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씨 당선시 약달러... 제2의 플라자 합의 추진도 / 10/24(목) / 중앙일보 일본어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3일 서울 시내 호텔에서 미국 대선과 한미동맹을 주제로 열린 2024 중앙포럼 기조연설에서 미국 대선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모든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안보, 경제, 산업정책 전 분야에서 미국 대선과 그 이후를 대비해 왔다. 미 연방정부와 의회뿐만 아니라 주정부와 의회에 이르기까지 접촉선을 확대해 학계와 재계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미중 전략경쟁과 관련해서는 "미중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줄타기 외교를 하기에는 한국의 국력과 위상은 너무 커졌고 한국에 대한 기대와 요구도 너무 많아진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길게 보면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한미동맹 관리는 우리 사회가 장기 게임을 위해 단기 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로버트 케이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조연설에서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고 해도 한국이 당황할 필요는 없다. 미국은 한국과 같은 동맹과의 관계를 강화해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능력을 확대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씨의 부상 이후에 미국 국민은 국제 문제에 대한 관여와 개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그런 적은 처음이 아니다. 미국인들은 천천히라도 세계적으로 위기가 닥치면 결국은 관여하고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케이건 선임연구원은 한미동맹과 관련해 "한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초석이며 많은 미국인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고 말했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현실화되면 무역 분야에서는 한국에 아쉬운 정책을 추진할지도 모른다"면서도 "다만 트럼프 씨도 중국에 대해 우려하고 한미동맹 등 동맹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미국 내에는 한미동맹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건 선임연구원은 "미국인은 문제가 생겨도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을 경우에는 심각한 여파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다시 관여한다. 미국 여론도 어느 정도 미국의 고립을 바라고 있지만 이런 역사적 패턴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모리스 옵스트펠드 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씨가 당선될 경우 환율 변화에 취약한 한국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 씨는) 대미 무역흑자를 내는 한국에도 관세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달러화 약세를 위해 과거 '플라자 합의'처럼 다른 나라에 공동 긴축을 설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트럼프가 동맹국을 비롯한 각국에 통화가치 절상을 압박한다는 의미다.
옵스트펠드 교수는 한국의 도전 과제로 ▽중국의 경기 침체 ▽반도체 공급 과잉 우려 ▽저출산 ▽가계부채와 높은 집값 ▽방위비 분담금 재협의 문제(트럼프 당선 시) 등을 꼽았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숙련 이민을 늘리고 유급휴가(출산휴가 등)를 확대하는 등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국가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물가가 떨어지고 성장이 불안할수록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면서도 "정부가 집값이나 가계부채 상승을 부추길 연료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엄격한 대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조 장관 "북한파병부대, 행위로 인해 국제형법 책임 수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3일 2024 중앙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지적했다. 조 장관은 러시아가 유엔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법 침공을 지속하는 한 러시아와의 관계를 평소처럼 유지할 수 없다. 북한도 파병부대의 구체적 행위에 따라 국제형법상 책임이 부과되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러시아와 북한의 위법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나쁜 결과가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장관은 최근 북한의 대남 위협과 관련해 "북한의 체제·안보 불안감에서 기인한 것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것은 존재하지 않는 대북 적대시 정책이 아니라 확산될 자유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열망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전략적 자산이 아닌 부채가 되도록 상황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