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십가(駑馬十駕)
둔한 말도 열흘 동안 수레를 끌 수 있다는 뜻으로, 재주 없는 사람도 노력하고 태만하지 않으면 재주 있는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말이다.
駑 : 둔한말 노(馬/5)
馬 : 말 마(馬/0)
十 : 열 십(十/0)
駕 : 멍에 가(馬/5)
천리마(千里馬)는 북한에서 노동력을 착취한 ‘천리마 운동‘ 명명으로 빛을 바랬지만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좋은 말이다.
여기에 늙은 노마(老馬)나 우둔하고 비루먹은 노마(駑馬)를 비교할 수는 없다. 그래도 늙은 말에게는 길을 찾아주는 노마지지(老馬之智)가 있고, 둔한 말에는 그만큼 꾸준함이 있다.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이 말하는 대로 속도는 느릴지라도 오히려 믿음직스럽고 알찬 면이 있다.
날랜 말이 빨리 달려 하루에 닿은 길을 둔한 말은(駑馬) 뚜벅뚜벅 수레를 끌고 열흘을 소요하며(十駕) 이른다. 아무리 둔하고 재능이 모자라는 사람이라도 노력하면 앞선 사람을 따라잡고 훌륭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순자(荀子)는 기원전 403년~221년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말기 조(趙)나라 사람으로 성악설(性惡說)을 주창해 맹자(孟子)를 비판했다.
그의 사상을 모은 순자(荀子)는 여러 번 정리를 거쳐 32편으로 되어 있다. 둔한 말의 사례는 몇 곳에 나오는데 먼저 가장 처음의 권학(勸學)편의 내용을 보자.
積土成山 風雨興焉,
적토성산 풍우흥언,
積水成淵 蛟龍生焉.
적수성연 교룡생언.
흙이 쌓여 산이 이루어지면 바람과 비가 일어나고, 물이 모여 연못을 이루게 되면 교룡이 생겨난다고 하면서 이어진다.
騏驥一躍 不能十步,
기기일약 불능십보,
駑馬十駕 功在不舍.
노마십가 공재불사
천리마라도 한 번에 열 걸음을 뛸 수는 없으며, 야위고 둔한 말이라도 열흘 동안 달릴 수 있는 것은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에 나오는 수신(修身)편의 부분도 비슷하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則亦及之矣.
부기일일이천리 노마십가즉역급지의.
무릇 천리마는 하루에 천 리를 거뜬히 달리지만, 비루먹은 말일지라도 열흘 동안 달려간다면 역시 이에 미칠 수 있다.
배움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된 의지와 실천이라고 순자는 강조했다.
자기의 재주가 남보다 뒤떨어 졌다고, 또는 부모의 재산이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일찍부터 기죽는 젊은이들이 주변에 흔하다.
아무리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해도 꾸준히 노력한 뒤에 헬조선이라며 원망도 할 수 있다. 열흘 동안 수레를 끌어 천리마가 달린 거리를 돌파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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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십가(駑馬十駕)
둔한 말이라도 열흘 동안 수레를 끌 수 있다는 뜻으로, 재주 없는 사람이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훌륭한 사람에 미칠 수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걸음이 느린 노마(駑馬)도 잘 달리는 준마(駿馬)가 하루 동안 달리는 길을 열흘이면 갈 수 있다는 뜻으로,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재주있는 훌륭한 사람을 따를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 주(周)나라의 유학자인 순자(荀子)의 사상을 집록한 순자(荀子) 수신편(修身篇)에 실려 있는 다음 구절에서 유래하였다.
夫驥一日而千里 駑馬十駕則亦及之矣.
천리마는 하루 만에 천리를 달리는데, 둔한 말도 열흘 동안 달리면 이에 미칠 수 있다.
걸음이 느리고 둔한 노마(老馬)는 능력이 없는 둔재(鈍才)에 비유하며, 말이 멍에를 지고 하루에 수레를 끌고 다닐 수 있는 거리를 일가(一駕)라고 하는데, 십가(十駕)는 열흘 동안 말이 달린 거리를 가리킨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게으르지 않고 노력하기를 힘쓰면 재능있는 사람들과 어깨를 겨눌 수 있다는 말이다.
순자는 배움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된 의지와 실천이라고 말한다.
흙이 쌓여 산이 이루어지면 바람과 비가 일어나게 되고, 물이 모여 못을 이루게 되면 교룡(蛟龍)이 생기게 되듯이, 선(善)을 쌓아 덕(德)을 이루면 신명(神明)함을 스스로 체득하게 되고, 성스런 마음이 갖추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반걸음을 떼지 않고서는 천리 길에 이르지 못하며, 작은 개울이 모이지 않으면 강이나 바다를 이루지 못한다.
騏驥一躍 不能十步,
駑馬十駕 功在不舍.
잘 달리는 말이라도 한 번에 열 걸음을 뛸 수는 없으며, 야위고 둔한 말일지라도 열흘 동안 달린다면 따를 수 있으니, 성공은 포기하지 않는데 있는 것이다.
鍥而舍之 朽木不折,
鍥而不舍 金石可鏤.
자르다가 그만 두면 썩은 나무도 자를 수 없지만, 새기기를 그만 두지 않는다면 쇠나 돌에도 새길 수 있다.
지렁이가 손톱이나 이빨도 쓰지 않고 강한 힘줄이나 뼈가 없어도 위에서 더러운 흙을 먹고 아래에서 누런물을 마실 수 있는 이유는 그 마음가짐이 한결같기 때문이다.
조선 전기의 학자 강희맹(姜希孟)의 등산설(登山說)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노(魯)나라에 세 아들을 둔 사람이 있었는데, 첫째는 성품이 침착하였으나 발을 절었고, 둘째는 기이한 것을 좋아하고 몸이 온전하였으며, 막내는 행동이 경박스러웠으나 몸이 날래고 용맹하였다.
어느 날 이들 삼형제는 태산(泰山)을 오르기로 하였다. 둘째와 막내는 자신들의 재주만 믿고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산 중턱에 겨우 당도했을 무렵 어둠이 내렸다.
그때 첫째는 쉬지 않고 걸어 정상에 올랐고 다음날 새벽에는 일출(日出) 광경까지 보고 돌아 왔다.
이들이 집에 돌아오자 아버지는 자식들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자로(子路)의 용맹과 염구(염求)의 재주로도 끝내 공자(孔子)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였으나 노둔한 증자(曾子)는 마침내 이르렀으니, 너희들은 이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駑(둔할 노)는 형성문자로 驽(노)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 마(馬; 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奴(노)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駑(노)는 ①둔한 말 ②재능이 없고 미련한 모양 ③둔하다 ④느리다 ⑤무디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걸음이 느린 말이나 둔한 말을 노마(駑馬), 동작이 둔한 말을 노태(駑駘), 미련하고 둔함을 노둔(駑鈍), 우둔한 성질을 노성(駑性), 노둔한 벼슬아치를 노관(駑官), 재주와 지혜가 우둔하고 뒤떨어짐 또는 그런 사람을 노재(駑才), 둔한 말도 열흘 동안 수레를 끌 수 있다는 뜻으로 재주 없는 사람도 노력하고 태만하지 않으면 재주 있는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노마십가(駑馬十駕) 등에 쓰인다.
▶️ 馬(말 마)는 ❶상형문자로 말의 모양으로 머리와 갈기와 꼬리와 네 다리를 본떴다. 개는 무는 것을, 소는 뿔을 강조한 자형(字形)이지만 말의 경우에는 갈기를 강조하고 있다. 부수로 쓰일 때 말과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馬자는 ‘말’을 그린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馬자를 보면 말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큰 눈과 갈기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소전으로 넘어오면서 머리와 갈기는 간략화 되었고 해서에서는 다리가 점으로 표기되면서 지금의 馬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말은 고대부터 사냥과 전쟁에 이용되었지만 주로 먼 거리를 달리는 용도로 쓰였다. 그래서 馬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들은 주로 ‘(말을)타다’나 ‘가다’, 말의 행위, 동작과 관계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馬(마)는 (1)성(姓)의 하나 (2)말 등의 뜻으로 ①말(말과의 포유류) ②벼슬의 이름 ③산가지(수효를 셈하는 데에 쓰던 막대기) ④큰 것의 비유 ⑤아지랑이 ⑥나라의 이름, 마한(馬韓) ⑦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마구간을 마사(馬舍), 말의 똥을 마분(馬糞), 말을 타는 재주를 마술(馬術), 말이 끄는 수레를 마차(馬車), 말을 부리는 사람을 마부(馬夫), 말을 타고 떼를 지어 다니는 도둑을 마적(馬賊), 말의 몇 마리를 마필(馬匹), 말의 다리를 마각(馬脚), 말을 매어 두거나 놓아 기르는 곳을 마장(馬場), 경마할 때에 파는 투표권을 마권(馬券), 말을 타고 나감으로 선거에 입후보함을 출마(出馬), 수레와 말을 거마(車馬), 자기가 사랑하는 말을 애마(愛馬), 타는 말이나 말을 탐을 기마(騎馬), 걸음이 느린 말이나 둔한 말을 노마(駑馬), 걸음이 썩 빠른 말 한마를 준마(駿馬), 말에서 떨어짐을 낙마(落馬), 말이 빨리 달리는 것을 겨룸을 경마(競馬), 말을 탐으로 사람이 말을 타고 여러 가지 동작을 하는 경기를 승마(乘馬), 대나무를 가랑이 사이에 끼워서 말로 삼은 것을 죽마(竹馬), 기차를 말에 비유한 일컬음을 철마(鐵馬), 말의 귀에 동풍이라는 뜻으로 남의 비평이나 의견을 조금도 귀담아 듣지 아니하고 흘려 버림을 이르는 말을 마이동풍(馬耳東風), 말의 다리가 드러난다는 뜻으로 숨기려던 정체가 드러남을 이르는 말을 마각노출(馬脚露出), 말의 가죽으로 자기 시체를 싼다는 뜻으로 옛날에는 전사한 장수의 시체는 말가죽으로 쌌으므로 전쟁에 나가 살아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의 마혁과시(馬革裹屍), 말이나 소에 의복을 입혔다는 뜻으로 학식이 없거나 예의를 모르는 사람을 조롱해 이르는 말을 마우금거(馬牛襟裾),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으로 지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발전하고 정진하자는 뜻의 마부정제(馬不停蹄), 말도 갈아타는 것이 좋다는 뜻으로 예전 것도 좋기는 하지만 새것으로 바꾸어 보는 것도 즐겁다는 말의 마호체승(馬好替乘) 등에 쓰인다.
▶️ 十(열 십)은 ❶지사문자로 什(십), 拾(십)은 동자(同字)이다. 두 손을 엇갈리게 하여 합친 모양을 나타내어 열을 뜻한다. 옛날 수를 나타낼 때 하나로부터 차례로 가로줄을 긋되, 우수리 없는 수, 다섯은 ×, 열은 Ⅰ과 같이 눈에 띄는 기호를 사용하였다. 나중에 十(십)이라 썼다. ❷상형문자로 十자는 ‘열’이나 ‘열 번’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十자는 상하좌우로 획을 그은 것으로 숫자 ‘열’을 뜻한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十자를 보면 단순히 세로획 하나만이 그어져 있었다. 이것은 나무막대기를 세워 그린 것이다. 고대에는 이렇게 막대기를 세우는 방식으로 숫자 10을 표기했었다. 후에 금문에서부터 세로획 중간에 점이 찍힌 형태로 발전하면서 지금의 十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十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모양자 역할만을 할 뿐 의미는 전달하지 않는다. 그래서 十(십)은 ①열 ②열 번 ③열 배 ④전부(全部), 일체(一切), 완전(完全) ⑤열 배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해 가운데 열째 달을 시월(十月), 충분히 또는 넉넉히로 부족함 없이를 십분(十分), 어떤 분야에 뛰어난 열 사람의 인물을 십걸(十傑), 보통 4km 거리를 십리(十里), 사람이 받는 열 가지 고통을 십고(十苦), 열 살로부터 열아홉 살까지의 소년층을 십대(十代), 썩 잘 된 일이나 물건을 두고 이르는 말을 십성(十成), 오래 살고 죽지 아니한다는 열 가지 물건을 십장생(十長生), 실을 십자형으로 교차시켜 놓는 수를 십자수(十字繡),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십벌지목(十伐之木),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 열에 여덟이나 아홉이라는 십중팔구(十中八九), 열 번 살고 아홉 번 죽는다는 십생구사(十生九死), 열 사람의 눈이 보고 있다는 십목소시(十目所視), 십년 동안 사람이 찾아 오지 않아 쓸쓸한 창문이라는 십년한창(十年寒窓), 열흘 동안 춥다가 하루 볕이 쬔다는 십한일폭(十寒一曝), 오래 전부터 친히 사귀어 온 친구를 십년지기(十年知己), 열 사람이면 열 사람의 성격이나 사람됨이 제각기 다름을 십인십색(十人十色) 등에 쓰인다.
▶️ 駕(멍에 가)는 형성문자로 驾(가)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 마(馬; 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加(가)가 합(合)하여 탈것을 뜻한다. 그래서 駕(가)는 ①멍에(수레나 쟁기를 끌기 위하여 마소의 목에 얹는 구부러진 막대) ②탈것 ③임금이 타는 수레 ④타다 ⑤어거(馭車)하다(수레를 메운 소나 말을 부리어 몰다) ⑥능가하다(능력이나 수준 따위가 비교 대상을 훨씬 넘어서다) ⑦멍에 매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무엇에 비교하여 그보다 훨씬 뛰어남을 능가(凌駕), 임금이 타는 수레를 거가(車駕), 임금이 타는 수레를 봉가(鳳駕), 임금이 타는 수레를 어가(御駕), 임금이 타던 수레를 용가(龍駕), 임금이 타는 수레를 여가(輿駕), 임금이 타는 수레를 옥가(玉駕), 지위가 높고 귀한 사람의 탈것이라는 뜻으로 가마 따위를 타고 하는 그의 행차를 뜻하는 말을 존가(尊駕), 수레의 말은 살찌고 몸의 의복은 가볍게 차려져 있음을 거가비경(車駕肥輕), 천 리나 되는 먼 곳에 있는 친구를 방문하기 위해서 아랫사람에게 수레 준비를 시킴을 천리명가(千里命駕)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