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 중단’ 안따르면 과징금”… 신재생에너지 규제 나선다
정부, 이르면 내달중 종합대책 발표
‘신재생’ 발전설비 10년새 7배로…전력망 과부하 우려에 의무 부과
소규모 발전 ‘무조건 구매’ 없애고…지역별 신재생 허가 쿼터제 도입
새만금 태양광 발전 시설
정부가 발전을 중단하라는 지시에 따르지 않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에게는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가 만든 전기는 무조건 사주는 제도도 없앤다.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전력망 과부하 우려가 커지자 시장 문턱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에 대한 의무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 ‘발전 중단’ 지시 꼭 따라야
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전력계통 종합대책’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가 늘면서 전력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전력계통 운영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전력 수급 안정화를 이루는 것이 방안의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전력은 공급이 부족해도 정전이 일어나지만 공급이 너무 많아도 송배전망이 이를 수용하지 못해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우선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에게도 석탄을 비롯한 다른 발전원과 마찬가지로 출력제어 이행 등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출력제어는 발전량이 많아져 송배전망이 이를 다 수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될 때 전력거래소가 발전을 중단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는 전력거래소의 출력제어 지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로 제주 지역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은 올해 6월 출력제어가 위법이라며 정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 모든 신재생에너지 발전기에 원격제어 등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한 별도의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다. 현재 국내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중 전력거래소가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는 설비는 9%, 원격제어 설비는 1% 미만에 불과하다. 정부는 출력제어 지시에 따르지 않거나 전력 수급 안정화 장치를 설치하지 않으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 허가 문턱 높여 난립 방지
발전 설비 용량이 1MW(메가와트) 이하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의 송배전망 ‘무제한 접속 제도’도 일몰한다. 만들어진 전기를 팔기 위해선 송배전망을 통해 수요자에게 공급해야 한다. 이때 원자력발전, 석탄 등은 전력거래소의 지시를 받아 접속하는데 소규모 태양광은 이러한 지시 없이 만들어낸 전기를 제한 없이 팔 수 있다. 이 제도가 없어지면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들도 거래소의 지시에 따라 팔 수 있는 전력이 제한되고 송배전망을 이용하는 비용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 허가 문턱도 일부 높여 무분별한 난립을 막는다. 지역별로 송배전망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를 설정하고 이에 맞춰 지역별로 신재생에너지 허가 쿼터제를 도입하는 식이다.
그간 국내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확대, 보급에만 초점이 맞춰져 사업자의 의무 규정 없이 우대 제도만 시행돼 왔다. 그 결과 2012년 4084MW였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용량은 지난해 2만7962MW로 약 7배로 불어났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 학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 수급 안정화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출력제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출력제어를 어떤 발전원부터 할지 등에 대한 원칙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력제어
태양광, 풍력 등의 발전량이 많아져 송배전망이 이를 다 수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될 때 전력거래소가 발전을 중단시키는 것
세종=김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