영화로 데뷔를 한 듯 하다. 노래와 연기를 겸해야 하는 연기자를 선택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발군의 배우를 건진 셈이다. 틸다 코헴 허비와 감독인 문은주는 한 판 더 하기를 바란다. 한 판 더에서 진가가 나올 것이다. 가능성이 높은 감독과 배우는 조심조심 키워야 하는 법이다. 그것이 세상 이치다.
첫댓글 진짜 아는만큼 보이는것같다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오면 좋겟다
이 영화 가스라이팅이 열받긴하지만 진짜 좋아
하나부터 열까지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