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화려하게 꽃을 드러내지 않을 뿐 무화과 열매 속에 꽃이 들어 있다. 꽃을 몸속에 숨겨서 피우는 무화과를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동지가 있다.
무화과 안에 사는 좀벌이다. 잘 익은 무화과를 자세히 보면 위쪽에 배꼽처럼 생긴 구멍이 나 있다. 그 구멍을 숨어 있는 꽃차례라고 한다. 살짝 벌어진 이 구멍은 무화과꽃의 수분을 위해 좀벌이 드나드는 통로 구실을 한다.
무화가가 익어가기 시작하는 여름철이면 무화과 속에서 임신한 암벌들이 온몸에 수꽃의 꽃가루를 묻히고 바깥으로 나온다.
이들은 곧바로 새로 생긴 다른 열매 속으로 들어가 산란을 한다.
이때 자신이 묻혀 온 수꽃의 꽃가루가 다른 열매의 암술에 닿게 된다. 이 산란 과정을 마치면 좀벌들은 생을 마감한다.
겨울이 지나고 이듬해 여름이 돌아올 때쯤 그 알들이 깨어난다.
무화과 열매 속에서 수컷 좀벌들은 암컷보다 일찍 부화하지만 짝짓기를 마치면 이내 무화과 속에서 죽는다.
수컷 좀벌은 세상 밖으로 한번 나와 보지도 못한다.
수컷들은 날개가 없으며 그 생김새도 애벌레와 비슷하다.
이들은 단 한번의 짝짓기를 위해 태어났다가 그 임무를 다하고 나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 배가 볼록해진 임신한 암컷 좀벌들만 다시 무화과 열매 밖으로 기어 나온다.
무화과 없는 좀벌이 없고, 좀벌 없는 무화과도 없다. 이 둘의 공생관계는 끔찍하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