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국제축구연맹)는 매년 전세계 각종 축구 일정이 충돌하지 않도록 최상위 기관인 FIFA 주관 대회의 일정을 미리 정리해 발표한다. 이를테면 지난해 12월에는 2006년~2008년의 국제 축구대회 일정을 공시한 바 있다. 이것을 우리는 흔히 'A매치 데이'라고 부른다. A매치는 FIFA에서 인정하는 각국 성인대표팀 1진들이 출전하는 경기를 뜻하며 각 나라의 축구협회는 해당 날짜에 한해 (일정 기간 앞서) 직장(소속팀)의 동의 없이 선수들을 대표팀으로 차출할 권리를 보장받는다. 그리고 당연히, 각국 축구협회나 프로축구 리그 운영체들은 이 일정을 피해 (FIFA의 하위 기관인) 자신들이 주관할 경기의 일정을 짜게 된다. (2007년 A매치데이는 총 12일)
최근 한국 축구계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아시안게임과 K리그 플레이오프/FA컵의 일정 충돌이다. 대표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참여하는 기간이 프로팀이 참여하는 대회의 기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들을 보유한 프로팀 중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한해 농사를 수확해야 하는데 추수를 앞두고 제일 훌륭한 일꾼들을 해외에 파병해야 하니 답답하기만 한 것이다. 힘들게 4강 진출에 성공했으니 플레이오프(혹은 FA컵 4강)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정예멤버 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프로팀들의 불만은 크다. 오늘 열린 K리그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때에도 4강팀 감독들은 협회의 최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협회 입장에서는 무작정 양보만 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K리그 플레이오프가 11,12일과 19,26일(챔피언결정전)에 걸쳐 진행되고 아시안게임 예선 첫번째 경기인 방글라데시 전이 28일로 예정되어 있어 챔피언 결정전이 마무리 되기 전에 대표선수들을 차출해야하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이 K리그 플레이오프를 위협할만큼 중요한 경기이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만 이미 예측이 가능했던 일정 조절에 실패한 K리그나 축구협회 측의 업무 처리에는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고심 끝에 협회는 K리그 올시즌 최종 경기인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하루 앞당기는 조건으로 챔피언결정전 종료 이후 해당 선수들을 차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6년 K리그 최고의 팀을 가리는 챔피언결정전은 당초 예정되었던 26일이 아닌 25일로 앞당겨졌다.
하지만 답답한 마음은 여전히 가시질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FIFA는 지난해 이미 2006년과 2007년 A매치 일정을 발표했다. 더군다나 다음달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것도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그런데 정규시즌이 다 끝난 뒤에야 황급히 일정을 바꾸었다. 플레이오프 시작이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말이다.
사실 플레이오프에 관해 불만을 따지자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플레이오프는 정규시즌이 아니다. 일종의 번외경기다. 그런데 시즌 득점이나 도움 합산에는 플레이오프에서의 성과가 포함된다. 이건 (좀 우스운 얘기지만) 선수들의 개인상 타이틀 경쟁의 공정성에 해가 되는 것 아닌가? 또 경기 시간이 죄다 오후 2시인 것도 불만이다. 한명이라도 더 많은 관중을 들이려면 (야간경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평소처럼 오후 3시쯤으로 시간을 잡아야 하는 것 아닐까? 공중파 중계 방송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공중파 중계가 경기 시간의 변경을 감수할만큼 귀한 시대인가 정도는 한번 재고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케이블TV에서는 몇시에서 하든 정성껏 중계해줄 일인데 한 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를 빛나게 하려는 노력보다 공중파 중계 자체가 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사안인지 솔직히 나는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더군다나 챔피언결정전 최종전 일자로 변경 확정된 25일은 '토요일'이다. 토요일 오후 2시. (공교롭게도 예전에 L모 K모 배우가 주연해 흥행 참패한 영화...의 제목이다;) 주 5일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 토요일 2시는 축구장 찾아가기에 상당히 이르고 낯선 시간이다. 더군다나 원정팀 팬들의 이동시간까지 감안하면 토요일 오후 2시에 한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경기의 막이 오른다는 건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다. 이게 다 미리 예상됐던 일정과 K리그 일정을 잘 짜맞추지 못한 데서 온 문제라고하니 더욱 그렇다.
물론, 일정 조절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더군다나 유럽 중심의 사고를 가진 FIFA에서는 가을 킥오프제를 운영하는 유럽 리그에 맞춰 A매치 일정을 짜고 국제대회도 이를 바탕으로 조직된다. 한국처럼 지구 반대편에서 공을 차는 나라에서 그들의 일정을 적극 반영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에 연맹 내부적으로는 한국도 유럽처럼 8월 개막, 5월 폐막 방식을 따라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검토할만 하다고 본다. 대표팀이나 K리그나 각각의 객체로 중요성이 큰 것은 사실이며 둘의 우선순위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서로에게 골치아픈 일이다. 그러니 아예 애초부터 일정 구성을 절묘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어쨌든, 운영의 묘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아울러, 중계권 협상이나 스폰서 유치 같은 문제들도 시즌 개막전에 확실히 정리가 되어서 매번 무슨 사태만 발생하면 그때그때 수습하기 바쁜 모습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리되면 플레이오프에 관한 아쉬움도 점차 개선되지 않을까. 권위 있어야 할 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이 이리 채이고 저리 채여 멍투성이 되는 것 보는 마음이 영 쓰라리다. |
첫댓글 맞는 소리.. ㅠㅠ
방글라데시랑 경기하는데;;; 베스트기용할 필요없자네 ㅠ.ㅠ
축협은 왜 갑자기 일본이랑 올대 경기 잡았는지? 진짜 일정 심하게 겹치는거 알면서도
a매치 한번뛰면 돈이 쏠쏠하게 들어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