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성탄 다음 사십 일째 되는 날, 곧 2월 2일을 주님 성탄과 주님 공현을 마감하는 주님 봉헌 축일로 지낸다. 이 축일은 성모님께서 모세의 율법대로 정결례를 치르시고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하느님께 봉헌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루살렘에서는 386년부터 이 축일을 지냈으며, 450년에는 여기에 초 봉헌 행렬이 덧붙여졌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이날을 ‘축성 생활의 날’로 제정하여 주님께 자신을 봉헌한 수도자들을 위한 날로 삼으셨다. 이에 따라 교회는 해마다 맞이하는 이 축성 생활의 날에 수도 성소를 위하여 특별히 기도하고, 축성 생활을 올바로 이해하도록 권고한다.
한편 한국 교회는 ‘Vita Consecrata’를 ‘축성 생활’로 옮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봉헌 생활의 날’ 명칭을 ‘축성 생활의 날’로 바꾸었다(주교회의 상임위원회 2019년 12월 2일 회의).
입당송
시편 48(47),10-11
하느님, 저희가 당신의 성전에서 당신의 자애를 생각하나이다. 하느님, 당신을 찬양하는 소리, 당신 이름처럼 땅끝까지 울려 퍼지나이다. 당신 오른손에는 의로움이 넘치나이다.
제 1 독서
<너희가 찾던 주님, 그가 자기 성전으로 오리라.>
▥ 말라키 예언서의 말씀입니다.3,1-4
주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1 “보라, 내가 나의 사자를 보내니 그가 내 앞에서 길을 닦으리라.
너희가 찾던 주님, 그가 홀연히 자기 성전으로 오리라.
너희가 좋아하는 계약의 사자
보라, 그가 온다. ─ 만군의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
2 그가 오는 날을 누가 견디어 내며
그가 나타날 때에 누가 버티고 서 있을 수 있겠느냐?
그는 제련사의 불 같고 염색공의 잿물 같으리라.
3 그는 은 제련사와 정련사처럼 앉아
레위의 자손들을 깨끗하게 하고
그들을 금과 은처럼 정련하여
주님에게 의로운 제물을 바치게 하리라.
4 그러면 유다와 예루살렘의 제물이 옛날처럼,
지난날처럼 주님 마음에 들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복음
<제 눈이 주님의 구원을 보았습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22-40
22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23 주님의 율법에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
24 그들은 또한 주님의 율법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 바치라고 명령한 대로
제물을 바쳤다.
25 그런데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26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다.
27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기에 관한 율법의 관례를 준수하려고
부모가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들어오자,
28 그는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29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30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31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32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33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에 놀라워하였다.
34 시메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35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36 한나라는 예언자도 있었는데, 프누엘의 딸로서 아세르 지파 출신이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37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38 그런데 이 한나도 같은 때에 나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39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그들은 갈릴래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40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오늘의 묵상
주님 성탄 대축일이 어느덧 사십 일이 지났습니다. 성탄의 밤에 우리에게 오신 아기에 관한 기쁜 소식을 떠올려 봅니다. 그 아기는 어둠과 죽음 속에 있는 이들을 비추기 위하여 떠오른 ‘빛’이었습니다(루카 1,78-79 참조).
오늘 우리가 경축하는 주님 봉헌 축일의 역사는 무척 오래되었습니다. 동방 교회에서는 이미 4세기부터 이 신비를 기억하며 ‘만남 축일’이라고 불렀습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성전에서 아버지 하느님을 만나시고, 또한 시메온과 한나처럼 하느님께서 하신 약속을 기다리며 충실히 살아온 이스라엘의 남은 이들과 만나신 것을 기억하고 기념하고자 하였습니다.
우리는 주님 성탄 대축일 빛의 예식에서, 세상의 참빛으로 이 세상에 오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기억하였습니다. 주님의 영광이 베들레헴에서 목동들 위에(루카 2,9 참조), 그리고 멀리서 그 빛을 따라 동방에서 온 박사들을 통하여(마태 2,2 참조) 환히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드러난 ‘모든 민족들의 빛’이신 아기 예수님을 경배합니다. 꼭 사십 일 전에 우리는 베들레헴의 빛을 보고 찾아온 목동들과 동방에서 온 현인들처럼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며 그 빛을 따라 살고자 다짐하였습니다. 그 빛이 우리가 보고 믿고 따라야 할 유일한 빛이라는 사실을 오늘 다시 한번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세상에는 이 빛이 아니라 예쁘고 화려한 듯 보이는 다른 빛들도 많습니다. 그 빛들을 따라 자기 희망과 꿈을 키우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교회는 다시 한번 우리에게 베들레헴의 아기를 우리 각자의 성전에서 새롭게 만나라고 초대합니다. 시메온과 한나처럼 아기를 두 팔에 감싸 안고 그분을 바라보며, 그 안에서 우리 인생의 유일한 별을 새롭게 만나고 그 빛을 저마다의 가슴속에 간직하라고 말합니다. 시메온은 ‘하느님께서 (내 목소리를) 들으셨다.’는 뜻이고, 한나는 ‘하느님께서 은총을 베푸신다.’는 뜻입니다. 시메온과 한나처럼 우리의 삶이 주님에 대한 희망으로 넘쳐나고, 주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으로 완성되기를 간절히 기도합시다. (정용진 요셉 신부)
출처 : 매일미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https://missa.cbck.or.kr/DailyMissa/2023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