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골에서 자랄때는 거개가 다 무쇠솥이었지. 작은건 못 봤고 하나같이 다 크고 무거워서 정지 부뚜막에 걸어둔 붙박이 솥이었는데 거기에 밥해먹고 국 끓이고 했지. 상방이나 별채에 있던 건 더 크고 무거웠는데 거긴 또 쇠죽만 끓이는 솥이었고.. 뚜껑은 정부頂部에 툭 튀어나온 투박한 손잡이가 있어 열고 닫고 했는데 밥지은 뒤처럼 뜨겁게 달았을때는 행주나 치마같은걸로 감싸고 잡아서 열었고... 그때마다 참 조심해야 했지. 뜨거워서 데는것도 그렇지만 잘못하다가 발등에라도 떨어진다면 그 상처가 말도 못하겠지. 그래서 애들 못 만지게도 하고... 전업주부들이 이 솥뚜껑 열고 닫는걸 빗대서 솥뚜껑 운전수라고 하고... 또 마당이나 뒤안 같은데 임시로 양쪽에 솥너비 만하게 둘벙하도록 돌을 쌓고 흙을 발라 아궁이을 만들고 이 뚜겅을 가져다가 꺼꾸로 뒤집어 얹어놓고 창기름 휘 둘러서 칠하고 전 부쳐 먹었지. 파전에다가 녹두전, 배추전에 미나리, 고구마와 고추전 등등... 지금 데팔인가 뭔가 하는 소재로 된거는 빨리 달고 눌지도 않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그런데 아랑곳 않고 옛 생각해서 이 무쇠로 된 솥뚜껑 쓰는 아낙들도 많지. 여기에 비해 새로 나왔던 신형솥인 하얀색 알미늄솥은 재질이 동銅도 아닌데 동솥이라고 불렀지. 가볍고 뚜께도 얄바서 들어 옮기기도 좋고 불때면 빨리 데워지고 솥뚜껑 잘못해서 떨어뜨린다 해도 다칠일 없어서 모도들 무쇠솥을 들어내고 이 솥으로 바꾸었지. 물론 뚜껑으로 찌짐 꾸어 먹을수는 없었어도... 그땐 솥뿐이 아니고 그릇도 무겁고 녹쓰는 놋으로 된거나 사기로 된것들도 모두 이 새로나온 반짝반짝하는 녹슬지 않는 알미늄 제품으로 바꾸었는데 이지음은 이 놋쇠가 살균에 부패를 막는등 건강에 좋다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는것 같은데 값이 워낙에 비싸다 하니... 부잣집 아니고는 선듯 내키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