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의 환국(還國), 백운의 노래
허공에 먹줄을 치고 날아간
백운의 자취를 본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서편으로 꺾였어도
달빛은 여전히 청주 흥덕사 마른 마당으로 비추누라
무엇을 인쇄하고 무엇을 남기려
지옥 같은 불을 견뎠는가
놋쇠를 녹여 글자를 심은 것은
책 한권을 탐함이 아니요
너와 나의 불성을 깨우려 함이다
문자는 마음을 가두는 가두리,
프랑스 국립도서관 어두운 수장고 안에서
쇠줄로 묶어둔 것은 묵은 종이가 아니다
거기 갇힌 것은 가둘 수 없는 사람의 본성이요
대륙을 건너온 동방의 푸른 새벽빛이다
마음을 바로보라 외치던 그 활자들이
가장 깊은 어둠 속에서 스스로 불성을 켜고
마침내 쇠사슬을 녹이며 울부짖는다, 보라
나를 돌로 때려라
직지가 꿈틀댈 것이다
나를 너의 엷은 입술로 마구 씹어버려라
가장 큰 기침소리로 일어설 것이다
나를 너의 부드러운 혀로
미치도록 굴려라
저 별과 달빛에 눈을 맞춰
고곡을 그리워할 것이다
나를 토막내어 눈물 젖은 저 바다에
뿌려버려라
직지가 귀환할 것이다
돌을 던진 손도 본래는 부처요
씹어삼키는 입술 또한 한 조각 바람이거늘,
너와 내가 돌이 아니라는 무이의 도리가
저 먼 바다를 출렁인다
동방의 흙으로 돌아오는 발걸음마다
천지가 함께 뒤흔들리며 꽃비를 내린다
그 마음자리에
붉은 달빛이 뜰 것이요
봄인 양
하얀 벚꽃 같은 눈이 푹푹 내릴 것이다
고인쇄박물관 흥덕사지엔
바람 한 점 없어도
불두화 꽃이 춤을 출 것이요,
풍경은 소리내어
노래할 것이다
돌아온 것은 활자가 아니다
깨어난 우리의 눈빛이다
외로운 이방의 방랑을 끝내고 마주한 거울이다
사람의 마음을 바로보라
당신의 마음을 붙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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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띠방
직지의 환국(還國), 백운의 노래
직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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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26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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