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지닌 여러 장소 중 공주만큼 강렬하게 다가오는 곳이 또 있을까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이외의 장소는
주로 할머니 댁이거나 여행했던 장소가 아닐까 하는데
공주라는 곳은 대학생활을 했던 곳이라서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것 같다
처음 집을 떠나 독립해서 살았던 곳이라서 더 그럴 지도 모르겠고
성장기 중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시간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공주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곳이 아마 공주산성이었을 것 같다
읍내의 끝자락 금강변에 있으니 기숙사에서 천천히 걸어 이 곳에 오르면 뭔가 가슴도 탁 트이고
바로 아래 금강이 흐르고 있으니 내려가 모래톱에 앉아 친구들과 조용조용 이야기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잘 안풀리던 고민도, 시험 끝낸 후의 해방감도 이 곳에서 풀고 즐겼던 것 같다
졸업 후 이런저런 연수를 받기위해 혹은 갑사나 마곡사 등을 가기 위해 이곳 공주는 다시 올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대청댐 건설로 인해 금강 물길이 완전히 바뀌어 그 때의 정취가 사라졌음을 확인하고
뭔가 잃어버린 기분이 들었었다
방송 화면에서 보여주는 금강을 보니
물길이 바뀌면서 내가 앉아있던 넓은 모래사장이 사라지고 바뀐 물길의 둔치를 잘 개발해 놓은 듯 하다
한강 둔치의 위락시설을 벤치마킹한 듯 대한민국의 모든 강과 하천의 둔치는
잘 가꾼 공원처럼 만든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내가 지냈던 80년대 초엔 금강을 건너 공주읍내로 들어오는 다리는 이 곳이 유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차도 자전거도 사람도 모두 이 다리를 건너다녔다
첫눈이 오는 날 제민천 길을 따라 금강까지 와서는
이 다리를 천천히 걸어 금강을 건너면 바로 맞은편에 '은모래 다실'이 있었다
철교를 건널 때 금강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눈보라에 몸은 꽁꽁 얼었다
은모래 다실에 들어서서 따뜻한 보리차로 몸을 녹이며 커피를 기다리던 기억이 난다
이번주 내내 금강의 이 곳 저 곳을 보여주니
나도 조만간 공주로 달려가게 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