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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요술항아리
한국의 아동 인권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소소하지 않은 이야기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 - 넬슨 만델라
저번에 콧멍에 [사람이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http://m.cafe.daum.net/subdued20club/LxCT/232991?svc=cafeapp&sns=cafeapp)라는 글을 썼는데 생각보다 많은 여시들이 잘 읽었다 말해주고, 스스로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해줘서 나 또한 많은 것을 느꼈던 것 같아. 그저 내가 생활하며 많이 느꼈던 것을 글로 풀어낸 거라, 공부한 분야도 아니고 전공 관련된 지식도 아니었는데 많이들 공감해줘서 이번에는 좀 더 제대로 된 글을 써보려고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해봤어.
아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던 이유는, 일단 우리가 요새 약자 혐오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끼는 시기이기에 이 기회에 가장 작은 약자인 아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두 번째로는 내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아 이것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해서야! 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주로 봉사활동을 많이 했는데 우리나라는 아동 복지에 참 많이 부족하고, 도움의 손길도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 같은데 아동은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힘이 부족해. 따라서 보호해야 할 마땅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법의 사각지대에, 사람들의 시선의 그늘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아. 그런 아동들에게 우리 모두 한 줄기 희망이 되길 바라!
<목차>
1. 서론
2. 본론
1) 가정 내 폭력, 체벌에 대하여
2) ‘일가족 동반자살’에 대하여
3) 자식을 소유물로 대하는 의식에 대하여
3. 결론
1. 서론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삶의 질 종합지수’에 의하면 지난해 10년 전보다 후퇴한 유일한 항목이 ‘가족·공동체’ 영역이었다고 해.
‘통계를 가만 들여다보면 한국은 참 이상한 사회다.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계속 줄어들어 “국가소멸”을 우려하는 판국에 왜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를 버리며 해외입양을 보내는 걸까? 왜 아동학대와 그로 인한 사망, 가정 내 아동학대는 줄어들지 않는가? 아이의 수는 줄어드는데 왜 아이들의 놀이와 수면 시간을 빼앗는 사교육비 지출은 계속 늘어나는가? 왜 여전히 양육은 오로지 엄마의 책임인가? 일하는 여성들은 왜 “독박육아”로 생고생하다 일자리를 포기해야 하나?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이 상황들은 서로 상관없는 별개의 문제들일까?’
이 모든 문제들을 연결하는 단어로 ‘가족’을 뽑고 있어. 한국만큼 ‘모든 사회 문제는 가족 문제’라는 말이 잘 들어맞는 곳도 없다고 해.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공공의 역할까지 가족에게 떠넘겼고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은 ‘가족 총력전’이 되다시피 했기에 가족 안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아이들의 자율성은 간단히 무시됐다고 해. 가족주의의 극단이란 할 마음가짐, 즉 아이를 소유물처럼 바라보고 통제하는 행동이 여전한 거지. 가족 바깥의 사람들에 대한 배척은 아무렇지 않게 일상화됐고, 그러는 동안 국가는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저만치 물러나 각 가족의 ‘각자도생’을 부추겼다고 봐.
무슨 말일까? 서구에서는 근대화가 길게는 300~400년, 짧게는 100~200년이 걸쳐서 진행되었어. 그러나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50여 년에 걸쳐 근대화가 이루어진 거야. 상당히 압축적으로 이루어졌지. ‘한강의 기적’?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국가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아주 어마어마한 근대화, 산업화가 과연 빛만 있었을까?
아주 짧은 시기동안 압축적으로 이루어진 근대화이니 만큼 성과주의에 물들어 있었어. 1934~1960년 동안의 사회보험제도를 살펴보면 그 기간 중 개발도상국와 선진국을 모두 포함하여 사회보장제도 실시 경험이 전혀 없는 나라는 세계에서 딱 5개 나라밖에 없었어. 놀랍게도 그 다섯 국가 중 한 국가가 우리나라야. 세계에서 사회보장이 가장 열악한 나라 중 하나였던 거지.
그렇다면 압축적 근대화 속에서 위기의 나락으로 빠질 개인을 받쳐줄 사회적 보호제도가 전무한 상황에서 개인이 의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동아줄은 무엇이었을까? 예상하는 대로 ‘가족’이었어.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사회에서 개인이 기댈 유일한 언덕은 사적 안정망인 가족이었다는 거지. 부계혈연 중심의 유교적 가족규범이 지배적이었던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근대화, 도시화, 산업화라는 암흑의 근현대사를 보내던 한국은 사회적 위기상황에서 개인을 지켜주는 거의 유일한 울타리인 가족에 의지한 거지.
이러한 가족주의는 가족에 대한 결속력을 부여함과 동시에, 가족 외의 사람을 타자화하고 소외하는 문제를 발생시켜.
“우리 가족 일이니 끼어들지 마.”
라는 말 많이 들어봤지?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오로지 가족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물론 한 가정이 가지는 사생활이 있겠지만,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고,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아동은? 한 가정이 규정한 자기들만의 방식에 그대로 예속되는 것은 바로 아동이야.
따라서 가정 내에서 아동에게 어떤 일을 벌이든 타자인 가족 외의 사람들은 그것을 한 가족의 일이라는 이유로 방관하는 거지. 그렇다면 국가는?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아동 복지에 굉장히 취약한 나라야. 국가가 법으로 체벌을 금지해야 한다고 정한 <유엔아동권리협약>보다 더 일찍 체벌을 금지한 국가는 북유럽 국가들이야. 스웨덴이 세계 최초로 1979년 가정 내 체벌을 법으로 금지했고, 핀란드는 1983년에 금지했지.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한국이 많은 면에서 참고로 삼는 미국의 경우 연방 차원의 체벌금지 법안이 없어. 미국은 유엔회원국 중 유일하게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나라야. ‘어린이에 대한 모든 체벌 근절을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이하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우리나라의 법을 ‘금지인 듯 금지 아닌 법’이라고 평가했어. 우리나라의 아동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열악한 지 알겠지?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볼게.
2. 본론
1) 가정 내 폭력, 체벌에 대하여
“상처받음, 무서움, 속상함, 겁이 남, 외로움, 슬픔, 성남, 버려진 것 같음, 무시당함, 화남, 혐오스러움, 끔찍함, 창피함, 비참함, 충격 받음.”
과연 이게 어떤 것에 대답일까?
답은 ‘체벌’이야. ‘체벌’에 대해서 영국 세이브더칠드런이 2001년에 아이들에게 조사한 결과, 체벌에 대해 40 여 개의 형용사로 설명했지만, 그 어디에도 ‘미안하다거나 반성한다는 느낌’은 없었어. 즉 체벌은 교육적으로 별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피해를 입힌다는 거지.
또한 체벌은 아이들로 하여금 끔찍한 기억을 남길 뿐 아니라 어떤 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하고 있어. 바로 ‘체벌은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고, 따라서 너의 몸은 온전히 너의 것이 아니며, 나는 언제든 너에게 손댈 수 있다는 가르침.’이야. 나는 언제든 너를 통제할 수 있다는 권위주의적 메시지, 당신이 존재할 권리를 결정하는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때리는 사람인 나라는 주장, 그렇게 힘으로 상대를 침묵시키고 상대의 목소리를 부정하고 때리는 사람의 목소리를 상대 안으로 심으려는 시도야.
아무런 교화 효과를 얻지 못 하는 체벌은 단지 ‘학대’일 뿐이지.
흔히들 말하는 ‘사랑의 매’라는 표현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쓰여. 그리고 그것을 옹호하는 가장 큰 목소리는, “체벌 덕분에 오늘날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라는 논리야.
과연 그럴까?
이에 철학자 버트런드 런셀은 이러한 말 또한 체벌이 가지는 악영향 중 하나라고 말 해. 어릴 때 회초리를 맞지 않았더라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는 겪어보지 않아서 알 수 없다는 거야. 그렇지? ‘맞지 않고 자랐다면’이라는 상황은 존재하지도 않는 거니까. 체벌을 통해 올바른 훈육을 경험했다고 하는 사람들은 아마 체벌이 없었어도 좋은 사람으로 성장했을 거야. 그런 좋은 사람들에게 체벌의 긍정적 생각을 심는 것 역시 체벌의 악영향이라는 거지. 체벌은 단지 학대일 뿐이야.
2014년 한 시설에 거주하는 아이는 시설에 오기 전 부모에게 잦은 체벌을 당했다고 해. 상담 과정에서 ‘내 몸은 소중해요.’라는 말을 듣고 아이는,
“책에선 그렇다고 하는데, 나는 내 몸이 왜 소중한지 잘 모르겠어요. 매일 맞고 불행하네 뭐가 소중하다는 건지.”
라고 대답했어. 이 아이는 시설에서 다른 아이들을 성추행한 논란에 휩싸였다고 해. 소중한 대접을 받지 못하면 스스로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키우지 못하는 거라고 봐.
즉 “부모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신체적 체벌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힘의 차이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이 불평등함을 인지한 어린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힘과 권력에 따른 불평등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 쉽다.”라는 거야. 비교적 일상적으로 어린이에게 신체적 체벌을 가하는 지역에서는 부인이나 형제자매를 향한 과도한 폭력도 함께 관찰된다고 해. 이러한 체벌을 허용하는 하위문화가 성인의 극단적 폭력도 부추긴다고 해.
이러한 아동에 대한 학대의 양상이 꼭 신체에 손을 대어 체벌하는 것만으로 드러나는 건 아니야. 정신적 학대 역시 학대의 한 양상이야.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이지.
2) ‘일가족 동반자살’에 대하여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과연 이게 가능한 말일까?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야. 부모가 자살을 결심하고 자신의 자녀와 함께 죽을 결심을 하는 건 절대 가능하지 않은 소리야. 아이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미리 알 수도 없고, 어떤 연유로 자신이 죽어야 하는지도 몰라. 부모가 자녀와 동반 자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부모가 자녀를 살해 후, 부모도 따라 자살’이겠지.
그렇다면 부모는 단지 자녀를 살해한 거야. ‘동반자살’이라는 풍토는 아이들을 부모와 분리된 독립적 존재로 바라보지 못하고 부모가 세상을 버릴 때 데리고 갈 정도로 처분이 가능한 소유물처럼 여기는 관점이 배어 있는 거지.
‘가족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은 상당히 온화한 표현이라고 지적해. 이러한 표현은 서양에서 전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라고 해. 단지 같은 상황을 보고 ‘아동살해’, ‘자녀살해’라고 구분할 뿐이야. 최근에는 ‘가족 몰살’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해.
1960~70년대에도 부모의 자녀 살해 후 자살은 끊이지 않았다고 해. 놀랍게도 기성세대들이 곧잘 좋았다고 추억하는 박정희 시대가 사실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자살률이 높은 시대였어. 당시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5명으로, 한국이 OECD 국가 자살률 1위인 오늘날의 통계(2015년 기준 25.8명)와 별반 차이가 없는 수치이지. 즉 당시부터 지금까지 한국은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
그렇다면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부모의 심리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여성과 남성이 큰 차이를 보여. 유서와 자살미수에 그친 부모에 대해 조사한 결과, 여성의 경우는 자신의 죽고 나면 자녀를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근거하고, 남성의 경우는 시대변화와 무관하게 ‘배우자의 가출’에 근거한다고 해(인류학자 이현정의 분석).
놀랍게도 가족 살해자의 전형적 특징은 대체로 가족에게 헌신적이고 충실해 보였지만 친구가 별로 없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던 중년 남성들이라고 해.
즉, 어떤 ‘친엄마’는 자녀의 생존을 자신과 분리시켜 생각하지 못하며, 어떤 아버지들에겐 자녀 양육을 전담해줄 ‘친엄마’가 없는 것이 자녀를 살해하는 이유가 되는 거야. 참 끔찍한 생각이지. 이런 면에서조차 한국 사회에서 어머니의 역할에 대해 고정관념을 박아두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가족주의를 중시하던 유교 문화의 잔재일까?
이 역시 적절한 대답은 아니야. 중국 본토에서는 부모의 자녀 살해 자살 사건의 거의 발견되지 않다고 해. 그런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언론은 이를 한국·일본과 달리 ‘가족 자살’이라고 부르지 않고, ‘윤리참극’이라고 표현해. 중국 본토에서는 엄격히 살인을 강조하고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함부로 부모가 그 생사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국가의 성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때문이지. 한국과 일본에서는 ‘가족 윤리’가 우위지만 중국에서는 ‘개인 윤리’가 우선이라는 거지.
그러나 이러한 생각 역시 가족의 형태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해. 핵가족 구조가 지배적인 일본과 한국에서는 부모의 위기가 곧 가족 전체의 존립 문제로 인식되는 반면, 중국은 확대가족의 성격이 강하고, 핵가족 역시 외부의 상호의존관계인 가족 밖 네트워크가 튼튼해 자신이 잘못 되더라도 자녀를 다른 가까운 누군가가 돌봐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야.
결국 같은 유교문화권인 한국, 일본, 중국에서도 부모의 자녀 살해 후 자살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부모가 자녀를 독립된 개인으로 바라보느냐,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 가족 밖에 기댈 언덕이 있느냐 여부에 놓여 있는 거야. 즉 한국 사회는 핵가족화의 가족 형태도 그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결국 부모의 위기 상황에 그들의 자녀를 보호할 사회적 안전망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인 거지.
http://m.entertain.naver.com/read?oid=382&aid=0000479866
TVN 드라마였던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고두심과 고현정이 모녀 관계로 나오는데, 고두심이 남편의 바람에 힘들어 하다 어린 딸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할 생각을 해. 결국 그 시도는 성공하지 못 했지만 딸에겐 아주 오랜 기억으로 남아있어. 실제로 모녀의 갈등이 심화되던 상황에 고현정이 “그때 왜 날 죽이려 했냐.”며 고두심에게 쏟아내는 장면이 있어. 나도 당시 그 장면을 보며 꽤 큰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
자살 미수에 그친 그 시도는 엄청난 상처로 남아 자녀를 괴롭히는 거지.
http://tvn.m.tving.com/tvn/VOD/View/CLIP/EA_60064
3) 자식을 소유물로 대하는 의식에 대하여
본론의 1)과 2)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모두 자식을 소유물로 대하는 의식에 기반하고 있어. 내 소유이므로 교화와 훈육을 위해 내 마음대로 체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과 내 소유이므로 내가 삶을 포기할 때 함께 데리고 갈 수 있는, 처분할 수 있는 존재로 보는 거지. 세상에 태어난 이상 자녀들은 모두 독립된 존재이며, 부모와는 구분되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해.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은 놀 권리를 박탈당하고 학원에 가서 앉아 있고, 부모가 그어 준 선 안에서만 행동하고 있어.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지만 그 학원에 앉아있는 자녀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아. 그저 부모의 소유물로서, 부모가 정한 시간표를 살아가고 있을 뿐이야.
자녀들은 사교육에 자신의 권리를 박탈당할 뿐 아니라 그것에서 파생되는 성적에 대한 압박, 부모의 기대심리를 충족시키는 못함에서 오는 좌절을 경험하는 거지. 현대 성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존감’이라는 것은 바로 가정에서부터 천천히 갉아 먹히고 있는 거야.
3. 결론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아동은 여전히 위험에 처해 있어. 아동에 대한 학대가 이루어지는 주된 곳은 바로, 사회가 아동에게 안전하다고 여기는 ‘가정’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 약한 존재인 아동은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가정 내에서 홀로 싸우고 있어.
아동이 학대당해서 사망한 사건이 뉴스에 나오면 단지 안타깝다고 생각해. 우리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약자인 아동이 바로 설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선에서 행동으로 실천했으면 좋겠어. 2015년 말 인천에서 부모의 감금과 학대를 피해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한 열한 살 소녀는 이게 첫 번째 탈출이 아니었어. 그 전에 폭행과 굶주림을 피해 집 밖으로 탈출한 경험이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다 주었어. 그리고 두 번째로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해 동네 마트의 주인의 신고로 발견되었는데, 다시 집으로 데려줄까 무서워 “보호시설에서 나왔다.”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해.
이 사건이 있고 얼마 안 있어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는데, 부모와 이모의 폭행에 시달리다 집을 나온 열두 살 아이는 초등학교 시절 담임교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집으로 돌려보내졌고, 다시 폭행을 피해 도망쳐 나와 그 담임교사가 사는 아파트에 찾아가 아파트 경비원에게 도움을 요청했어. 경비원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냈고 결국 아이는 다음 날 이모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어.
http://m.newsinside.kr/news/articleView.html?idxno=485760#_adtReady
2013년 칠곡에서 아동이 학대당해 사망한 사건은 어떨까? 아이가 숨지기 한 달 전 멍 자국을 본 외삼촌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아버지는 자매가 우산으로 싸우다가 생긴 상처라고 거짓말을 했고 경찰은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아이에게 사실인지 물었는데 아이는 아버지가 옆에 있기에 그저 끄덕였어. 이 아이는 그 전에도 지구대에 폭행 사실을 신고한 적 있는데 아버지가 조사를 받게 되자 진술을 번복했다고 해. 학교, 경찰, 지방자치단체, 아동보호전문기관, 이웃 등 이 아이가 숨지기 전 다양한 경로로 학대 사실을 인지한 어른의 수는 37명이나 되었으나 누구도 아이의 죽음을 막지 못했어. 심지어 동생을 죽였다는 누명을 언니에게 씌워, 이 언니는 심리치료를 받은 뒤에야 비로소 계모가 폭행한 사실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해.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8435400
2016년 초 평택 아동학대 사망사건도 마찬가지야. 당시 아이가 다니는 지역아동센터는 학대의 정황을 의심했고 아이가 장기간 출석하지 않자 경찰과 함께 집을 찾아갔지만 “내 자식 내가 키운다.”며 확실한 증거 없이 가정 방문하지 말라고 쏘아 붙였다고 해.
어때? 주변의 무관심 속에 살 수 있던 아이들이 죽어갔어. 물론 가장 큰 잘못은 일단 미비한 아동 보호 제도에 있지. 하지만 누군가 관심을 조금만 더 쏟았다면 한 생명이 살 수 있었을 거야.
이러한 사건이 뉴스에서만 확인되는 건 절대 아니야. 실제로 내가 처음 근무했던 학원은 학생이 학원을 결석하면 집으로 전화를 하게 되어 있는데, 평소 친구들과 무리지어 다니며 수업시간에 선생님을 당황시키며 그것을 대단한 것 마냥 생각하던 한 중학교 2학년의 남학생이 결석을 한 날 나를 찾아와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부탁했어. 집으로 전화하지 말아달라고. 왜 그러냐는 내 물음에 아빠가 지금 집에 없는데 아빠가 없을 때 자신이 잘못을 하면 엄마가 쇠파이프 같은 것으로 자신의 정강이나 손바닥을 때린다고 했어. (이 경우 학대의 주범이 어머니였던 거지 여성이 주된 학대 가해자인 건 아니야.)
당시 나는 아이를 설득해서 이 사실을 알리자 했으나 아이는 극구 부인했어. 그 이유는 자기 엄마라서. 그래도 가만 볼 수 없어 학원 원장에게 알렸어. 당시 어떻게든 아동 보호 단체에 연락하고 싶었는데 학생의 반대가 너무 심해서 어쩔 수 없었고 이후에 같은 일이 반복되면 꼭 연락하라고 내 번호를 알려줬어. 그리고 얼마 안 돼 학원을 옮기게 돼서 그 아이를 볼 순 없었는데 아직도 마음에 걸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은 피해 아동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글의 대부분의 내용은 <이상한 정상 가족>이라는 책을 참고했어. 이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 봉사활동하면서 혹은 주변에서 보았던 일들에 대해 원인과 결과 등을 알 수 있던 책이었어. 모두 읽어봤으면 좋겠어!
다음에는 우리나라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해 써 볼게!
+학대 신고에 대해서 물어보는 여시들이 있어서 간단하게 추가할게
사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우리나라는 너무 아동 보호에 대한 법률이 허술해서
학대신고를 해도 앞의 사례처럼 다시 집에 돌려보내진 경우가 꽤 있어
그래도 일단 기본적인 사항을 숙지했으면 해서 첨부해
삭제된 댓글 입니다.
고마워!! 수정했어!
말멀!
고마워!! 수정했어!
진짜 많은 생각 든다...쩌리가도 되지 않나???
삭제된 댓글 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2.13 02:31
사회문제... 생각해볼게! 보통 어떤 점에 대해서 평소 느끼는 거에 관해 이것저것 찾아보고 책 보는 편이거든 저번 글 링크 걸어둔 것도 그렇고 이것도 그렇고 요샌 한국의 아동 청소년에 대해서 생각이.많아서 그런 점을 주로 찾아 읽었고(학원 강의하느라 많이 접해서) 보통은 역사나 지리상의.분쟁 관심 많아서 그런 것도 많이 찾아 읽거든. 근래엔 <라피끄>라고 팔레스타인과 유대인의 분쟁에 대한 책 읽었어! 본문책이랑 같이 근래에 읽던 거! 시오니즘에 관해 더 알아보고 싶어서 학창시절에 세계사 세계지리 배우고 수능보느라 공부를 많이 했어서 그 관련에 좀 더 알아보는 것 같아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2.13 02:56
아 안그래도 요즘 시사인에서 아동학대 특집기사 읽고 있었는데 이 글 너무 좋은글이다 여시야ㅠ
내가 읽었던 기사 링크도 첨부할게 http://sisain.kr/31189
오 나 이거 지금 읽고있는데 진짜 생각해보게되는 구절들 너무 많아... 아직 반절도 못 읽었지만 읽을수록 새롭게 알게되는사실이 많아서 충격이기도 하고 씁쓸하기도해ㅠㅠ
진짜 좋은 글이다...글쓴여시같은 선생님이 우리나라에 있어서 참 다행이야..
안 그래도 이 책 샀었어 내 어린시절이 많이 생각나서... 진짜 우리 사회는 많이 병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글 써줘서 고마워 좋은 부모에 대해 늘 고민하지만 정말 좋은 부모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야...
보는 내내 소름 돋고 가슴 아팠다.. 여시 학원 학생이었던 그 남학생이 지금은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글 잘 봤어. 생각이 진짜 많아진다ㅜ
정말 와닿고 안타깝다... 나도 초등학생때 공포심에 선생님께도움요청해봤지만 그저부모님께싹싹빌란소리듣고 내가과민반응인줄알고살아왔어.. 가족모두가 나를심적으로,신체적으로 구속하고 몰아세울땐 탈출구는 방의 아파트 창문밖에없다 느껴져 뛰어내리길 시도한적도있어 가족마저 나를 위협하기시작하면 정말 무력하고 정말 심각해 절망적일정도로 아이가 할수있는대처는 거의없어... 제발 법좀제대로 개정되면좋겠다 그리고 주변에 학대받는아이를 발견했을때 도울방법이없을까
고마웡! 많이 생각해볼수있었엉
학대받는 아이를 본다면 어떻게 해야해?
청소년보호시설로 가면 지낼 수 있는 기간 일주일이나 한달로 정해져있고 매번 상담하고 보고해야한다고 들었는데
그 뒤엔 아이를 어떻게 보호해줄 수 있을까
드라마 마더 보면서 학대받는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는 싶은데.. 마음이 무겁다
그것도 추가해서 올릴게! 지금 근무중이라
112로 신고하거나 지역에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도 신고 가능해 ! 아동학대는 의심만 가도 신고할수있어! 또 현재 학대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면 (예를 들어 옆집에서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혼내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등등) 112로 신고하면 파출소에서 바로 출동하기 때문에 초동조치가 빨라!
그리고 보호시설로 아이를 분리한다는게 쉬운건 아닌데.. 경찰 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이가 가정에 계속 있는게 어렵다 판단되면 분리해! 기간은 일시보호하는 시설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시설에 있어야한다고 판단될경우에는 장기적 보호가 가능한 시설로 가기 때문에 몇개월~몇년도 있을수있어!
여시야 좋은글 정말 잘 읽었어!!! 쩌리가서 더 많은 여시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어때?
쩌리가도 되려나?더 많은 여시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주제라 ㅠㅠ 쩌리 여시 몇 년 하면서도 갈 생각을 안 햐봐서 글 올리는 기준을 모르겠는데 말멀 씹빨새끼들로 올리면 되나?...
@요술항아리 충분히 다같이 생각해보구 고민해보구 이야기나눌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되는데!!
공지보면 흥미돋이 젤 무난할 것 같기도 하고~~
나도 퇴근하고 꼭 읽어야지
다시 정독해볼게 고마워!
고마워 여시
진짜 너무속상ㅠㅠ 내가 이런사회를 조금이라도 바꿀수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고마워 여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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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인권 여시야 진짜 좋은글이다 주말에 꼭 정독할꺼야ㅠㅠ 책도 읽어야지 고마워 여시ㅠㅠ
여시야 연어하다 보게 됐어 아동학대에 대한 보호와 처벌제도가 미미한게 안타깝다.. 여러 생각이 들게 하네 좋은 글 정말 고마워!
여시야 고마워 ㅠㅠ 잘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