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단순한 몇 마디로 요약 정리된 설명들이 대부분 그렇듯, 위의 설정은 그리 정확하지 않습니다. 형사 강호수는 보기만큼 결백한 인물도 아니고 복수자 오승하도 악마는 아니죠. 운명에 의해 반대편에 선 대립항과 같은 두 인물을 그리려는 게 작가의 의도였다면 그렇게까지 성공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캐릭터의 구도가 꼭 작가의 원래 의도에 충실해야 할 이유도 없긴 한데...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언급하기로 하겠습니다.
2.
이 시리즈에서 저에게 가장 재미있었던 건 오승하의 복수가 엄청나게 교묘했다는 겁니다. 그는 단 한 번도 자기 손에 피를 적시지 않았어요. 그의 방식은 교묘하게 살인과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서 목표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것이었습니다.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그는 법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철저하게 안전했습니다. 그건 그의 공범자들도 마찬가지였죠. 심지어 그는 사이코메트리가 가능한 초능력자인 서해인의 능력도 이용했습니다. 그 능력에 맞추어 거짓 단서를 심거나 정보를 경찰에 전달하기도 했지요.
문제가 있다면, 이 엄청나게 지능적인 범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승하의 몇몇 계획들은 너무나도 정교해서 종종 단순히 운에 기댄 결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오승하에게 어느 정도 초능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지요. 저 역시 조금 더 설명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어차피 범인이 누군지 처음부터 드러나 있는 이야기이니, 오승하의 행동을 직접 보여주는 방법도 있었겠지요.
3.
오승하의 음모가 저에게 만족스럽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그의 범죄가 그 복잡한 정교함에 비해 어이가 없을 정도로 비능률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주 공을 들여 사건 현장에 있었던 강오수의 친구들을 살해했는데, 사실 그들은 살인같은 대단한 벌을 받을 자격도 없습니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그들이 죽어가면서 단 한 번도 죄를 뉘우치거나 후회하지도 않았다는 거죠. 심지어 몇 명은 죽음이 다가오는지도 몰랐고 그에 추가되는 공포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복수란 자기가 당한 고통을 상대방에게 돌려주는 것이죠. 오승하는 이들을 죽이면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그들 중 한 명인 석진은 죽지도 않았지요. 이들이 당한 죽음과 고통이 강오수를 처벌하려는 의도라고 해도 역시 비능률적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사건에 진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충분히 벌 주지도 못했습니다. 강오수는 이 사건 때문에 고생을 좀 하긴 했지만 그래도 오승하와 주변 사람들이 당한 고통은 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징징거리며 불평할 기회만 얻었지요. 그보다 더 고약한 악당인 강오수의 아버지 강동현이 겪은 고통도 별게 아니었습니다. 그 나이의 노인네를 심장마비로 죽이는 건 너무 쉽죠. 그건 복수도 아닙니다. 하루 정도 마음 고생하고 참회하다 죽는 것도 맥빠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캐릭터의 일관성도 없고요.
비능률보다 나쁜 건 오승하의 계략이 그나 강오수와 전혀 상관없는 민간인들의 부수적인 피해를 지나치게 많이 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오승하가 변호사의 입장에서 애프터 서비스를 해주었다고 해도 소라 엄마는 살인범이 되어 평생 그 기억을 안고 살아야 할 어떤 이유도 없습니다.
오승하도 인간이니 완벽할 수는 없죠. 하지만 계획의 정교함과 결과의 비능률성은 아무리 봐도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첨단 기술로 무장했지만 연비가 엄청 떨어지는 신차를 보는 기분이랄까요.
4.
드라마로서 [마왕]의 가장 큰 단점은 이야기의 구조가 오승하의 계획에 거의 전적으로 종속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모든 인물들이 오승하의 사전 계획에 질질 끌려다니니까요. 심지어 그건 오승하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결과 대립되는 두 사람의 정면 대결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마왕]의 복수담은 기대했던 것보다 생기가 없습니다. 드라마가 살아있으려면 현재진행형으로 캐릭터들의 의지가 충돌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 생생한 의지를 과시하는 유일한 사람은 복수의 계획을 짜던 과거의 오승하뿐입니다. 그리고 그는 20회 회상신에서 단 한 번만 등장하지요.
드라마의 두 번째로 심각한 문제점은 강오수라는 캐릭터입니다. 그는 오승하의 대립항이 될만한 무게를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그는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행동을 제대로 뉘우치지도 않고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끊임없이 고통스러워하고 자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세상 만방과 우연히 자기와 협력하게 된 예쁜 도서관 사서에게 알리고 싶어할 뿐이죠. 그런 그의 고통은 그가 맡게 된 사건의 성격과 제대로 된 조화를 이루지도 못했고 특히 가장 큰 피해자들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옛 동창 김영철 앞에서 성인군자인 척 하는 그의 태도는 그냥 가소로웠습니다. 그가 자기도취와 연민을 조금 줄이고 인간적 깊이를 조금만이라도 더 보여주었다면 마지막 결말이 남의 대사를 암송하는 것처럼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을 겁니다.
5.
이 시리즈에서 가장 낭비된 인물은 사이코메트리의 능력을 가진 서해인이었습니다. 조금 다른 각도로 보면 가장 쓸모없는 인물일 수도 있겠군요.
드라마의 구조를 뜯어보면 서해인의 초능력은 없어도 됩니다. 강오수가 신세한탄을 접고 열심히 뛰기만 해도 그 정도 정보는 얻을 수가 있거든요. 만약 서해인의 초능력을 정당하게 살리고 싶었다면 지금보다 비중이 훨씬 커야 했고요.
이 시리즈에서 서해인의 역할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게을러빠진 경찰들에게 단서나 인문학적 정보를 제공해주는 컴퓨터 역할입니다. 다른 하나는 전통적인 '여자주인공' 역할이죠. 남자주인공을 위로해주고 사랑해지고 투정도 들어주고 바른 길로도 이끌어주려 하는, 뭐, 그런 역 말입니다. 물론 삼각관계 연애담의 꼭지점 역할 하기도 빼놓을 수 없죠.
아쉽네요. 서해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스핀오프라도 써주고 싶어요. 분명 이 캐릭터를 더 잘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6.
아까 이 시리즈의 설정이 거의 보르헤스 소설에 써먹어도 될 만큼 추상적이라고 말했는데, 시리즈가 그 추상적인 주제와 구도를 살리기 위해 쓴 방법은 솔직히 그렇게 좋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바로 인용이었거든요. 스캇 펙에서부터 [파우스트], [신곡], [오즈의 마법사],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작품들이 끊임 없이 인용되는데, 이들은 제대로 스토리에 녹아드는 대신 그냥 배우들에게 설교하듯 낭송되기만 했습니다. 이 드라마 때문에 책을 읽는 독자들이 늘어났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드라마의 구성면으로 보았을 때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지요.
더 큰 문제는 이런 인용들이 대사 안에서 제대로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끊임없이 인용된 문구를 낭송하고 설명을 해주는 서해인 역의 신민아를 볼 때마다 배우가 불쌍해질 정도였지요.
하긴 [마왕]의 전체 대사 질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작가의 최대 장점은 아니었지요. 대사들은 대부분 부자연스러운 문어체였고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이 절대로 쓸 리가 없는 무리한 수사가 넘쳐났습니다. '당신'과 같은 어색한 2인칭 대명사가 남발되는 것도 마찬가지였고요. 특히 그건 시리즈 후반에 더 심해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건 작가만의 문제점이 아닙니다. 추상적인 관념을 전달하는 한국 드라마의 언어 습관이 완전히 굳어져 있지 않다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이건 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며 대안을 찾아야 하는 중요한 문제들 중 하나입니다.
7.
주연배우들의 연기에는 큰 불만이 없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을 생각해 보면 꽤 역경을 잘 극복한 편이죠. 하지만 이 시리즈로 배우들의 질을 평가하기는 조금 어려운 것 같습니다. 주지훈이 별 무리가 없었던 건 오승하가 차가운 냉소를 적절하게 유지하기만 해도 반은 먹고 가는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강오수 역의 엄태웅은 캐릭터가 조금만 더 좋았다면 더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자기연민과 고함의 반복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아요.
조연들의 질은 주연들보다 조금 떨어지고 편차도 심한데, 그건 그들이 철저하게 기능적인 인물들이어서 어색한 대사들을 읊는 것 이상을 보여줄 여유가 없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팀장을 연기한 주진모의 경우 전 그 배우가 훨씬 좋은 연기를 하는 걸 다른 데에서 많이 봤습니다. 이 시리즈에서도 괜찮았지만 더 좋을 수도 있었다는 거죠. (07/05/25)
DJUNA
기타등등
김지우/박찬홍 콤비의 전작 [부활]은 어떤가요? [마왕]보다 낫습니까? 시간을 투자할만 합니까?
첫댓글 부활이 진짜 훨씬 낫긔 ㅋㅋ 정말 이건 최고임 ㅋㅋㅋㅋㅋㅋㅋㅋ
22222 마왕은 보다가 말았지만..다운받아서 그냥 봤지만.. 부활은 정말 미친드라마 ㄷㄷㄷㄷㄷㄷㄷㄷㄷ
44444 저도 마왕은 보다가 버렸긔~
5555555555555
6666부활은 정말 후덜덜... 마왕도 좋긴 했지만 엄포스의 연기 내공은 부활에서 빛났다규..
777 동감. 오죽하면 내가 부활 관련 게시물은 빠지지않고 글을 달까...장난아니었어요 나 정말 중독이 뭔지 그때 느꼈긔...고난주간 정말 개힘들었긔...마왕 암만 재밌었다 그래도 나한테서는 부활이 최고...진짜 봐도봐도봐도 또 봐도 !!! 질리지 않긔...시간투자? 닥치고 봐야되는 들마긔.
888888 부활은 정말 좋은 드라마라구!!!1년에 손가락 꼽을정도로. 마왕은 6화정도까지밖에 안봐서 모르지만 그때까진 뻔하고 흡입력없었다구. 부활은 10분 살짝 보는순간부터 그냥 쭉간다구!!!!
99999999999999 부활은 진짜 최고죠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완전 최고 ㄷㄷㄷㄷㄷ와 난 보면서 진짜 똥줄타들어갈만큼 봤던 드라마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101010101010101010010101010101010부활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1111111 욕사마, 지우신공, 엄포쓰 다시 합체해서 복수 3부작 완성해줘 3부작은 부활을 뛰어넘길 바라며 ~ 부활이 아직까진 최고 따라올 들마없다!!
12
14141414 똥줄 드라마의 거성 부활!!!진짜 쳐 재밌었다규 ㅠㅠㅠㅠㅠㅠ
근데, 이 '듀나' 라는 사람이 누구예요 일반 네티즌 아니면 평론가 이 사람 영화 리뷰 인터넷에서 은근히 많이 봤는데...
영화 평론가 중 한사람이에열, 인터넷을 위주로.
10년이 넘게 듀나란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필자이죠. 본업은 SF소설가이자 영화평론가이고, 씨네21, 드라마틱같은 오프라인 매체에도 자주 기고를 해요.
소설가예요... 이분소설 강추라긔
진짜 부활 좋긔... 앞뒤 퍼즐 다 맞고, 군더더기 없고 결말까지 대박 ㄷㄷ
아~ 마왕 최고~
정말 듀나 리뷰 한번도 공감하며 읽어본적이 없네열...
2222222222222
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튜나......강참치인줄 알았긔...
강오수는 충분히 드라마 상에서 자신의 죄를 뉘우쳤어요. 자기 합리화를 하는 장면이 있긴했지만 충분히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구요. 그래서 오변도 맘이 동했고요. 그리고 오변에게 있어서 살해당한 사람들의 죄의 뉘우침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드라마 초반의 오변의 맘은 그저 자기 형의 억울한 죽음의 복수를 위해 그저 관계된 사람들을 죽이고 그 죽음으로 인해 강오수가 자신이 겪은 고통을 겪길 바란것 이니까요. 그러니까 내 말은 살해당한 사람들의 죄의 뉘우침은 12년이 흐른 후엔 아무런 의미도 없어졌단 말이에요. 그리고 서해인이 없어도 된다라는 건 저도 드라마 보면서 가끔 생각하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도움을 정말 많이 줬어요
잔상을 읽어서 범인이라고 확신을 갖게 해줬고 소포를 어디서 보냈는지도 알게됐구 뭐 등등 서해인도 도움 많이 줬다고 생각했는데..음..난 마왕 넘 좋게 봐서 이거 인정못하긔!!!!!!!!!!!!!!!!!!!!!!!!!
2222222
3333333 나한텐 인생 최고의 드라마..... 오수도 승하도 다 뉘우쳤고 용서와 화해로 끝났음. 드라마에서 하고자 했던 말은 이뿐이에요.
마왕 치밀하다고하는데 허술해서 보다가 안 봤다규... 듀나도 내가 느낀 걸 그대로 느꼈나보네
나는 공감.........여러모로 조금 아쉬운 드라마였음..ㅠ.ㅠ
전 이글 좀 공감...감독작가믿고 끝까지 보긴했지만 흡입력이 떨어지고 좀 아쉬운 작품이어서 그다지 기억에 남을것 같지 않아요. 뭐 취향차이니까....근데 듀나 아직도 부활 안봤긔?--;;;
듀나는 한국드라마중에선 시트콤외에는 잘안보는것같던데.. 용케 마왕봤네요~ 리뷰는 저렇게 정떨어지게 쓴거같아도 꽤 마왕이 맘에들었나봐요... 부활얘기운운하는거보니
정떨어지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썼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성의를 보인 것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 없으면 아예 보지도 않죠ㅋㅋㅋ원래 초 냉정한 문체 ㅋㅋㅋ
맞다규 맘에 들긴 한 거라긔 평을 썼다는 자체가 ㅋㅋ 그리고 저정도면 꽤 좋게 말한 거라긔 ㅋㅋㅋ
주지훈 역은 정말 듀나가 말한 그대로..앞으로 다양한 역으로 연기검증 받아야 할듯..아직은 갈길이 멀어보이드만..
주지훈 연기력이 캐릭터 때문에 반은 먹고 들어갔다는건 정말 나도 느꼈던건데..그래도 마왕이 부활 못지 않았다고 생각..듀나 부활 빨리 보기바람~
22222222
저두요 저두요 엄포스 제외하면 배우들 연기력 면에선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어요~ 그래도 마왕이 부활에서 한 단계 나간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
전 오히려 엄태웅 연기가 더 불안
솔직히 공감은 된다... 그래도 마왕 사랑한다... 아~~ 오변이여~~
공감가는 부분도 있지만 이 리뷰자체가 드라마의 장점은 배제하고 단점만을 말하고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