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우리시회(URISI)
 
 
 
카페 게시글
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6월호와 인동덩굴 꽃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250 18.06.02 10:0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주요 목차

 

*권두 에세이 | 나병춘

*신작시 21| 김석규 김순일 주경림 김성중 김미외 백수인 민문자 조경진 조성순

                          박동남 이기헌 남정화 오명선 임채우 성숙옥 오명현 김혜천 전선용

                          박선희 장동빈 홍순화

*신작 소시집 | 장유정       *테마 소시집 | 한인철

*연재시 | 홍해리              *신작 소시집 다시 읽기 | 여연

*나의 시 한 편 & 시 에세이 | 김영호 이산 노희정 배소희 전선용

*<우리> 신인상 발표 | 박도신

*영시 해설 | 백정국          *한시한담 | 조영임 

  


 

 

바위 -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의 함묵緘默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만재도 · 2 - 나병춘

 

어디쯤

수평선이 있을까

한 걸음 두 걸음

 

아무리

멀리 가 봐도

보이지 않는구나

 

수평선,

무지개의 고향

밀물 두 발짝

썰물 한 발짝

   

 

 

시간의 빈잔 - 김석규

 

날이 저물고 또 어제의 무렵으로 사라진다.

많이 흐릿해진 회억의 꼬리가 지나가고

세월의 앙금으로 가라앉는 허무의 흔적

도무지 기억조차 없는 슬픔마저도 아쉽다.

한두 번도 아닌 하얀 밤을 지새야 하는

어차피 떠나가는 것들은 더 멀어지고

그 자리에 그리움을 갖다 포개놓는다고 한들

더욱 허망해지는 쓸쓸하기만 한 것

누군가 와서 문을 두드릴

아침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모르지만

찢겨나간 날개 끝에 박명의 햇살이 흩어진다.  


 

 

통영統營 - 김성중

 

통영에 가면

통제사가 주재하던 통제영統制營

무기와 갑옷을 씻는다는 세병관洗兵館 계단에 앉아서

백리 밖에서도 맡을 수 있는 금목서 향기에 취해

백석의 시 통영을 읽으며 이라는 여인을 생각할 거나

통영대교 지나 미륵산 기슭 어느 농장에 자리 잡은

박경리 선생 묘소로 숨가쁘게 달려가

산다화 은은한 향내를 가슴 깊이 들이 마시며

토지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볼까나

 

통영에 가면

청마 유치환이 사랑하는 이에게 연애편지를 쓰던

통영우체국 유리창에 앉아서

그리운 이에게 명정샘 우표를 붙인

편지 한 통을 부칠거나

김상옥 거리를 걸으며 장독간에 앉아서

손톱에 봉숭아 물 들이던 누이를 생각하다가

윤이상이 갯내음 나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만든

심포니 내 조국 내 겨레를 들을 거나

 

통영에 가면

유람선 터미널에서 유람선을 타고

한산대첩 명승지 한산도로 들어가

충무공이 제장諸將들과 더불어 작전회의를

했다는 제승당制勝堂에 올라

한산섬 달 밝은 밤을 깊은 시름으로 지샐 거나

 

통영에 가면

먼저 강구안 횟집에 들러

펄떡펄떡 뛰는 회 한 접시를 시켜놓고

갯내음에 코를 벌름거리며

소주잔을 기울일 일이다

 

통영에 가면

점점이 뿌려진 섬들과 어우러진

풍광風光에 취하고

넘쳐나는 싱싱한 해산물에 취하고

한가롭게 하늘을 나는

갈매기가 될 일이다


 

 

봄바람 - 민문자

 

봄은 희망이지?

그대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시게

 

서양 회오리바람 토네이도 미투

고비사막 황사바람까지 몰고 와

동맹을 맺더니

온 세상을 휘저어 놓았네

 

누군가는 입이 나발만큼 커지고

누군가는 간이 콩알만 해지고

누군가는 어깨가 축 처졌다네

또 누군가는 잠도 못 자고 떨고 있다는군  


 

 

거품꽃 - 김혜천

 

오수에 섞여 나오는 거품

 

돌아갈 집도 없이 떠돌던 안식의 방황이다

은폐된 시간의 물증이다

통증을 견뎌낸 방언이다

 

브레이크 고장 난 자전거는 순간의 일

스트레스는 달리는 비탈진 언덕

 

견디기 힘든 꿈들이 역류한다

기억은 소화불량이라 했나

망각은 새로운 가치라 했나

 

푸른 물 챙겨들고 떠나는 여행

여행은 두려움의 극복 과정이라 한 카뮈를 믿기로 한다

삶의 의미보다 삶을 더 사랑하기로 한다

자주 침묵하는 방법을 배우기로 한다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고요로 벽지를 바른

너와집에서 빚는 명약

그곳에선 거품도 꽃이 되리라

 


광한루 이야기 · 1 - 박선희

    -견우의 소

 

광한루 용마루

눈빛 선한 용 한 마리

견우가 몰던 소였다지

월궁 뜨락을 헤집고 다니던

 

완월정 달빛

삼베올처럼 성근 밤

 

직녀의 발치에서 간혹

배롱꽃빛 눈물을 줍기도 한다던데,

 

퉁퉁 부은 눈으로 하늘에 베를 걸며

빗물로 내리기도 한다던

 

견우 직녀 눈물로 채워진 은하수

오작교 디딤판으로 둥그렇게 몸을 말아

칠석에는 용이 되기도 한다지

 

살갗 벗겨지는 아픔에도

웃음짓기만 한다는, 그 소  

 

 

 

아내의 봄 - 홍해리

   -치매행致梅行 · 286

 

아직 봄도 오지 않은 광

물기도 없는 망사 속

 

뿌리도 내리지 않고

겨우내 잠들어 있던 마늘

 

벌써 파랗게 눈뜬 새싹들

, 눈 시린 뼈들

 

이 무서운 전신 공양의 찬란한 모성애라니

어둠 속에서도 여린 싹을 틔우고 있었다니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와도, 어찌

아내의 나라에는 소식조차 없는 것인가!

 

 

                       * 월간우리20186월호(통권 360)에서

                                 * 사진 : 요즘 한창인 인동덩굴 꽃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