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카리아트(Precariat)란 불안정한 고용·노동 상황에 있는 노동자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불안정한’이란 뜻의 이탈리아어 ‘Precàrio’에 노동자 계급을 의미하는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를 합성해 만들었다. 직역하면 ‘불안정한 노동 계급’이란 뜻으로 직업이 불안정하고 저임금이며,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2003년경 이탈리아에서 처음 사용되어 2006년 프랑스 최초고용계약법(CPE, Contrat première embauche) 관련 시위를 통해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최초고용계약법은 고용인이 26세 이하의 노동자를 채용 후 2년 동안 특별한 사유 없이도 쉽게 해고할 수 있게 만든 노동법이다. 당시 프랑스 청년들과 노동계 등은 이에 반발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며 2006년 해당 법안은 철회되었다.
프레카리아트는 전 세계적으로 노동 시장이 유연해지며 등장했다. 대개 일용직 등의 비정규직이나 파견직과 같은 간접노동 형태로 불안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별다른 직업 경력이 없고 안정적인 고용 전망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의 프레카리아트는 불안정한 고용·노동 상황으로 인해 저임금에 시달리며, 사회보험 가입 등에서도 법적·실질적으로 배제된다.
무엇보다 이들의 불안정성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며 일종의 계급으로 굳어지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함께 노동 유연성이 커지면서 한국의 삼포세대(三抛世代)나 2006년 이탈리아에서 《1,000유로 세대》라는 이름의 자전적 소설로 인해 알려진 유럽의 1,000유로 세대(Generazione 1000 euro), 일본의 오랜 경제불황 속에서 성장하여 돈과 출세에 관심이 없는 일본의 20대~30대를 지칭하는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등 프레카리아트가 청년층으로 확산돼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했다.
스탠딩(Guy Standing)은 저서 《프레카리아트: 새로운 위험한 계급》에서 프레카리아트에 대해 이렇게 썼다. 1970년대, 이데올로기에 심취한 경제학자의 한 무리가 정치인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의 “신자유” 모형의 중심에 자리한 것은 성장과 발전이 시장 경쟁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경쟁과 경쟁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모든 것이 이뤄져야 했고, 시장의 원칙이 삶의 모든 측면에 스며들어야 했다.
그 주제 중 하나가 국가들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늘려야 한다는 것으로서, 이것은 리스크와 불안정을 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이전하라는 뜻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전세계적 “프레카리아트”가 출현하였는데, 이들은 안정성의 닻 없이 전세계 수백수천만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위험한 계급이 되어가고 있다.
그들은 추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쉬우며, 그 목소리들에 투표와 돈을 바쳐 점점 더 영향력 있는 정치 강령이 되게끔 하고 있다. 상태가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모든 정부가 다 많든 적든 받아들인 이 “신자유” 의제의 성공이, 정치적 괴물의 태동을 불렀다. 이 괴물이 태어나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 스탠딩은 프레카리아트 위기의 해법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