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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강. 오늘날의 철학, 진리들에 발생한 기이한 모험, 진리의 도래, 역사와 철학의 접합
2강. 철학의 축소와 확대, 세대라는 드라마, 물리학의 제국주의, 실용주의
3강. 우리 시대의 주제, 단순한 상징주의로서의 ‘과학’, 반란 중인 모든 과학, 철학이란 왜 존재하는가, 과학과 철학적 인식의 정확성
4강 우주 혹은 다원적 세계에 대한 인식, 문제 해결에 대한 문제 자체의 우월성, 이론적 문제와 실천적 문제, 범논리주의와 생적 이성
5강. 철학의 필요성, 현재와 공재, 근원적 존재, 자율과 전체성, 신비주의자에 대한 신학자의 방어
6강. 신념과 이론, 유쾌함, 직관적 명증성, 철학적 문제에 관한 사실들
7강. 우주에 관한 사실들, 데카르트적 회의, 의식의 이론적 우수성, 매와 같은 자아
8강. 주관론의 발견, ‘황홀경’과 ‘고대 유심론’, 근대 주관론의 두 근원, 기독교의 초월신
9강. 우리 시대의 주제, 철학의 근본적 혁신, 우주에 대한 기본적 사실, 세계에 있어서의 자아와 나에 있어서의 세계, 우리 각자의 삶
10강. 새로운 실재와 실재에 대한 새로운 관념, 궁핍한 자아, 삶은 세계 내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 삶은 우리의 미래 존재를 결정하는 것
11강. 우리의 삶이 바로 근원 실재이다, 삶의 범주, 이론적 삶, 환경, 운명과 자유, 내적 모델, 관심과 비관심
출판사 리뷰
1898년 쿠바를 둘러싼 미(미국)·서(스페인) 전쟁에서 패배한 후, 이베리아 반도의 평범한 한 나라로 남은 스페인은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정치, 경제, 아니 삶의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다양한 제도를 받아들여 시험하였지만 그 과정은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의 연속이었다. 미겔 데 우나무노(Miguel de Unamuno), 아소린(Azorin), 피오 바로하(Pio Baroha),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등으로 대표되는 스페인의 98세대는 15세기 지리상의 발견 이래 사백 년 동안 지속된 대제국의 몰락을 눈앞에서 보면서 두 가지 중 하나의 길을 선택해야 했다. 최소한의 자존심을 살려 과거를 발판으로 위기를 극복하든가, 아니면 이전 자신들을 둘러싼 모든 것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국가와 정신세계를 창조해야만 했다. 오르테가는 후자의 길을 택했다.
이 책은 제국의 영광을 뒤로 한 스페인이 대혼란을 겪던 1929년, 마드리드 대학에서 시작되었던 강의의 강의록을 모은 것이다. 스페인의 대표적 지성, 오르테가가 빛바랜 조국의 영광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삶의 풍경을 이끌어내고자 스페인 철학사상 처음으로 대중강의를 연 것이다. 이 강의는 당시 그야말로 전국적 화제였다고 한다. 철학과 교수 및 학생, 문인, 군인, 정치인, 일반 공무원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이 강의를 위해 몰려들어 이들을 수용할 공간을 구하느라 오르테가가 애를 먹었고, 퇴근 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강의를 직장인 퇴근 시간에 맞추어 달라는 편지가 빗발치는 등 이 강의를 둘러싼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아직도 스페인 지성계에 하나의 전설로 남아 있다.
스페인 문화 르네상스를 일으킨 현대철학사의 역사적 사건―오르테가 대중 철학 강의
알베르 카뮈로부터 ‘니체 이후 유럽 최고의 철학가이자 문장가’라는 찬사와 ‘하이데거와 야스퍼스의 정신적 스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Jose Ortega y Gasset). 그의 사상의 가장 큰 미덕은 무엇보다도 그 내용의 풍부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돈 키호테에 관한 성찰(Meditaciones del Quijote)』(1914), 『예술의 비인간화(Deshumanizacion del arte)』(1925), 『대중의 반란(La rebelion de las masas)』(1929), 『형이상학 강의(Unas lecciones de metafisca)』(1932~1933) 등을 비롯해, 1936년 프랑코의 집권으로 망명길에 올라 아르헨티나, 멕시코, 프랑스, 독일 등지로 방랑하는 고통의 시간 속에서 일구어낸 『자기침잠과 자기소외Ensimismamiento y Alteracion』(1939), 『역사 이성에 관하여(Sobre la razon historica)』(1940), 『체계로서의 역사(Historia como sistema』(1941) 등의 주옥과 같은 저서를 통해 오르테가는 역사적 시간성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삶에 담겨진 궁극적 의미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또 사후에 출간된 『인간과 사회(El hombre y la gente)』(1957), 『연극에 관한 소고(Idea del teatro)』(1958) 등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관통하는 그의 지적 성찰은 태양과 빛의 나라, 그 빛의 충만함으로 철학이 만개할 수 없었던 스페인의 인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근대 이성중심주의 비판―세계의 복원, ‘나는 나와 나의 환경이다.’
스페인 특유의 지적 전통과 엄격한 독일 철학의 세례를 동시에 받았던 오르테가의 철학은 우선 근대 이성중심주의 철학에 대한 비판으로 나타난다. 이 책은 바로 오르테가의 근대 철학에 대한 비판과 그것을 대체할 오르테가의 철학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그의 대표적 저서로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강부터 6강까지 오르테가는 우리가 왜 철학을 하는지, 인식, 정신, 사유, 우주 등 철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의 근원적인 의미가 무엇인지, 고대 그리스와 중세 철학이 지니는 한계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근대 철학이 태동하게 되었는지를 검토한다. 일반적인 철학서와 달리 우리의 관습적인 사유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에서 이 책은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근대 철학에 대한 비판은 7강부터 시작된다. 주지하다시피 근대 철학의 토대는 주체, 즉 사유하는 자아에 대한 신념이었다. 자연 혹은 세계는 인식의 이차적 수준으로 격하되었고,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이성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믿음에 따른 이성중심주의 형이상학이 전개된 것이다. 이에 대해 오르테가는 세계의 의미를 복원한다. 즉 세계를 구성하는 인간과 자연은 결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시간과 공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생성, 변화하는 존재로서 이것이 바로 우리의 실재라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나는 나와 나의 환경이다.”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살아 있기 때문이다.”(Cogito quia vivo.)
이렇게 관념론적 사유에 대한 비판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 오르테가는 ‘생적 이성’(Rason Vital)을 인간 삶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도구로써 제시한다. 그의 생적 이성은 근대 합리주의적 개념의 이성도 아니며 베르그송을 비롯한 생철학자들이 주장하는 인식론적 직관도 아닌, 이성을 도구로써 간주하는 합리주의와 삶을 인식의 제일과제로 설정하는 생철학의 장점을 수용한 것이다. 생적 이성은 이성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 아니라 삶을 근원 실재로 설정하는 사실에 대한 평범한 인식이다. 따라서 이것은 일차적으로 경험에 의해 파악된 세계의 구조에 대한 탐구 결과이면서도 생철학에서 제시하는 직관처럼 개별 분야에만 그 효용성이 입증되는 제한적 성격의 이성도 아니다. 인간의 삶을 세계와의 끊임없는 만남이라고 보는 오르테가는 결국 생적 이성을 통해 인간의 삶이란 이성이 삶에 부여한 실재가 아니라 이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이성의 생산적인 의미를 흡수한 ‘이성으로서의 삶’이라는 것을 밝히려 하였다. 이러한 도구적 이성으로써의 생적 이성을 발견한 오르테가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데카르트의 명제를 폐기하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살아 있기 때문이다.”(Cogito quia vivo.)라는 명제를 내세운다.
역사 이성―삶은 역사의 실체로서 현존하면서 새로운 존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오르테가가 생적 이성을 통해 파악한 삶은 실체론적으로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간이란 존재는 현재까지 축적해 온 경험들과 이 경험들을 근거로 하여 자신의 지향점에 적합한 행위들로 구성된 역동적이며 유기적인 ‘흐름’의 시공간 그 자체이다. 따라서 인간이 현재 속에서 자신의 지향점을 설정할 때는 언제나 흐름의 시공간적 장, 즉 자신이 속해 있는 세계 속에 용해되어 있는 경험에 의해 한정된다. 하지만 이 한정은 지향 가능성의 한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지향을 위한 출발점의 설정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성격을 지닌다.
인간이 존재하였고, 존재하고 있고, 존재할, 존재하지 않을 수 없는 시공간적 장의 연속적 파노라마를 역사라고 한다면 인간은 역사의 테두리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지만, 결코 중단될 수 없는 삶 속에서, 인간은 자기 앞에 놓인 무한한 가능성들 가운데 자기 지향을 위한 선택 행위를 계속해야 한다. 삶은 역사의 실체로서 현존하면서 새로운 존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삶의 영속적 성격을 밝히는 것이 바로 오르테가가 제시한 삶 중심의 역사관인 역사 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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