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수도 카트만두 공항에서 24일 발생한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18명이 숨지고 기장 혼자만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비행기 동체가 화염에 휩싸이기 몇 초 전 조종석이 격납고를 들이받은 뒤 동체에서 떨어져 나온 덕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마니시 라트나 샤캬 기장은 현재 병원에서 부상 치료를 받고 있는데 BBC 네팔 지사는 그가 가족들에게 "다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멀쩡한 상태임을 확인했다. 구조대원들은 방송에 소형 여객기의 조종석 근처에 화염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그에게 접근했다고 얘기했다. 네팔 경찰청의 고위 간부 담바르 비슈와카르마는 ”'에어 쉴드' 장치가 열려 있어 그는 호흡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우리는 창문을 깨고 즉각 그를 끄집어냈다"면서 "구조됐을 때 그의 얼굴에는 온통 피범벅이었지만 우리는 그를 병원에 데려갔다. 그는 말할 수 있는 상태였다.
바드리 판데이 네팔 민간항공청장은 문제의 여객기가 공항을 이륙하자마자 어떻게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튼 뒤 활주로 동쪽에 추락했는지 묘사했다. 폐쇄회로(CC)TV 동영상을 보면 화염에 휩싸인 여객기는 공항을 가로질러 일부는 공항의 가장 끝쪽 계곡 아래로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판데이 청장은 여객기가 "공항 끝 컨테이너를 들이받고는 더 아래로 떨어졌다"면서 "하지만 그 조종석은 격납고에 박힌 채로 남아 있었다. 기장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이어 “여객기의 다른 부분은 흙무더기 근처로 떨어져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다. 조종석이 떨어진 곳도 온통 화염에 휩싸여 모든 것이 불타버렸다"고 덧붙였다. 네팔 육군이 배포한 성명에 따르면 조종사는 "충돌 뒤 5분 안에 구조됐다"면서 "당시 매우 겁에 질려 있었지만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병원의 의료국장인 미나 타파 박사는 샤캬 기장이 머리와 얼굴에 부상을 입었으며 등의 부러진 뼈를 치료하기 위해 수술대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경수술 병동에서 관찰을 받고 있다고 했다.
KP 샤르마 네팔 총리는 이날 저녁 병원을 찾아 조종사 가족들을 만났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니라울라 트리뷰반 국제공항 사장은 초기 평가 결과 그 여객기가 잘못된 방향으로 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BBC 네팔에 "이륙하자마자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렸는데 왼쪽으로 돌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네팔은 허술한 항공 안전 기록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1월 예티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72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나중에 조종사들이 실수로 동력을 차단한 것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1992년 이후 네팔에서 최악의 항공 추락 사고가 발생했는데 167명이 탑승한 파키스탄 인터내셔널항공 여객기가 카트만두 공항에 접근하는 도중 추락해 전원이 희생된 일이어다.
이날 사고를 당한 여객기는 사루야(Saruya) 항공 소속으로 이 항공사는 석 대의 봄바르디어 CRJ-200 제트기들로 네팔 내 다섯 목적지를 운항하는 테스트 운항을 진행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 기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