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으로 세관직원을 놀라게하다.
- 당시 암스테르담은 구라파 유수의 자유무역항으로 삼성, 대우, 선경, 현대 등 종합상사는 물론 외환은행, 코트라 그리고 현대 자동차까지 다양한 한국기업이 진을 치고 사업을 벌이고 있었으며 대한항공은 이들의 제품을 화물기로 열심히 실어 나르는 중이었다.
- 이 회사의 주재원들은 일부 예외는 있었지만 대체로 30대 한창나이로 자신들의 회사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의 수출제일주의는 해외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월 1회 상무관 주재로 위의 회사 대표를 모두 모아 대사관에서 대사 참석하에 무역 실태 점검을 하곤 했다. 우리는 이 회의를 "주재상사 회의"라고 불렀다.
- 이 회의가 끝나면 근처 중국집에서 회식을 하곤 했다. 요즘에는 암스테르담에 한국식당이 셀 수 없이 많다고 하는데 그 당시에는 암스테르담뿐 아니라 화란 어디에도 한식당은 없었다. 어느 날 회식을 끝내고 같은 동네에 사는 4명의 주재원끼리 동네 어귀에 있는 술집 ( PUB )에서 2차를 할 때의 이야기다.
- 필자가 며칠 후 본사 회의로 서울을 들어가는데 이들은 이를 무척 부러워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울- 암스테르담은 비행시간뿐 아니라 항공료가 워낙 고가여서 대부분의 주재원은 보통 3년 주재기간을 모두 현지에서 보내고 귀국하곤 했다. 휴가를 얻어도 현지 여행 ( 화란 내 또는 구라파 각국 )으로 소비하곤 했다.
- 여러 이야기를 하다 누군가가 서울 갔다 돌아오는 길에 콘돔을 좀 사다 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대부분 구라파 국가가 그렇듯이 화란도 한국 대비 물가가 상당히 비쌌다. 특히 콘돔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한 개 1000원 꼴로 한국의 200원 ( 당시 ) 보다 5배나 비쌌다. 한국이 특히 싼 이유는 “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 “ 라는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 덕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 이런 것은 일도 아니어서 필자는 그들에게 콘돔 공급책으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하고 그날 술값 더치페이를 면제받는다.
- 본사 회의를 무사히 마치고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탑승절차를 밟을 때의 일이다. 당시는 경우에 따라서는 입국 시는 물론 출국 시에도 세관 검사를 받아야 했다. 입국장 검사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출국장 검사는 좀 애매했다
- 즉, 내가 소지하고 나가는 물품 중 귀중품 ( 다이아몬드 반지, 고급시계, 고급 카메라 심지어는 골프채 등등등 ) 이 있으면 반드시 세관원에게 신고를 하고 신고필증을 받고 출국해야 나중에 입국 시 그 품목을 신고필증과 대조, 세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해 주었다. 필자가 그 라인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 세관원 ( 미모의 젊은 여성 ) 이 앞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아주 쌀쌀맞았다.
- 필자의 차례가 되자 신고할 물품이 있는지 그리고 얼마 동안 체류할 거냐고 묻기에 그저 건성으로 신고할 물품은 나의 올림푸스 카메라뿐이며, 출장기간이 약 3개월 정도라고 말해줬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금 카메라를 꺼낸 조그만 카메라용 손가방을 가리키며 그 속의 망원렌즈도 신고해야 한다며 그 백을 크게 열어 제켰다.
- 그러자 아뿔싸!. 그 속에 빼곡히 채워 넣은, 내가 듬뿍사가는 콘돔이든 상자갑들이 튀어나왔다.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설합식 상자에 콘돔 24개가 가즈런히 들어있는 상자 4개였다. 그 여자 세관원은 아직 그게 무엇인지 감이 안 잡히는듯 나를 쳐다보며 이게 무엇이냐고 묻는다. 나는 웃으며 열어보면 안다고 말해주었다. 콘돔 상자갑을 열고 봐도 모르겠다는 듯, 하나를 꺼내 만져 보고 겉에 쓰인 제품명을 읽어 본 후에야 비로 소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던 듯. 갑자기 “ 어머! “ 그러더니 얼굴이 확 붉어진다.
- 이미 꺼내 든 콘돔 하나를 그 상자에 넣는 것도 잊고 그대로 백 안에 확 쓸어 넣으며 “ 됐어요! “ 한다.
- 그때 그 세관원은 미혼에 처녀였으리라. 비행기 탑승구까지 걸어가며 계속 그 세관원 생각을 하며 웃었다. 아마 희대의 카사노바를 보았다고 하겠지. 석 달 출장 간다는, 정력도 그렇게 ”쎄“ 보이지 않은 사람이 콘돔 24개들이 4 상자를 지니고 나가다니?
그럼, Daily Operation ( 매일 ) 아냐?
첫댓글 ㅎ ㅎ
그 때 표정이 어떠셨을까요??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 재미있다니 감사합니다.
- 그저 소화제 훼스탈이나 비상 약품 정도로 취급했더라면 아무일 없었을텐데.
- 직무에 충실한 세관원이 이게 무어냐고 묻는데 그게 콘돔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어 그냥 열어보면 안다고 한것이 그만 그 세관원을 무척 당황하게 했지요. 아마 오랫동안 잊지 못했을 겁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이런 에피소드는 기억에 오래 남지요.
대답을 하는 것도 좀 이상하지요.
콘돔 4박스요.
ㅎㅎㅎ
카사노바입니다 라고 말하는 거 아닌가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