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에서 한국 전통정원 희원(熙園)을 만나다한국 전통 조경의 멋을 지닌 희원 라펜트l고원정l기사입력2017-06-27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에 위치한 호암미술관은 호암 이병철 선생이 1982년에 설립한 사립 미술관이다. 미술관 내부에서는 미술 전시와 더불어 전통정원 희원(熙園)을 관람할 수 있다. 희원은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전통정원으로 한국 전통 조경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한국 자연관의 중요성
서양과 동양은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다. 서양이 자연을 지배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대상으로 바라보았던 반면 동양, 특히 한국의 자연관은 모두에 생명이 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로 생각했던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정원은 서양식의 자연관이 담겨 있는 서양식 정원이다. 그러나 지금 환경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앞으로의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인간도 자연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의 전통 정원을 이해하고 우리 선조들이 자연을 어떤 대상으로 인식하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차경의 원리
우리나라의 전통 정원은 경계가 없다. 즉 울타리를 치지 않는다. 우리의 선조들은 인위적으로 정원을 조성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아름다운 곳에 정자를 세워 그곳을 정원으로 만들었다. 아름다운 경치를 정원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전통정원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차경의 원리이다. 차경이란 빌릴 차(借)와 경치 경(景)으로 결합된 한자어로 경치를 빌려온다는 뜻이다. 이 같은 차경의 원리는 우리나라 전통 정원 조경 수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불린다.
겸양 사상
어느 정원을 가던 분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늘로 솟구치는 시원한 물줄기는 한 여름 도심의 더위를 식혀 준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전통 정원에는 분수가 없다. 물을 하늘로 올리는 것은 자연을 거스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아래로 흐르는 물을 통해 우리 선조들은 겸양 사상을 배웠다.
사계절의 변화 우리나라 전통정원에서는 사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잎이 나고, 싹이 트고, 녹음이 지고, 단풍이 떨어지고, 앙상한 눈발이 날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다. 1년 내내 푸르른 모습만을 볼 수 있는 서양 정원과는 달리, 정원 안에서 자연 친화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전통 정원의 특징이다.
여백의 미
우리나라의 화폭에서 자주 등장하는 여백의 미를 전통 정원에서도 느낄 수 있다. 연못 한가운데에 섬을 만들지 않고 한쪽으로 몰은 이유는 바로 여백의 미를 즐기기 위해 일부러 남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