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 민족 서비스를 운영 중인 우아한 형제들을
약 4조 8천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4조 8천억은 당시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비슷한 시기 아시아나항공 역시
매각 소식이 흘러나왔는데, 매각 금액은 배달의 민족의 반 정도였다.
국내에서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중개 업체와 전 세계로 비행기를 운항하는 항공회사, 단순히
두 기업의 가치를 비교하면 배달의 민족은 아시아나 항공과 비교도 되지 않을 것 같지만
기업 가치는 배달의 민족이 아시아나 항공보다 2배나 높았다.
거기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해당하는 높은 가격으로 매각되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이렇게까지 비싼 가격에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바로 데이터에 있다.
배달의 민족과 아시아나 항공을 비교해보자.
사람들은 대부분 1년중 어쩌다 한두 번 비행기를 탄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연간
해외 여행객은 최대 2천만 명 정도였다. 그렇다고 이 숫자가 모두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대한항공 이용객이 훨씬 많을 것이다. 반으로 나눈다고 해도
1천만 명. 이 숫자를 월 단위를 바꾸면 적게 잡아 50만 명, 많아야 100만 명이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한 달 동안 1천만 명 이상의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매달 1천만 명의 데이터가 배달의민족에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수수료를 내면서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지만, 배달의 민족은 수익을 내는 동시에 우리에게서 데이터를
가져가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아시아나항공 매각 금액의 차이는 바로 이 데이터의 차이로
인한 것이다.
아시아나 항공이 석유 경제, 3차 산업혁명의 표상이라면 배달의 민족은 데이터 경제,
4차 산업혁명의 상징이다.
- 이지성 저, ‘미래의 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