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 高 自 卑
登 : 오를 등 高 : 높을 고 自 : 스스로 자 卑 : 낮을 비 (높이 오르려면 낮은 데서 출발한다 /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의미)
사서(四書)중 하나인 중용(中庸)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저작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철학의 주요 개념을 담고 있지만 서양 사상에도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 중(中)은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도리에 맞는 것을 의미하며, 용(庸)은 평상적이고 불변적인 것을 뜻한다. 그러니 중용은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상태가 항상 유지되는 것을 이른다.
중용 15장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군자의 도(道)는 비유컨대 먼 곳을 감에는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출발함돠 같고, 높은 곳에 오름에는 반드시 낮은 곳에서 출발함과 같다. (行遠自邇 登高自卑) ※ 邇=가까울 이 등고자비는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에서 출발한다’는 뜻으로 모든 일은 순서에 맞은 기본에서 시작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 속담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뜻이 통한다.
맹자(孟子)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바닷물을 관찰하는 데는 방법이 있다. 반드시 움직이는 물결을 살펴야 한다. 마치 해와 달을 관찰할 때 그 밝은 빛을 봐야 하는 것과 같다. 해와 달은 밝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그만 틈만 있어도 반드시 비추어 준다. 흐르는 물은 낮은 웅덩이를 먼저 채우지 않고서는 앞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군자도 이와 같다. 도(道)에 뜻을 둘 때 아래서부터 수양을 쌓지 않고서는 높은 성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
불경에는 어떤 사람이 남의 삼층 정자를 보고 샘이 나서 목수를 불러 정자를 짓게 했는데, 일층과 이층은 짓지 말고 아름다운 삼층만 지으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좋은 업(業)은 쌓으려 하지 않고 허황된 결과만 바라는 것을 꼬집는 얘기다.
순서가 바뀌면 일이 엉클어진다. 첫 계단을 밟지 않으면 그 계단의 꼭대기에 닿을 수 없다. 성공으로 가는 계단을 건너뛰면 자칫 넘어지기 쉽다. 오늘이 부실하면 내일은 절로 무너진다.
출처 : 중용(中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