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자진신고 '화웨이 AI 칩셋에 우리 칩' / 10/24(목) / 중앙일보 일본어판
중국 화웨이의 인공지능(AI) 칩에서 'Made by TSMC'의 흔적이 발견됐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대만 TSMC를 놓고 중국과의 거래관계를 조사 중인 미국 당국의 의심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반도체 분석·컨설팅 기업 테크인사이츠는 최근 화웨이의 첨단 AI 액셀러레이터를 분해해 이곳에서 TSMC가 제조한 반도체를 발견했다. 테크인사이츠는 공식 보고서 작성 전에 이 같은 사실을 TSMC에 알렸으며 TSMC는 이 사실을 미국 상무부에 자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의 AI 액셀러레이터에서 TSMC가 제조한 반도체가 발견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테크인사이츠는 지난해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을 분해한 결과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의 AI 칩은 화웨이가 2022년 출시한 아센드 910B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미국 규제에 맞춰 만든 저사양 AI 액셀러레이터 H20과 경쟁하는 제품으로 개당 약 12만위안(약 257만엔)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어센드칩을 통해 엔비디아를 밀어내고 중국 AI 시장의 지도를 바꾸려 한다.
화웨이는 2019년부터 상무부의 제재 대상 기업 명단에 올랐다. 제재 전까지는 TSMC가 화웨이의 아센드 시리즈 초기 제품을 만들던 만큼 이번에 분해한 칩이 제재 발효 이전에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아센드 910B와 유사 설계의 칩 주문을 받은 뒤 이를 상무부에 알렸으며 중국이 수출 통제를 우회해 TSMC가 만든 칩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 미국 당국과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IT전문매체 인포메이션은 상무부가 지난 몇 주 안에 TSMC를 상대로 화웨이 스마트폰이나 AI 칩 제조에 관여했는지 초기 단계 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하고 있다. TSMC와 화웨이의 우회 경로를 통해 실제 칩 생산 거래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상무부의 추가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화웨이는 성명을 통해 "2020년 수출통제규정 시행 이후 TSMC와 칩 생산을 둘러싼 거래는 없었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TSMC에 대한 규제뿐 아니라 미국의 대중 제재 수준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애플, 엔비디아, 인텔, AMD 등 주요 기업들이 TSMC로 반도체를 만들고 있는 만큼 미국 정치권 내에서는 "지나치게 커져버린 TSMC를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