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기(客氣)부리다! 이창섭글
객기부리다의 '객' 한자의 뜻이 재미있습니다. 찾아온 사람, 손님이란 뜻인데 접미사 접두사로 쓰일 때 뜻이 다르더군요. '승객'처럼 뒤에 접미사로 붙으면 찾아온 사람이란 뜻인데 접두사로 붙으면 불필요하게, 덧붙은 의미를 가지는데 '객기'는 불필요한 기운이란 뜻입니다. 어릴 때 동네 친구는 높은 데 올라가면 물었습니다. "너거들 여기서 뛰어내릴 수 있어?" 하나둘 뒤로 빼는 걸 보고 친구는 뛰어내리곤 했는데 어느날은 턱에 큰 상처가 나 병원으로 우송된 적도 있었지요.
대학 친구 여덟명이 가끔 어울리는데 거기에도 객기 도사가 한 명 있습니다. 막걸리 마시면 늘 당구로 고수 자웅을 겨누는데 이 친구는 늘 큰소리로 자기가 여기서 최고수라 하고 내기를 제의합니다. 당구장 바닥에 팔굽혀 펴기 30회 햄버거 10개를 겁니다. 객기도사 성향을 알기에 우린 한발도 빼지않고 모두 그 내기에 응하지요. 중간중간 말로 하는 방해(일명 구찌)도 들어오지만 객기 도사와 편먹은 제 팀이 이길 때도 있고 다른 친구들이 이길 때도 반은 되는데 그 자리가 참 즐겁습니다.
객기도사 친구의 그 작은 객기가 중년청년에게 큰 즐거움을 줄 때가 많습니다. 밋밋할 수 있는 막걸리 자리에서부터 그 객기가 시작되어 당구시합 또 맥주 한잔까지 이어지니 긴장도 되고 하더군요. 객기도사 그 친구를 보니 즐겁고 성공하는 객기 3요소를 나름 정의합니다. 언제든 자신감을 갖고 부릴 수 있어야 하고, 또 입밖으로 냈다면 최선을 다해 그 객기를 실천할 것. 그리고 마지막은 지더라도 즐겁게 승복하고 또 다음에도 멋지게 객기를 부리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