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http://cafe.daum.net/malel)
공동대표 김경희 김수업 김정섭 이대로 드림
<2007년 우리말 지킴이 10>
1. 온 식구 이름과 가게 이름을 토박이말로 지은 '김텃골돌샘터'님
2. "과자 이름을 한글로 지어주세요" 서명운동을 벌인 초등학생들
3. 아름다운 우리말 살려 쓰려고 공부하는 고양시 공무원들
4. 결정문을 쉽게 쓰기로 한 검찰청
5. 금호건설 아파트 이름 '어울림'
6. 한글을 남달리 사랑하는 영어학 교수 김미경님
7. 푸른겨레솔연구소장 김영조님
8. 쉬운 우리말 살려 쓰는 잡지 '작은책'(편집인 안건모)
9. 이름을 한글로만 쓰도록 허가받은 이봉원님
10. 영어마을 문제점 지적한 김문수 경기도 지사
<2007년 우리말 헤살꾼 10>
1. '제주영어교육도시' 만들겠다는 정부의 제주지원위원회
2. '글로벌 빌리지' 만들겠다는 부산시
3. '잉글리시 커뮤니티 광장' 만들겠다는 인천시
4. '리틀 유에스' 만들겠다는 밀양시와 경상남도
5. 영어 간판 강요하는 서울시 노원구
6. 면동사무소를 '주민센터'로 바꾼 행정자치부
7. 이름을 영어로 바꾸는 공기업과 공공기관들
8. 영어 새말을 마구 퍼뜨리는 삼성경제연구소.
9. 아파트 이름을 영어로 쓰는 롯데건설
10. 영어로 회사이름을 지은 홈에버
《덧붙임》
두 해 전에 한글날을 국경일로 드높였지만
경축 행사를 뒷받침하는 예산은 국경일이 아니던 지난날보다 오히려 줄었습니다.
한글 덕분에 문맹 없는 나라가 되어 잿더미에 위에서 일어나
반세기 만에 세계 십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는데도
도대체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우리를 이렇게 끌어올리고 있는 지렛대가
한글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합니다.
겨레의 앞날이 우리말 살이의 사정에 달렸음을 깨달은 모든 국민이
우리말을 지키고 살리는 일에 더욱 힘을 모으고 슬기를 가다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자와 한자말, 로마자와 영어의 물결이 아무리 거칠지라도
우리는 한글과 우리말에 희망을 걸고 두려움 없이 쉬지 않고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말을 남다르게 사랑하는 어느 분이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이라 하지 말고
‘우리말 지킴이와 헤살꾼’이라 하자고 하셔서 그리하기로 했습니다.
‘훼방꾼’이라는 한자말보다 같은 뜻인 ‘헤살꾼’이란 토박이말을 쓰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우리 운영위원들은 손뼉치며 받아들이기로 한 것입니다.
낱말 하나하나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 쓰려고 애쓸 때에
우리말이 살아나고 우리 삶이 힘차게 솟아오를 것입니다.
신문과 방송 같은 국민의 눈과 귀는 말할 나위 없거니와
좀 더 많은 국민이 우리가 하는 일에 눈길을 돌려주시고 함께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단기 4340(서기 2007)년 10월 5일
561돌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김경희김수업김정섭이대로
<2007 우리말 지킴이 10>
1. 온 식구 이름과 가게 이름을 우리 토박이말로 지은 ‘김텃골돌샘터’님
충남 태안군 태안읍에는 ‘김텃골돌샘터’님이 살고 있다.
그분은 온 식구 이름을 토박이말로 지었는데, 남편은 ‘김텃골돌샘터’, 아내는 ‘강뜰에새봄결’,
아들은 ‘김빛솔여울에든가오름’, 딸은 ‘김온누리빛모아사름한가하’이다.
또 남편 김텃골돌샘터님이 경영하는 약국의 이름은 아내 이름을 그대로 따서 “뜰에새봄결”이다.
그분은 자그마치 여섯 차례나 재판을 해서
식구들의 긴 이름을 정당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가족들의 여권, 주민등록증, 그리고 학교의 출석부에도 물론 이렇게 긴 이름들이 올라 있다.
대만과 중국에서 유학을 했던 ‘김텃골돌샘터’님은
자신의 한국 이름을 한자로 쓰니까 중국 사람들이 중국식으로 발음하여
다른 이름이 되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엉뚱한 사람이 되었다는 당혹감과 함께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고 한다.
“한국 사람의 이름이면 우리말 소리대로 불려야 하는 것이 마땅한 거 아닌가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우리말을 남달리 사랑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고,
세계에서 으뜸가는 글자인 한글의 주인인 한국 사람으로서 긍지와 자존심이 가득 찬 사람이다.
더불어 우리말과 한글에 대한 철학과 사랑 그리고 긍지는 따를 사람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이분을 올해의 으뜸 지킴이로 뽑았다.
2. "과자 이름 한글로 지어주세요" 서명 운동을 벌인 초등학생
전교생이 서른 남짓에 지나지 않는 작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과자 이름을 한글로 바꿔 달라” 하는 청원을 내걸고
누리통신에 오만 사람(5만 명)을 목표로 누리꾼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도성초등학교 6학년 김담이(13) 어린이를 비롯한 여덟 사람의 학생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누리통신 사이트 ‘다음 아고라 광장’에 ‘과자 이름 우리말 쓰기 운동’이라는
청원을 내걸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허동현 담임선생님 지도로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말 오염’을 조사하는 공부를 해보았다.
조사에 나타난 우리말 오염 가운데 우리나라 과자 이름이 거의 모두 남의 나라말임을 알게 되었고,
직접 동네 슈퍼마켓과 대형 마트 같은 곳을 찾아가 과자 이름을 조사했다.
마흔 가지 과자를 아무렇게나 골라 직접 공책에 이름을 적어보았더니
우리말 이름은 아홉 가지에 지나지 않고
남의 나라말 이름은 세 곱절인 스물일곱 가지나 되었다고 한다.
나머지 네 가지는 우리말과 외국말이 섞인 것이었다고 한다.
이번 조사를 함께한 학생들은 “생각보다 외국말로 된 과자가 많아서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아무데서나 만날 수 있는 과자 이름을 보기로 들어서
새로운 한글 이름을 바꾸어 내놓기도 했다.
롯데제과에서 만든 ‘아트라스’는 ‘달콤한 암팡진’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는데,
‘암팡진’은 ‘몸은 작지만 힘차고 다부지다’는 뜻이다.
해태제과에서 만든 ‘화이트엔젤’은 ‘천사의 흰 피부’로 바꾸자고 했다.
우리는 이처럼 똑똑한 학생과 올바른 선생님이야말로
우리말을 살리고 우리나라 앞날을 밝히는 희망의 등불임을 다시 확인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올해의 우리말 지킴이로 뽑았다.
3. 아름다운 우리말 쓰려고 공부하는 고양시 공무원들
경기도 고양시(시장 강현석)는 지역에서 봉사하는 공무원들에게
'아름다운 한글 바로 알고 바로 쓰기 국어 전문 교육'을 베풀었다.
고양시에 따르면 공문서를 품위 있고 정확하고 공정하게 쓸 수 있도록
네 차례에 걸쳐 국어 전문 교육을 베풀었다고 한다.
교육은 올바른 문장 표기법과 맞춤법, 국어 순화와 작문 같은 국어 교육에 두루 걸쳤는데,
한글 맞춤법 구성과 내용, 띄어쓰기, 공문서 바로 쓰기, 틀리기 쉬운 우리말 같이
공무원 업무에 필요한 국어 영역 전반에 걸쳐 이뤄졌다.
그리고 간단한 국어 '쪽지시험'도 봤다고 한다.
시는 시공무원과 관리공단 직원 260여 명에게 국어 전문 교육을 베풀려고
국립국어원 학자를 모셔오기도 했다.
고양시는 2004년에 고양문화재단(이사장 강현석, 총감독 이상만)에서 만든
공연장 이름 덕양문화체육센터를 ‘덕양어울림누리’로 바꾸고,
그 안에 있는 대극장은 ‘어울림 대극장’, 야외 극장은 ‘꽃메 놀이터’, 아이스 링크는 ‘얼음 마루’,
문화 센터는 ‘별따기 배움터’, 수영장은 ‘꽃우물 수영장’이라고 이름을 붙여
우리 모임에서 그 해 으뜸지킴이로 뽑은 일도 있다.
요즘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영어마을을 만들며 영어 식민지 되기를 자청하기 바쁜데
고양시는 우리말을 바르고 아름답게 쓰려고 애쓰고 있어서 더욱 돋보인다.
4. 결정문을 쉽게 쓰기로 한 검찰청
검찰 관계자는 “검찰 출신 사법연수원 교수들이 중심이 돼
‘알기 쉬운 결정문 작성에 관한 지침(가칭)’ 초안을 완성했으며,
지난 1월부터 일부 지검 검사들을 상대로 시범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검이 검토하고 있는 결정문 작성의 기본 원칙은
일단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하는 것이다.
검찰은 한글맞춤법을 비롯한 어문 규정에 따라 쉽고 또렷한 내용으로 간결하게 작성하되
법률로서 쟁점이 될 만한 곳은 또렷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에 맞추어 세부 사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 이제까지 결정문에서 자주 쓰던 ‘성명불상’(이름을 알 수 없는)이나
‘금원’(돈), ‘동인’(그 사람), ‘동녀’(그 여인) 따위 일본식 한자어는 적잖이 사라질 것이다.
검찰은 무엇보다도 고소인이 불쾌하게 느낄 수 있는
‘선뜻 믿기 어려워’ 같은 표현을 ‘증거에 비추어 볼 때 혐의 사실이 부족하다’처럼
고쳐 표현하기로 했으며, 한 문장이 몇 쪽에 걸쳐 이어지던 긴 문장도
짧은 문장으로 끊어 쓰기로 했다.
이제까지 검찰의 결정문은 여러 사실을 나열하는 긴 문장으로
일본식 공소장의 표현과 형식을 그대로 따라 만든 까닭에
문장이 너무 길어 쉽게 알아들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주어, 목적어, 서술어와 같이 나뉘는 국어 어문 규정에 따라 문장을 만들고,
이들 문장이 논리에 따라 모여서 문단을 이루도록 결정문을 쓰도록 한다고 했다.
벌써 했어야 마땅한 일이 늦어진 것이지만,
이제라도 올바른 길로 들어섰으니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5. 금호건설 아파트 이름 ‘어울림’
요즘 아파트 이름을 거의 영어로 지어 우리말을 죽이고 있어서
우리 모임에서는 그런 아파트 영어 이름을 우리말 훼방꾼으로 뽑은 일이 있다.
그런데 우리말로 이름을 짓는 회사도 있어 지난해부터 지킴이로 뽑기도 했다.
우리말로 지은 회사가 여럿 있지만,
그 가운데 금호건설은 2003년부터 아파트 이름을 '어울림'으로 지어 쓰고 있다.
금호건설은 ‘어울림’이란 이름을 지은 까닭을
“어울림은 ‘한데 섞여 조화되다’는 순 우리말로 사람과의 어울림, 자연과의 어울림,
생활과의 어울림이란 뜻을 담은 금호건설의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입니다.” 하고 말한다.
뜻도 알 수 없고 읽고 부르기도 어려운 영어 이름에 견주어 볼 때
부르고 기억하기도 좋을 뿐 아니라 뜻도 참으로 좋은 이름이다.
무엇보다도 대기업이 이처럼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찾아 드러내려는 정신을 지니고
국민의 삶을 기름지게 가꾸며 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높이 기리지 않을 수 없다.
-이하 생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