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청약 경쟁률은 올랐지만, 낙관은 어려워
주요 지역 분양일정도 하반기에 몰리는 분위기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서울지역의 경우 분양이 비교적 선방하면서 시장에 일부 온기가 돌았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대형건설사들은 일정을 미루며 분양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5.9대 1에 그쳤지만, 1·3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인 올해 1분기에는 평균 56대 1을 기록해 경쟁률이 10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장 10년에 달하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최대 3년까지 줄어들면서 실수요를 비롯해 투자 수요까지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지역은 실거주 의무까지 없어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룰 수 있게 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이처럼 서울 분양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띄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신중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높은 금리 수준과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공사비 부담이 크게 늘어 남에 따라 시행사들이 적정가격을 받을 수 있는 시기에 분양에 나서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1만4023여가구가 공급될 이문·휘경뉴타운의 경우 최근 분양에 나선 서울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특별공급과 1순위 청약에 총 2만3000여명이 몰렸고, 1순위 평균 경쟁률도 57대 1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인근 단지의 분양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단지의 경우 분양 계획이 뚜렷하게 제시한 곳이 없다.
현재 이문3구역을 재개발한 ‘이문아이파크자이’는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이 시공을 맡아 4321가구 규모로 지어지며 1641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공급된다. 또 이문1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라그란데’는 삼성물산이 3069가구를 공급하며 921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이들 단지의 경우 하반기 분양을 계획하고 있지만, 정확한 분양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문아이파크자이 분양 일정은 기존에 4월이었지만, 하반기인 7월로 미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문아이파크자이는 분양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던 상황이었고, 시행사와 분양시기를 논의하고 있는 만큼 7월도 확정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처럼 인근 단지의 분양이 흥행을 했음에도 분양 일정을 빠르게 내놓지 못하는 데는 시행사들이 여전히 시장 분위기를 어둡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건설사들도 시장이 지금보다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하반기 분양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주택협회 1분기 회원사 분양계획ⓒ한국주택협회
10대 건설사를 비롯한 대형건설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주택협회가 회원사들의 올 1분기 분양실적을 확인한 결과 전국에서 1만7044가구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4만2709가구) 보다 60%나 감소한 수치다.
반면 연간 분양계획을 보면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23만4973가구를 공급할 예정으로, 전년 동기 대비 5%감소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결국 올 상반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하반기 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심리가 워낙 위축된 상황이다 보니 시행사나 조합원들이 시장을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하반기 금리 인하 등의 호재를 기다리는 것 같다”며 “그럼에도 분양을 언제까지 미룰 순 없는 만큼 적절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