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을 믿는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이미 8년 전부터 한국 영화 투자, 배급을 기획하고 있었다. 한국 영화 시장에 ‘빨리’ 입성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제대로’ 판을 벌이겠다는 목표. 한국 영화 리포트와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온 끝에 2016년 여름 김지운 감독이 첫 판을 벌인다.
김지운 감독이 3년 만에 내놓는 신작 <밀정>은 1920년대 항일 무력 독립운동단체 의열단과 일본 경찰의 밀정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로,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촬영을 시작해 현재 한국에서 막바지 촬영 중이다. 아직 줄거리와 캐릭터에 대해선 공개된 바가 없다. 그럼에도 워너가 “2016년 천만 블록버스터”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 건, 김지운 감독의 스타일에 대한 믿음이다.
<달콤한 인생>(2005)으로 해외에 ‘김지운 스타일’을 알린 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로 칸의 초청을 받았고, <악마를 보았다>(2010)가 북미 지역에서 마니아 팬층을 확보하자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이 날아들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라스트 스탠드>(2013)는 한국 감독의 첫 할리우드 상업 영화 연출작으로 기록됐다.
김지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약속을 지키되 아이디어와 스타일만큼은 끝까지 고집부리고 싸워서 얻어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말한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역시 “작품에 대해선, 어떤 권리도 행사하지 않는다. 연출과 편집에 있어 전혀 터치하지 않고, 김지운 감독을 믿고 간다”는 입장이다. <밀정>은 할리우드 자본과 김지운의 고집스런 스타일이 제대로 만나는 첫 영화가 될 것이다. 김지운의 스타일은 한 번도 관객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
글•구성 맥스무비 영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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