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 칼럼(부천 목양교회 이규환 목사)
끈과 교제
‘끈’이란 책은 2005년에 산악인 박정현 씨와 후배 최강식 씨가 해발 6,440미터 히말라야 촐라체 북벽 등반에 성공하고 하산하던 중 조난하여 구조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등반기이다. 두 사람은 로프로 서로를 묶고 내려오던 중에 최강식 씨가 빙벽 사이로 추락했다. 최강식 씨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순간 박정현 씨는 반사적으로 몸을 땅에 붙이고 얼음을 찍자 미끄러지는 로프는 간신히 멈추었다. 그러나 아무리 끌어올리려 해도 최강식 씨가 끌려 올라오지 않았다. 그가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두 발이 부러져 벽을 기어오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위에 있던 박정현 씨도 로프의 충격으로 갈비뼈가 부러졌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사투를 벌인 시간이 3시간이었다. 박정현 씨는 끈을 끊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끈으로 두 사람의 몸을 묶는 순간, 두 사람의 생명은 하나였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3시간의 사투 끝에 최강식 씨가 간신히 절벽을 기어 올라왔지만 두 발목이 부러진 최강식 씨를 끌고 내려오는 데 5일이 걸렸다. 결국 동상으로 박정현 씨는 여덟 손가락과 두 발가락을 잘라야 했고, 최강식 씨는 아홉 손가락과 발가락 대부분을 잘라내야 했다. 서로 함께 끈으로 묶고 있었기 때문에 고난은 있었지만, 생명은 잃지 않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끈은 나를 절망과 죽음으로부터 살릴 수 있는 도구이다. 이 끈이 바로 교제이며 친교이다. 믿는 사람들에게도 끈끈한 정이 살아 있어야 한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 복지기관의 책임자의 비서로 일하고 있는 한 여성이 있었다. 그 여성은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잠자리에 들기 전 그날 방송을 마감하는 시간에 아나운서의 마지막 인사말을 반드시 듣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나운서의 마지막 인사말이란 별것 아닌 “여러분, 이 밤도 좋은 밤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아주 짤막한 말이었다. 이 말은 그녀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 짓는 가장 중요한 말이 되었다. 여비서가 그렇게 하게 된 이면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그녀가 세계적인 기관에서 일한 지가 꽤 오래되었음에도 그의 책임자를 비롯한 누구 하나 그녀에게 인간적인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없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사무실로 찾아오지만 모두 사무적인 이야기 외에는 다른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업무를 마치고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많은 사람의 떠드는 소리를 듣게 되지만 그녀와 인격적인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녀에게 가장 인간적인 말을 들려주는 대상은 바로 방송 시간을 종료하는 아나운서의 마지막 인사말이었다. 이 이야기는 폴 뚜르니에 박사의 ‘고독으로부터 도피’라는 책 서두에 기록되어 있다. 뚜르니에 박사는 이러한 현상을 가지고 진정한 ‘친교’에 굶주려 있는 사람들의 마음의 병으로 진단하고 있다.
사도행전은 초대교회의 성도의 교제를 이렇게 말했다.
행 2:42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하기를 힘쓰니라. 행 2:46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라고 말한다. 성도의 아름다운 교제는 서로에게 쉼을 주고, 위로를 주고, 새 힘을 주고, 기쁨과 즐거움을 주고, 서로에게 살아갈 꿈과 용기를 준다. 믿음의 사람들은 좋은 교제가 있는 교회 공동체로 만들어 가야 한다.
- 목양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