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5 – 12. 20 갤러리아리수(T.02-723-1661, 인사동)
내 마음의 장면들
강선아 개인전
글 : 김소영(미술작가)
작가의 비현실적인 유아적 상상 세계는 솔직함과 순수함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표현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현실에서 잊고 살았던 꿈과 상상의 세계를 보며,
잠시나마 미소로 작가와 함께하는 소통의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인간은 마음속에서 자신의 총체적 경험-감각, 생각, 욕망, 두려움-을 섞고 또 섞어서 수많은 조합들을 만들어 낸다. 이 과정은 보이지 않으며, 실재라면 발생할 치명적인 실패도 존재하지 않는다. 상상 속에서 우리는 흥미롭고 때로는 매혹적인 마음이 작동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마야 데렌 -
아이의 울음이 그치지 않을 때, 사춘기 자녀의 방문이 좀처럼 열리지 않을 때, 부모님의 말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낄 때, 친했던 이들이 점점 멀어질 때, 사랑하는 이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의 마음이 궁금하다. 만약 우리가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그 안의 장면들을 볼 수 있다면 우리의 교류는 어떤 양상을 띨 것인가. 그런 상상으로 이 글을 시작해 보도록 하자.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마음의 방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며 다채로운 이미지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들은 그 어떤 오해도 없이 더욱 확고하게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가까운 이들을 마음으로 초대하기 위해 스스로의 마음을 더욱 살피고 그것을 보여줄 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공들일 것이다.
이런 상상이 즐거운 것은 언제부턴가 우리는 우리가 가진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매 순간 마음을 보여주는 일이 쑥스럽게 여겨지기도 하는 데다 생활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다 보면 스스로의 마음을 살필 시간조차 여의치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에 하나 우리의 상상이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여기 자신의 마음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한 화가가 있다. 강선아 작가는 자신의 소망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방에 관객들을 용감하게 초대한다. 그의 마음에는 즐거웠던 유년의 일들, 함께 어울렸던 이들, 동화와 TV 속 캐릭터 친구들, 일상에서의 뜻밖의 만남, 하고 싶은 일과 먹고 싶은 것들로 가득하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떠돌던 마음의 조각들은 그림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명랑하게 조합된다. 그곳에는 늘 유쾌한 공기가 흐르고 엉뚱하고 재밌는 일들이 벌어진다. 늘 사람들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그들과 함께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강선아 작가는 이 전시를 통해 우리 마음의 안부를 묻는다.
이제 당신은 자기 자신에게 답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삶에 지쳐 어느새 타인을 궁금해하는 마음을 잃지는 않았는가. 그렇다면 강선아 작가가 준비한 마음의 방을 둘러보며 앞으로 있을 마음 간의 교류를 준비해보기를 제안한다. 초대를 위해 한껏 꾸미고 자신 있게 내보인 마음에 그 마음을 궁금해하는 또 하나의 마음이 보태진다면 당신은 이곳에서, 그리고 어디서든 근사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