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준호회원은 중진공 입사 전 직장인 서울우유에서 사내(社內) 결혼을 하였다. 배우자는 본인(필자)과 같은 고향인 전남 보성 출신으로 그곳에서 학업을 마친 후 상경하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경상도와 전라도 간 지역 간 편견과 학력 등 배경의 차이로 특히 이준호회원의 가족은 결혼을 반대하였다. 사법시험은 안되고, 나이는 들어가고, 첫사랑 이성 친구는 결혼하였으며, 농사를 짓는 시골 가정의 셋째 아들로 공부만 계속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같은 나이, 같은 목동지역 거주, 같은 시기 명예퇴직의 인연으로 가끔 함께 식사를 제안하면 매번 이준호회원은 집에서 같이하자고 하였다. 집에 방문객이 온다면 상식적으로 집안을 정리해야하고 식사 준비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을 것이지만 이준호회원의 아내는 한결같이 반갑게 맞아주며, 정갈한 음식, 더구나 같은 고향으로 본인의 입맛에 꼭 맞는 식사를 대접해 주였다.
또한 이준호회원의 아내는 아이들의 부모나 다니는 교회의 지인들로부터 남편을 시아버지 모시듯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준호회원이 중진공 재직 중 취득한 부동산중개사 자격으로 퇴직 후 바로 사무소를 열었으나 정작 자신은 정부 지원사업 평가 등 업무로 부동산 중개일을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겼다. 한 달이 지나 그간의 중개 일 처리를 살펴보고, 자신이 생각한 이상으로 전문적이고, 복잡한 일이어서 한편으로는 아내에게 놀라고, 감사하였으며, 일 처리에 느켰을 아내의 부담감에 미안한 감정을 많이 가졌다고 하였다.
결혼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얼굴이 고운 경우는 3시간이 좋고, 지식이 많으면 3일이 좋으며, 지혜로운 사람은 3대가 편안하다는 말이 있다. 잘생긴 것과 지식은 상식적으로 어느 정도 정량적 수준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혜로움은 많은 시간과 상호교류, 그리고 세심하고 바른 판단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결혼 대상을 선택할 때는 좀 더 숙고하고 신중한 결론을 전제하여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본인(필자)은 이준호회원을 포함하여 자신이 결혼을 잘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단 세 사람 정도인데, 지금은 유명한 한식조리학 여교수가 결혼 초 단간방 신혼살림에 만족하고 늘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마음을 남편에게 피력한 경우와 자신도 중학교 교사로 맞벌이하면서 회사원 남편이 주말 등산 시는 항상 남편도 모른 맛있고 잘 준비한 배낭을 꾸려준 경우이다.
결혼은 운명이나 운수라기보다는 냉정과 냉철한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나 현재 외견상 좋은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중진회 후배 중에 같은 입사 동료로 좋은 배경을 가졌던 C와 B 회원이 있는데 자신들의 말에 따르면 C는 친구들과 술을 하고 길은 가다가 눈에 띄는 여성에게 만남을 제안하여 결혼하였고, B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3년간 좋은 배필을 만나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통하여 같은 교회 모임 맴버 중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 온 3년 연상의 여성과 결혼한 사실이 있다. 이에 어쩌면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한다는 것은 우연일 수도 있겠다.
지금과 같은 장수(長壽) 시대에 너무 일찍 이 세상을 하직한 이준호회원에 너무 아쉽고 애석한 마음이다. 이웃과 사회를 위해 무언가 도모하였을 이준호회원의 아름다운 꿈이 빨리 실현되었으면 한다.
첫댓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추모글에 깊은 사우애가 감동이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