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방송된 EBS 다큐 <하나뿐인 지구 "우유, 소젖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는 우유 유해성에 대한 찬반론을 다루었다.
사실 우유에 대한 논란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적인 풍요를 자랑하는 미국에서는 뚱뚱한 사람을 찾기가 전혀 어렵지 않다. 오늘날 미국에서 '풍요의 질병'이 '유행병'이 되었다고 지적하면서, 그 원인을 우유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 심지어 그들은 우유, 유제품이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유는 대표적인 알러지 유발 원인이다. 아토피, 비염을 비롯한 알러지에 우유 성분이 해롭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유 알러지는 사망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국내에는 학교에서 우유를 첨가한 카레를 먹은 후 10개월이 되도록 깨어나지 못한 초등학생의 사례가 있다. 우유 알러지를 지닌 아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보호받고 있을까? 학교와 국가에게는 이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미국의 비영리 의료 단체인 '책임있는 의료를 위한 의사회(PCRM)'는 학교 필수 급식에서 우유를 제외 시켜야 한다는 탄원서를 농무부에 제출했다. 이 단체를 이끄는 닐 버나드 박사(의학박사 겸 영양학자)는 우유와 유제품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우유, 유제품을 '먹지 말아야 할 것'으로 규정한다. 그는 우유 단백질을 소아 당뇨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이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미국을 장악한 비만의 주범으로 치즈를 지목했다.
존 맥두걸 박사(의학박사 겸 영양학자)는 "우유와 유제품이 고기보다 훨씬 나쁘다"고 주장한다. 과도한 육식으로 병들어 가는 미국인들에게 그는 "만약 고기와 우유 중 어느 하나만 끊기로 한다면, 우유를 끊으라"고 말한다. 우유는 고기의 성분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액체 형태의 고기'인데다가, 알러지를 비롯한 각종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사람들이 우유와 유제품을 건강식품으로 착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이들도 우유가 완전식품이라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조건이 있다. 우유는 송아지에게 완전식품이다. 그리고 인간은 송아지와 다르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에서 제작된 다큐 <우유에 관한 불편한 진실>은 낙농업 진흥을 도모할 수밖에 없는 정부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오늘날 우유는 단순한 식품을 넘어 '이윤추구의 수단'이다. 식품 피라미드를 만든 사람들 중에는 낙농업계 관련 인사들도 있었다. 우유를 매일 먹어야 한다는 지침을 세우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나라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 우유와 뼈 건강 우유와 유제품은 특히 폐경 이후 여성의 골다공증을 예방해준다고 선전된다. 그러나 실제 연구 결과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 EBS
우유는 '칼슘의 보고'로 불린다. 우유는 정말로 뼈를 튼튼하게 해줄까? 실제 연구 결과는 이러한 통념을 완전히 뒤엎는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유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일수록 대퇴골 경부 골절 발생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우유 소비가 적은 나라일수록 골절 발생률은 낮았다. 다시 말해서 우유를 많이 먹을수록 뼈가 약했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동물성 단백질의 강한 산성 기질에서 찾는다.
여느 동물성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우유는 인체의 산도를 높인다. 우유를 먹으면 우리 몸은 산도를 낮추는 생물학적 조정에 들어간다. 칼슘은 최고의 산중화제다. 그리고 뼈에 가장 많이 들어 있다. 뼈 속의 칼슘은 우유의 산성을 중화한 다음 소변과 함께 배출된다. 그 결과 인체는 칼슘을 잃게 되는 아이러니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 우유에 칼슘이 풍부한 건 사실이지만, 정작 우리 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맥두걸 박사는 칼슘은 녹황색 채소에 풍부하지만, 칼슘 부족을 굳이 걱정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인체는 칼슘 흡수율을 조정하여 필요한 만큼 유지하는 항상성을 지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